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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①] 코로나19 속 불법보조금, 단통법 딜레마

최민지

2014년 10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은 단말기유통시장 투명성을 확보하면서, 소비자 간 차별을 막기 위해 시행됐다. 단통법은 올해로 6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전국적인 대란 형태의 불법보조금 살포 행위가 줄고, 선택약정할인 25%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 있다. 동시에 특수채널에서 발생하는 불법보조금 사태가 반복되고 있으며, 시장경제에 반하는 정책이라는 한계점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단통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현재 직면한 단통법 상황을 진단했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첫 5G 불법보조금 제재 일정이 또다시 미뤄졌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통신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5G 상용화 이후 벌어진 불법보조금 사태에 대한 제재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당초 지난 3월로 목표했던 전체회의 일정은 5월을 넘어, 오는 7월로 연기됐다. 현재도 스팟성 불법보조금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으나,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상황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단통법 딜레마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4월 5G 상용화 후 삼성전자 ‘갤럭시S10’ LG전자 ‘V50씽큐’에 대한 불법보조금 과열경쟁이 일어났다. 공짜폰을 넘어 택시비를 얹어주는 마이너스폰까지 나타났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방통위에 5G 불법보조금 조사를 촉구했고, LG유플러스는 지난해 7월 방통위 시장개입을 요청하며 SK텔레콤과 KT를 신고하기에 이른다. 단통법 사상 처음으로 통신사가 규제당국에 경쟁사를 신고한 사건이다. 업계에서는 5G 불법보조금에 대한 첫 제재인 만큼, 본보기식 처벌이 이뤄져 영업정지까지 부과하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나온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코로나19가 터졌다. 소비위축과 경기침체로 비상등이 켜졌다. 통신시장에도 영향이 미쳤다.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야심차게 등장한 ‘갤럭시S20’ 흥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재고도 계속 쌓였다. 유통망은 앞장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러한 가운데 주말마다 특수판매채널에서 게릴라성 불법보조금을 살포하며, 공짜폰 마케팅을 전개했다. 아이폰11, 갤럭시S20은 물론, 막 출시한 LG벨벳까지 10만원대에 풀렸다.

상황은 이렇지만, 방통위가 쉽사리 제재에 나서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전국적으로 광범위한 불법보조금 대란 수준이 아닐뿐더러, 자칫 잘못하면 시장을 더 냉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부가 통신업계에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5G 투자독려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행위는 오히려 투자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불법보조금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위반 사항이다. 불법보조금이라도 풀어 재고를 소진하고 신규단말을 판매하려는 상황을 그대로 둔다면, 불법을 묵인해 시장 활성화를 꾀한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단통법은 차별적인 보조금 정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방통위는 5G 불법보조금 제재를 앞두고, 최대한 쟁점이 생기지 않도록 검토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경기침체 상황과 단통법 위반 사이에서 신중한 결론을 내리겠다는 의미다. 방통위는 이달 사업자 의견조회를 받은 후, 이르면 7월 전체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오늘 또는 내일 통신사에게 의견조회를 통지할 예정으로, 이번 달 형식적인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사업자 소명도 받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검토를 거쳐, 7월경 전체회의에서 안건을 다루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용을 심도 있게 보고, 쟁점이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검토하다 보니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코로나19로 단통법 딜레마에 빠졌다고 보고 있다. 물론, 단통법 시행 후 대란성 불법보조금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이용자와 유통점 불만을 피하지는 못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위축된 시장을 더욱 옭아매고 있다는 우려다. 시장활성화를 꾀해야 하는 시점에 단통법 규제가 걸림돌이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침체된 유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 2월 방통위 중심으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 협의회’를 출범, 올해 하반기 중 단통법 개정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홍대식 서강대 교수는 “단통법은 사업자 본원적 경쟁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이제는 안정화 단계에 있으나, 사업자 경쟁활성화가 이뤄진 것도 아니고 이용자 불만도 해소되지 않은 어정쩡한 상태”라며 “극약처방에 가까운 현 제도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경쟁여지를 줄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판매점에 지급하는 간접 보조금과 이용자에게 지원하는 직접 보조금을 함께 규제해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단통법을 폐지하고 시장경제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통법은 가격 담합을 막는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고 시장경쟁질서를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자유시장 기본질서에 반하는 사회주의적인 규제법안인 만큼, 단통법을 폐지해야 한다”며 “잘 팔리는 방법대로 다양한 마케팅, 판매기법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보조금을 불법화해 똑같은 가격에 사라고 하니 오히려 비싸게 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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