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해설] 막 오른 현대HCN 인수전, 누구 품에 안길까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마침내 현대HCN 인수전이 막을 올렸다. 통신3사가 모두 참전 의사를 밝히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현대HCN이 누구 품에 안기느냐에 따라 유료방송시장은 또 한 번 요동치게 된다. 자리다툼이 치열한 통신사들의 수 싸움이 예고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 26일까지 계열사 현대HCN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 공모를 진행한 결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각각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예비입찰은 입찰에 참여할 업체를 파악하기 위해 미리 참여 희망자의 등록을 받는 일이다.

당초 매각 추진 과정에서 실질적인 인수 움직임은 크지 않았지만 업계는 통신3사의 참여 가능성을 높게 봤다. 통신사들이 인터넷TV(IPTV)를 비롯한 미디어 사업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데다 현재 유료방송시장 80%를 점유한 3사의 엎치락뒤치락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

◆케이블 5위 업체 왜 주목하나=현대HCN은 알짜 매물이다. 유료방송시장 점유율로 치면 지난해 기준 3.95%로 케이블업계 5위지만 통신사들의 순위 격차를 뒤집어놓기엔 충분한 숫자다. 서울 서초구·동작구와 대구·경북 등 핵심 권역 8곳을 보유한 점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가운데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편이다. 작년 매출 2698억원 영업이익률 14%로 준수한 성적을 냈고, 강남·서초 권역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도 양호하다. 부채비율도 10% 미만에 현금성자산 3300억원을 보유해 매각 부담을 덜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백화점그룹에서도 적지 않은 인수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은 현대HCN의 몸값을 최소 5000억원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현대HCN 매각 가치는 약 5240억원 수준으로 산출되고, 자회사 현대미디어도 약 100억~200억원 사이 매각 가치가 인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신3사 유력 인수 후보 누구=원매자로 나선 통신사들은 표정 관리를 하는 모습이다. SK텔레콤과 KT는 현대HCN 예비입찰이 마감된 당일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고 곧바로 인정했지만 “급변하는 유료방송시장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함”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현대HCN이 유료방송시장 재편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통신사들의 물밑 견제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KT+KT스카이라이프 31.52%,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24.91%,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24.17% 순이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는 SK텔레콤이다. 자회사 SK브로드밴드가 LG헬로비전 인수로 치고올라온 LG유플러스에 2위 지위를 뺏긴 상태다. 점유율 지표상 현대HCN의 3.95% 점유율을 흡수하면 단번에 자리를 탈환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경쟁 입찰로 전환하기 전 먼저 개별협상을 추진한 곳도 SK텔레콤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구조를 살펴보면 SK텔레콤의 올해 1분기 말 부채비율은 96.6%로 통신3사 중 가장 낮다. 같은 기간 KT와 LG유플러스의 부채비율은 각각 116.5% 146.7%다. 다만 SK텔레콤은 최근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 업체 티브로드의 합병 거사를 치른 탓에 또 다른 인수합병(M&A)을 바로 추진하기에 부담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 점유율 변화가 드라마틱하지 않다는 점도 고려대상이다. 본질적 경쟁력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가입자 증가가 아닌 콘텐츠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KT는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현대HCN 입찰에 참여했지만 유료방송 1위 사업자로서 셈법이 복잡하다.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을 3분의1로 제한하는 합산규제가 일몰된 덕에 족쇄는 풀렸지만 국회에서 사후규제 문제를 아직 매듭짓지 못한 상태다. 정부가 합산규제 일몰에 따라 제출한 후속대책 합의안은 별다른 논의 없이 맴돌고만 있다.

현재 KT는 IPTV 사업으로만 800만 가입자를 확보한 데다 이미 위성방송도 보유하고 있어 유료방송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로 꼽힌다. 따라서 합산규제가 사라졌더라도 추가 M&A에 대해 국회와 정부에서 우호적인 반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2개 유료방송 플랫폼을 가진 것만으로도 많은 견제를 받는 상황에서 케이블TV 플랫폼 확보에 나설 경우 상당한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 KT는 과거 딜라이브 인수 추진 과정에서도 이와 같은 이유로 케이블 M&A 잠정 중단을 선언했었다.

LG유플러스는 실탄에 여력이 없다. 지난해 8000억원을 들여 LG헬로비전 인수를 마친 참이다. 다만 경쟁사에 비해 재무여력이 없는 것일뿐 추가 M&A를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시장은 보고 있다. 현대HCN을 SK텔레콤에 빼앗기면 간신히 접어든 2위 자리도 내어줘야 한다. 반면 현대HCN을 직접 흡수하면 경쟁자를 확고히 따돌릴 수 있다.

SK텔레콤이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오르면서 경쟁사 입장에서는 입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호가를 높이고 경쟁사에 부담을 입히는 전략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3사 간 견제는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다. 실제 KT와 LG유플러스는 일찌감치 예비입찰에 참여했으나 SK텔레콤은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한 끝에 가장 마지막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관건은 가격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매각 구상과 원매자들의 베팅 전략 가운데 어떻게 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현대HCN 입찰에 뛰어들었다 해도 의중을 다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쟁사의 인수를 막기 위한 견제 목적도 있을 것이고 따라서 가격 조건을 쉽게 절충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권하영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