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영 칼럼

[취재수첩] 단통법 6년의 명암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법’, 이른바 단통법이 시행 6년 만에 개정될 처지다. 정부는 통신업계와 시민단체 및 전문가들과 협의회를 꾸려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어려운 숙제인 만큼 쉽지 않은 논의가 예상된다.

이 협의회의 정확한 명칭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 협의회’로, 엄밀히 말하면 반드시 단통법 개정을 목표로 한 곳은 아니다. 실제로 협의회 내에서는 현행 단통법을 굳이 개정해야 하느냐는 회의론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단통법을 없애버리면 오히려 이용자 실익이 지금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물론 단통법이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하다. 도입 이후 하루에도 수시로 바뀌던 전국적인 대란 형태의 불법보조금 살포가 줄었다. 지원금 대신 매달 통신요금의 25%를 할인받는 선택약정 가입자도 2000만명을 넘어섰다. 100만원이 넘는 고가 프리미엄폰도 많지만 30만원대 중저가폰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빛보다 그림자가 커지고 있다. 불법이 사라지지 않는 대신 편법이 더욱 교묘해졌다. 제조사와 통신사가 유통망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이 불법보조금으로 전용된다. 덕분에 휴대폰 가격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고, 사람들은 숨은 성지와 좌표를 찾아다니기 바쁘다.

소비자들도 혼란스럽다.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있고 정보도 많은 일부 소비자는 공짜폰에 페이백까지 챙기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 소비자는 ‘호갱’이 된다. 이용자 차별을 막아야 할 규제기관의 관리감독도 유명무실하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로 선뜻 강력한 제재를 하지도 못하는 모양새다.

따라서 단통법 개정의 관건은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혹시 모를 불법에 대해 사후 관리를 강화하는 것일 테다. 불법으로 전용되는 지원금의 출처부터 명확히 밝혀야 한다. 제조사 지원금과 통신사 지원금을 구분하는 분리공시제도 한 방법이다. 이미 벌어진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봐주기식 처분이 아닌 엄벌이 필요하다.

다행히 협의회에서도 여기에 방점을 찍고 있는 듯 하다. 방통위 한 관계자는 “지원금 경쟁 활성화, 판매장려금 차별 완화, 시장에 대한 사후규제 확립 등 3가지의 정책 방향 가운데 가장 조화로운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완전한 의견 일치는 어렵지만 적어도 지금 단통법보다는 나은 결과를 도출하겠다는 의지다.

모두가 만족하긴 어려울지 모른다. 대신 모두가 불법을 뿌리뽑는 데 함께 나서야 한다. 감독기관의 철저한 모니터링 아래 사업자들은 지원금보다는 제품과 서비스 경쟁에 집중하고, 소비자들도 보조금 차별 대신 공정한 시장 경쟁을 촉구해야 한다. 이번 단통법 개정안이 부디 그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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