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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HCN 인수전’ 물꼬 텄다…통신3사 모두 참전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케이블계 ‘알짜 매물’ 현대HCN이 예비입찰을 마무리했다. 인터넷TV(IPTV) 사업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통신3사가 모두 참전했다. 이를 기점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의 매각 작업이 날개를 달고 본격화될 전망이다.

26일 통신방송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날 계열사 현대HCN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마감했다. 예비입찰은 입찰에 참여할 업체를 파악하기 위해 미리 참여 희망자의 등록을 받는 일이다. 본입찰은 예비입찰 상황에 따라 한두 달 뒤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예비입찰에는 그동안 물망에 오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모두 참여했다. 당초 매각 추진 과정에서 실질적인 인수 움직임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위축 변수가 생겼고 이들의 투자 계획에도 변동이 발생한 참이다.

SK텔레콤의 경우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한 끝에 3사 중 가장 마지막으로 예비입찰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 업체 티브로드의 합병 거사를 치른 탓에 또 다른 인수합병(M&A)을 곧바로 추진하기에 부담이 따랐을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3월30일 현대HCN의 방송통신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공식화했다. 현대HCN을 현대퓨처넷과 현대에이치씨엔으로 분할하고, 현대퓨처넷이 분할 신설회사의 주식 100%를 보유하는 방식이다. 분할기일은 11월1일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3사가 모두 예비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통신3사가 국내 유료방송시장을 80% 이상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힘 겨루기를 위해 추가 인수합병(M&A)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IPTV를 비롯한 미디어 사업은 통신사들의 캐시카우가 된 지 오래다.

현대HCN 자체도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된다. 3000억원에 달하는 연매출에 10% 중반대 영업이익률을 보이는 데다 강남·서초 권역에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도 양호한 편이다. 얼마 남지 않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로서 지난해 가입자 수 134만명을 확보하고 있다. 유료방송시장 재편의 캐스팅 보드를 쥔 셈이다.

현재 유료방송시장에서 KT와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는 점유율 31.52%로 1위다. 이어 LG헬로비전 인수로 점유율을 확대한 LG유플러스가 24.91%, 그리고 합병된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가 24.17%로 접전 중이다. 남은 MSO 중에선 딜라이브가 5.98%, CMB가 4.58%, 현대HCN이 3.95%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탓에 SK텔레콤은 1순위 매수기업으로 거론된다. 어느 정도 자금력이 있는데다 점유율 지표상 현대HCN의 3.95%를 흡수하면 단번에 2위 사업자 지위를 탈환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HCN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SK그룹의 주요 자문단으로 참여한 이력을 주목하기도 한다.

KT의 경우 규제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과거 유료방송 점유율 30%를 넘지 못하게 하는 합산규제가 일몰되면서 제도적 제약은 사라졌지만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의 M&A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KT는 IPTV 시장에서 압도적 1위 지위를 가진데다 위성방송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케이블업계 1위 LG헬로비전을 인수하면서 실탄에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LG유플러스가 현대HCN을 품을 경우 캐시카우로 부상한 유료방송사업에서 2위 사업자 자리를 확고하게 굳힐 수 있다. 한편으로는 입찰 참여로 호가를 높이면 경쟁사들에 인수 부담을 입힐 수 있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오는 본입찰에서 원매자와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질 경우 이르면 올해 하반기 매각 대상이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다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의 인허가 절차를 거치게 되면 실질적인 매각 작업은 내년께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합병이 아닌 인수 형태일 경우 방송통신위원회 심사 결과도 반영돼야 한다.

막판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통신업계에서는 가입자가 갈수록 줄고 있는 케이블업계에서 점유율 4위도 아닌 5위 현대HCN을 인수할 유인이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기존 IPTV 사업을 확장해 수익을 키우는 게 더 나은 대안이라는 지적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적지 않은 매각 금액을 제시해 통신사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얘기도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케이블은 무조건 빨리 팔고 싶겠지만 통신사들은 대체로 관망모드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긴축 상태인데다 최근 잇따라 M&A가 마무리된 상황이어서 총알도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유료방송시장 재편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매각 과정을 신중히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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