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계 몸살…내분·中공세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국내 배터리 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내분과 중국 공세로 설상가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법원에 제기할 예정이다. 소송 내용은 명예훼손·사업 지연 등이다. LG화학이 제기한 배터리 기술유출 의혹에 따른 조치다.
앞서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로 제소했다. 자사의 핵심 기술 및 인력을 SK이노베이션에서 부당한 방식으로 유출했다는 것이 골자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강하게 반박했다.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최근 ITC가 조사 개시 결정을 내리면서, SK이노베이션은 맞소송 준비에 나서게 됐다.
이번 분쟁이 양사의 사업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소송전으로 양사의 기업 이미지가 타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경우 폭스바겐과의 계약이 문제가 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22년부터 2029년까지 폭스바겐에 공급할 전기차 배터리 물량을 수주했다. 이를 위해 미국 조지아공장을 건설 중이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도 SK이노베이션에 대해 “ITC 소송 결과에 따라 생산 제한과 배상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 배터리 공장 증설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업체 간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중국은 미소를 띠고 있다. 한국 업체들이 소송으로 주춤하는 사이, 자사 업체들이 치고 올라갈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경쟁은 치열하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10위 내 양국의 업체가 3개씩 포함됐다. 중국은 CATL(1위)·BYD(3위)·AESC(5위), 한국은 LG화학(4위)·삼성SDI(6위)·SK이노베이션(9위)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두 회사의 소송전이 길어지면 반사이익을 보는 건 중국 업체”라며 “상대적으로 뒤처진 기술력을 만회할 시간을 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점유율에서 앞서는 중국이 기술력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 위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의 경우 LG화학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보조금 대상에 들기 위해 중국 수출용에는 현지 업체인 CATL 제품을 사용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당 정책이 내년까지만 유지된다고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도 전기차 비중을 늘리는 상황에서 (중국에) 물량을 빼앗기면 우리나라 배터리 업계의 손실이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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