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②] ‘개정카드’ 꺼낸 정부, 21대 국회도 화답할까
-말 많고 탈 많은 단통법, 드디어 손 보나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단통법으로 잘 알려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 6년 만에 개정 수술대에 올랐다. 현재 정부가 단통법 개정 추진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남은 장벽이 많다. 이제 막 기지개를 켠 21대 국회에서 조속한 논의가 가능할지도 관건이다.
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통신사업자와 유통협회, 시민단체 및 전문가 등으로 구성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 협의회’(이하 협의회)를 올해 2월 출범한 이후 개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방통위는 “올해 들어 비대면과 대면회의를 포함해 6번 정도 협의회 논의를 거쳤고 7월까지 2~3회가량 추가 회의를 열 계획”이라며 “7월 중 협의회를 통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끝내면 하반기에 연내 목표로 개정안 구체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 혼란과 이용자 차별을 막기 위해 지난 2014년 10월 도입된 단통법은 그러나 그 취지와 다르게 오히려 요금 경쟁을 막고 차별을 유도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최근에는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동통신시장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전면 개선 필요성이 힘을 얻고 있다.
◆팔 걷어부친 정부, 장려금 규제 향방은=정부가 단통법 개정에 착수하긴 했지만 아직 방향은 구체화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협의회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 제도로 꼽힌다. 다만 통신사업자와 유통망, 소비자단체 등의 입장 차가 뚜렷한 상황이다.
장려금은 통신사·제조사가 단말기 판매를 유도하기 위해 대리·판매점에 지급하는 금액이다. 단통법 시행 이후 지원금 규모가 대폭 줄어들자 일부 유통망에선 장려금을 불법보조금으로 전용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단통법상 장려금 차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
협의회에서는 장려금을 명확히 공개하거나 사전 신고하는 신고제 도입 등이 거론됐으나 모두 녹록지 않다. 일각에선 장려금 상한제를 주장하기도 한다. 사업자들은 영업기밀인 장려금 공개를 꺼려하고, 신고제나 상한제 역시 시장경쟁을 제한시킨다는 우려가 있다.
방통위 단말유통조사과 관계자는 “장려금 차별 문제 외에도 공시지원금 경쟁 활성화, 사후규제를 통한 시장관리 등 이 3가지의 정책 조합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완전한 의견 일치는 어렵지만 현행 규제보다 나은 방향을 도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21대 국회, 단통법 개정 바통 이어받나=물론 정부가 가까스로 개정안을 내놓는다 해도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이미 20대 국회에서만 단통법 개정안이 30건 가까이 발의됐으나 대부분 계류됐다. 이달부터 임기를 시작한 21대 국회는 11월께나 법안심사를 진행한다.
다만 20대 국회에서 나온 단통법 개정안들이 21대에서 방향키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단통법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누적됐고, 미래통합당에서 ‘단말기호갱방지법’을 지난 총선 공약으로 내걸기도 한 만큼 이번 국회에서 개정안 논의에 속도를 낼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것 중 하나가 분리공시다. 이는 제조사 지원금과 통신사 지원금을 따로 공시하자는 것으로,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박주민 의원과 당시 무소속 신용현 의원이 주장했다. 지원금을 명확히 공개해 출고가 인하를 유도하자는 취지다.
분리공시는 단통법 제정 당시부터 논의됐으나 영업기밀 침해를 우려한 제조사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후 득실을 따지는 과정에서 통신사와 제조사들의 입장이 달라지며 지지부진해졌다. 다만 정부는 단통법 개정을 통한 분리공시제 도입 의지를 꾸준히 내비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이 발의한 ‘장려금 차별금지법’은 협의회의 장려금 규제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이 법안은 통신사가 유통망에 장려금을 부당하게 차등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 불법보조금 대란을 빚는 장려금에 명확한 규제 근거를 두자는 것이다.
완전자급제 도입 불씨도 남아 있다. 미래통합당의 총선 공약인 데다 지난 2017년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과 당시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 등이 직접 발의하기도 했다. 완전자급제는 제조사가 직접 휴대폰을 유통하고 통신사는 요금제만 판매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실효성에 대해선 사업자 간 의견이 엇갈린다. 의도대로 제조사와 통신사들의 경쟁을 촉발해 단말기 가격과 요금제를 낮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통신사향 유통업계의 생존권 호소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 또한 완전자급제 대신 자급제 활성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법 전면 폐지보다는 제도 보완에 초점을 두지 않겠느냐”며 “정부가 개정 의지를 밝힌 만큼 21대 국회에서도 단통법이 화두에 오르겠지만 쟁점을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이 많고 이들 간의 협의도 쉽지 않은 문제여서 난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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