삼성전자 김기남 대표 “소중한 동료 보살피지 못했다”, 백혈병 피해자에 공식사과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LCD(액정표시장치)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다 백혈병 등 질병에 걸린 피해자들에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23일 삼성전자는 피해자 대변 시민단체 반올림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을 진행했다. 양 측은 지난 11월 1일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가 제시한 중재안을 모두 수용하기로 하고, 앞으로의 이행을 합의한 협약서에 서명했다. 삼성 백혈병 논란이 불거진 지 11년 만에 삼성과 피해자 간 분쟁에 마침표가 찍혔다.
이날 약속대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는 반올림 피해자 앞에서 준비된 사과문을 낭독했다. 김 대표는 “소중한 동료와 그 가족들이 오랫동안 고통받으셨는데 삼성전자는 이를 일찍부터 성심껏 보살펴드리지 못했고,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부족했다”라며 “그동안 반도체와 LCD 사업장에서 건강위험에 대해 충분한 관리를 하지 못했다. 병으로 고통받은 근로자와 그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머리를 숙였다.
삼성전자는 중재안에 따라 회사 홈페이지에도 사과문과 지원보상 안내문을 게재하고, 지원보상을 받은 반올림 피해자에게는 개별적으로 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전달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반도체·LCD 생산라인에서 일하다 질병에 걸린 피해자들은 최대 1억5000만원의 보상금을 받게 된다. 보상 대상은 삼성전자 최초 반도체 양산라인인 기흥사업장 제1라인이 준공된 1984년 5월 17일 이후 반도체·LCD 라인에서 1년 이상 일한 삼성전자 현직자·퇴직자와 사내협력업체 현직자·퇴직자 전원이다.
반올림 황상기 대표(고 황유미 씨 아버지)는 삼성의 사과를 다짐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황 대표는 “삼성전자 대표의 사과는 솔직히 직업병 피해가족들에게 충분하지는 않지만 받아들이겠다“라며 “이번 보상안이 대상을 대폭 넓혀 반올림 피해자뿐 아니라 다른 피해자도 포함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사외협력업체 직원 등 이번에 보상 범위에 들지 못한 피해자에 대해서도 향후 보상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부탁했다. 또한 정부와 국회를 향해 “안전보건에 관한 사업주의 책임을 엄격히 묻는 법 제도를 도입하고 대기업들은 솔선해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요구도 잊지 않았다.
한편, 향후 피해자 지원보상업무를 위탁하기 위한 제3 기관으로 ‘법무법인 지평’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법무법인 지평은 조정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이 속한 법무법인이다. 양 당사자 모두 1순위로 지명해 손쉽게 합의에 이르렀다.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은 ‘김지형’ 조정위원장이 맡는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의 관심과 성원에 감사드린다”라며 “반올림과 삼성전자가 보내준 신뢰를 거울삼아 지원보상을 실행해 나가는 일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재발 방지와 사회 공헌 일환으로 출연한 산업안전보건 발전 기금 500억원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기탁하기로 했다. 전자산업안전보건센터 건립 등 안전보건 연구개발과 기술지원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 산재예방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안전보건공단의 박두용 이사장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곧바로 실무팀을 꾸리고, 양 당사자 및 고용노동부와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기금운용 및 활용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밝혔다.
이날 협약식을 기점으로 조정·중재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합의이행을 위한 업무는 법무법인 지평과 지원보상위원회로 넘어간다. 삼성전자와 법무법인 지평은 빠른 시일 안에 피해자 지원 보상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곧바로 지원 보상 사무국을 개설할 계획이다. 법무법인 지평 관계자에 따르면, 지원보상 준비와 사무국 개소에는 최소한 2~3주가 필요하나 최대한 서둘러 12월 초에 사무국을 개설할 예정이다. 빠르면 올해 안에 지원 보상이 시작될 전망이다.
◆ 다음은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의 사과문 전문
10여 년 동안 저희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사회적 합의라는 방식으로 해결을 이끌어 주신 김지형 조정위원장님과 백도명, 정강자 위원님께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성심껏 논의에 참여해 주신 반올림 관계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소중한 동료와 그 가족들이 오랫동안 고통받으셨는데 삼성전자는 이를 일찍부터 성심껏 보살펴드리지 못했습니다.
그 아픔을 충분히 배려하고 조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또한, 삼성전자는 과거 반도체와 LCD 사업장에서 건강유해인자에 의한 위험에 대해, 충분하고 완벽하게 관리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빌어 병으로 고통받은 직원들과 그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삼성전자는 더욱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로 거듭나겠습니다.
오랫동안 풀기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충고와 조언을 해주신 우원식 의원님, 심상정 의원님, 한정애 의원님, 이정미 의원님, 안경덕 노동정책실장님 및 노동부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 번 고통을 겪으신 모든 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음으로 조정위원회 중재안에 따른 삼성전자의 이행계획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삼성전자는 2018년 11월 1일 발표된 중재안을 조건 없이 수용해 이행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이 세부 이행계획을 수립해 실행하고자 합니다.
보상 업무는 중재 판정에서 정한대로 반올림과의 합의에 따라 제 3 독립기관인 '법무법인 지평'에 위탁하겠습니다.
또한,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은 법무법인 지평의 김지형 대표 변호사님으로 반올림과 합의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중재안에서 정한 지원보상안과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이 정하시는 세부 사항에 따라, 지금부터 2028년에 이르기까지 보상이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하겠습니다.
삼성전자는 중재 판정에 규정된 바와 같이 2018년 11월 30일까지 회사 홈페이지에 사과 내용과 지원보상 안내문을 게재하겠습니다.
또한, 삼성전자는 새롭게 구성되는 지원보상위원회를 통해 보상 결정을 받은 분들에게도 사과문을 보내 위로의 마음을 전하겠습니다.
삼성전자는 중재 판정에 명시된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 500억원을 전문성과 공정성을 갖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기탁하기로 반올림과 합의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여러분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사회적 합의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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