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페이스북이 접속경로 변경에 따른 이용자이익 침해 여부를 두고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의 진행한 행정소송에서 1승을 거두자, 망 이용대가로 논란을 확대시키며 국내 상호접속제도까지 걸고넘어지고 있다.
정부가 상호접속고시를 2016년 개정한 후 통신사가 IT기업 망 비용을 지속해서 상승시킬 수 있도록 해 과다한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논리다. 페이스북뿐 아니라 국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이 연합진영을 맺고 정부와 국내 인터넷사업자(ISP)에 맞서고 있다.
CP 주장처럼 상호접속고시로 망 비용 부담은 과중하게 증가해 궁극적으로 이용자 피해로 이어지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이러한 주장은 ISP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유하고 망 비용 지급을 꺼려하는 CP 측 이해관계로 봐야 한다. 인터넷망 상호접속제도는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참여자가 공평하게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데 기초한다.
◆한계비용으로 공평한 인터넷 책임부담=과거 무정산 방식과 달리 2016년 인터넷망 상호접속제도가 개선되면서 최소한의 경쟁 하한선이 만들어졌다. 이보다 많이 돈을 내고 있는 국내 대형‧중소 CP들은 이전보다 지불 대가를 낮추고, 비용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해외 CP들은 최소 비용을 내도록 하는 장치다.
예를 들어, KT가 네이버에 상호접속료 인상을 요구했다고 가정하자. 네이버는 좀 더 저렴한 요금을 제시한 SK브로드밴드를 선택하면 된다. KT는 SK브로드밴드에 네이버를 뺏기면 손해이기 때문에 요금을 높일 수 없다. 반면, 구글은 내는 돈이 없기 때문에 통신사 입장에서는 얻을 게 없다. 하한선보다 낮은 대가 때문에 페이스북과 정산하게 된 것이다.
이상우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6일 진행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단 스터디에서 “합리적인 경쟁기제가 존재한다면, 한계비용은 경쟁 하한선으로 작용하게 된다”며 “물론 이 공식에는 통신3사 담합이 존재하지 않아야 하고, 시장경쟁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다만, 이번 페이스북 사례처럼 해외 캐시서버로 전환해버리면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CP 망 비용 늘어난다고 이용자 부담 늘지 않는다=또한, CP가 돈을 낸다고 해서 이용자 부담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트래픽 구조를 보면 CP에서 보내는 트래픽이 훨씬 많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보내는 트래픽은 적다. 통신사는 CP를 유치할수록 한계비용이 발생하고, 가입자를 확보할수록 접속 수익이 발생한다.
CP 대가가 0원이고, 가입자에게 모든 부담을 지게 한다면 공평경쟁이 아니다. 이에 CP도 트래픽 책임이 있는 인터넷 구성원으로, 일정 부분의 비용 부담을 함께하자는 것이다.
조대근 잉카리서치 대표는 “양면시장인 신용카드의 경우 가맹점이 수수료를 내는데 만약 이용자에게 이를 모두 전가한다면, 카드 사용자가 줄거나 현금 이용이 늘어날 것”이라며 “과금 방식을 바꾸면 트래픽도 흔들린다. 인터넷시장이 양면시장이 맞다면, ISP와 CP, 이용자 사이 요금을 적절하게 배분해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외 CP들은 입장문을 상호접속제도가 망비용의 지속적인 상승을 초래한다고 지적했지만 오히려 비용에 대한 공평한 책임을 지운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인터넷망 단절‧접속거부 금지하는 한국, 해외와 달라=인터넷망 상호접속제도(2004년~2015년)를 보면, 기간 ISP에게 인터넷망 간 상호접속 의무를 부여했다. 개별 ISP의 부당한 인터넷망 단절, 접속 거부를 금지했다. 해외에서는 트래픽 과다로 CP와 협상할 때 ISP는 무정산에서 정산 방식을 요구하거나 접속거부를 할 수 있다. 이에 현재 개선되는 상호접속제도 논의에서 의무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위원은 “한국 통신사는 접속 거부를 할 수 없는데 반해, 미국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사업자 간 자율협상에 따른 견제 기제가 존재한다”며 “한국은 이용자 편익을 위해 제도적으로 견제기제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통신사 불공정을 사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제도는 뒷받침돼야 한다”며 “중소 CP들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법에서 개정논의도 이뤄져야 한다. 상호접속 역차별 해소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상황을 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