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렌털시대②] 넷마블도 눈독 들인 렌털시장, 2위 두고 각축전

이안나
공유경제·1인 가구 등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렌털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정수기로 대표되는 전통제품 뿐 아니라 새로운 가전들로 품목을 늘리며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미래 성장성이 높다고 계산되는 시장에 대기업도 곁눈질을 한다. 기업들은 동남아를 중심으로 '렌털 한류'도 이끌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급변하는 환경에 따른 전통 렌털시장의 변화와 성장 방향을 전망하고, 우리 기업들이 국내외에서 격전을 펼치는 모습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국내 렌털시장은 웅진코웨이가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2위권 경쟁이 치열하다. LG전자, SK매직, 쿠쿠 등 기업들은 계정 확보를 위해 주력하는 한편, 각 사의 강점을 토대로 공유경제 트렌드에 따라 사업을 확장시킬 방법을 모색 중이다.

11일 코웨이는 오는 14일 실적공시를 앞두고 아직 지난해 누적 계정 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코웨이의 국내 계정 수는 작년 3분기 기준 624만 개다. 코웨이를 제외한 다른 기업들의 계정 수는 100만대 중반 수준으로 비슷하여 누가 먼저 200만 계정 돌파할 것인지가 관심이었다.

이 중 LG전자가 그 목표를 가장 빨리 달성했다.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작년 말 기준 200만 계정을 상회했다고 밝힌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 30% 이상 고성장을 통해 270만개 이상 계정 확보가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SK매직이 180만, 쿠쿠 158만, 청호나이스 150만 계정, 웰스가 70만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 렌털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랐다. 기존의 방식만 고수하면 성장이 어렵다. 공유경제 확산으로 렌털업 또한 잠재적 시장으로 재평가 받으면서 기업들은 전통제품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 중이다.

SK매직(옛 동양매직)은 2016년 SK네트웍스에 인수된 후 60여개 되던 품목을 20개 정도로 줄였다. ‘선택과 집중’으로 잘 할 수 있는 것을 더 잘하자는 판단이었다. 전기레인지를 비롯한 가스레인지, 전기오븐,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직수형 정수기 등 6개 품목에서 시장점유율 1위다. SK매직은 인수 때 렌털 계정은 97만 개에서 지난해 180만 개로 4년만에 1.8배 늘었다.

올해 SK매직은 매출 1조원, 계정 수 220만개가 목표다. SK매직은 추후 계열사 간 협업도 강화할 전망이다. SK매직은 SK텔레콤 멤버십 고객에게 렌털료를 할인해주고 있다. SK네트웍스 내 자회사인 SK렌트카, AJ렌트카 등 렌털업과도 협업이 가능하다.

SK매직 관계자는 “가성비 좋은 제품은 일시불로, 고가 제품일수록 렌털로 구매 희망해 타깃에 맞춘 제품 라인업을 구성하는게 중요하다”며 “주방가전 기업이 주방가전만 파는 시대는 지났다. 제품을 늘리기보다 180만 고객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이종사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점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SK매직의 트리플케어 식기세척기
SK매직의 트리플케어 식기세척기

청호나이스는 회사 이미지와 직결되는 상징적인 제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주력 제품은 얼음정수기와 커피정수기다. 박리다매 형식보다는 프리미엄 제품군에 주력하고 있다. 가격이 높은 제품을 팔아도 똑같이 한 계정으로만 계산되는 점이 단점이지만, 계정 수보다 브랜드 이미지 및 소비자 만족을 더 중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회사 이름을 말하면 얼음정수기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데 이런 제품이 유명한 점을 활용해 프리미엄 제품군에 집중한다”며 “싼 것이든 비싼 것이든 계정 수를 하나로 치기 때문에 계정 수를 강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쿠쿠는 지난 2009년 렌털사업을 시작하며 렌털지국·지점과 렌털전문점, 방판전문점 할인점 등 오프라인 판매망까지 전국단위 유통네트워크를 구성했다. 그 결과 온라인 및 홈쇼핑에 비해 렌털지국을 통한 오프라인 판매 비중이 훨씬 높다. 정기점검보단 다양한 제품들을 렌털시장에 출시해 소비자들의 주목을 끈다.

정수기 단일 품목에 대한 렌털 비중이 높았던 쿠쿠는 점차 제품군을 늘리고 있다. 주로 소형가전 중심이다. 쿠쿠 관계자는 “정수기나 공기청정기 같은 기존 제품은 자가관리가 가능한 제품들을 출시하는게 사업전략 중 하나이고, 매트리스나 펫드라이룸 등 방문관리 서비스가 필요 없는 제품들을 렌털 품목으로 추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쿠의 펫드라이룸
쿠쿠의 펫드라이룸
한편 업계 1위인 코웨이는 교집합이 없던 넷마블에 인수된 후 어떤 사업을 구상해나갈지가 업계 관심사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인수 당시 ‘구독경제’를 강조한 바 있어, 일각에선 넷마블의 IT기술을 코웨이에 접목해 스마트홈 구독경제 비즈니스에 진출할 것이라는 구상을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생활가전에 사물인터넷(IoT)를 접목시키는 건 이미 몇년 전부터 진행했던 것”이라며 “코웨이는 이미 자체적으로도 잘하고 있는 기업인 반면 여러번의 매각‧인수 과정을 거치면서 브랜드 정체성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넷마블과의 협업은 기술적 측면이 아니라 소비자 해약 방어율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측면 등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렌털시장의 잠재력과 함께 LG전자가 신가전과 케어솔루션을 앞세워 고공성장을 이어가면서 삼성 등 또다른 대기업이 진입할 것이라는 우려도 온다. 그러나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부 렌털업체에서 삼성 가전을 렌털 형식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직접 렌털 시장에 진출하는 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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