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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쓰디쓴 게임정책의 추억

이대호
- 세계보건기구(WHO), 게임 질병코드 분류했다가 이번엔 ‘게임 플레이’ 권장
- 국내서 먼저 게임 질병코드 분류 추진…4대 중독법 추진된 바 있어
- 한국게임학회 “교육용 게임이나 사회적 가치 실현하는 게임 개발해야”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플레이 어파트 투게더(#Play Apart Together)’ 캠페인을 시작했다. 라이엇게임즈 등 글로벌 게임기업들과 손잡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가정 내에서 온라인 게임 플레이를 권장했다.

앞서 WHO가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코드로 분류한 것과는 사뭇 배치되는 결정이다. 지난해 WHO는 각계의 반대에도 일부 의료계 입장만을 받아들여 국제질병분류 내 질병코드를 부여했다.

물론 게임이용 자체가 중독이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관련 업계에선 충분히 우려할 수 있는 사안이다. ‘게임=질병’, ‘게임=중독물’이라는 등식이 형성될 수 있는 낙인효과 때문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WHO의 게임 플레이 권장을 환영하면서도 “작년 게임 질병코드 도입 결정으로 전세계 게임인들이 심적으로 큰 상처를 입은 것이 사실”이라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그는 “학회는 WHO의 과거를 묻지 않고 기꺼이 협력하고자 한다. 또 한국에 게임 질병코드 도입 강행을 시도했던 중독정신의학계로부터도 협력 요청이 온다면 역시 기꺼이 응할 생각”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위 학회장이 언급한 대로 WHO에 몇 년을 앞서 게임 질병코드 도입을 추진했던 곳이 한국의 중독정신의학회였다. 2013년에 게임중독 이슈로 한국이 떠들썩했다. 신의진 전 의원이 게임을 마약, 알코올, 도박과 함께 묶어 중독물질로 규제하겠다는 이른바 4대 중독법을 발의했다.

저연령층도 즐기는 게임을 사회가 금기시하는 마약과 같은 선상에 두고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발상에 문화산업계가 들고 일어난 바 있다. 4대 중독법의 배후로는 한국중독정신의학회가 거론됐다.

보건복지부도 4대 중독법을 거들었다. ‘정신건강 종합대책(2016~2020년)’을 통해 인터넷·게임 중독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관리, 검토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 당시 국회 공청회에 얼굴을 내밀어 4대 중독법의 당위성을 역설한 대표적 인물이 이해국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다.

이 교수가 정책이사로 몸담았던 곳이 한국중독정신의학회다. 4대 중독법을 “반드시 입법화를 이루어내야 할 숙원사업”이라고 회원 안내문에 입장을 밝힌 것이 외부에 공개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이 같은 과거 탓에 게임업계에선 WHO의 이번 결정이 못 미더우면서도 환영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일부나마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에서 사망자가 나오는 가운데 게임업계가 드러내놓고 반길 상황은 아니다. 한국게임학회는 업계를 향해 “초중고 교육용 게임이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게임을 적극 개발해 사회적 기여를 촉구한다”며 성명을 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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