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n번방 방지와 프라이버시 보호, 균형점 찾는 논의 시작해야”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정부는 지난 12일 제7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공공기관 민원인의 개인정보 관리 개선방안을 심의·확정했다. 미흡했던 사회복무요원에 의한 개인정보 취급 등을 강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정부 관계 부처는 n번방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는 제20대 국회 막바지에 통과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하 정보통신망법’ 등에 이은 조치다.

‘n번방 방지법’이라는 명목으로 추진된 해당 법안들은 부가통신사업자가 불법음란물 유통 방지에 초점을 뒀다. 촬영된 사진, 영상 등이 온라인상에 유통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동영상의 고윳값인 ‘DNA’를 이용해 온라인상에 유통되는 불법음란물을 추적하고 유통을 막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자에게 과도한 의무 부과 ▲해외 사업자 규제 못해 실효성 부족 ▲국내 사업자의 역차별 우려 ▲불법음란물 유통 방지 과정에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등의 논란을 불러왔다.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대통령령으로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를 지우고 이러한 조치를 하지 않은 사업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시민단체인 오픈넷은 “n번방과 같은 범죄 재발을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유통 방지 의무를 지운다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하지만 해당 문언은 헌법상 원칙인 죄형법정주의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이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카카오톡 등 비공개 대화방은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누차 강조해 왔다. 공개된 커뮤니티, 게시판 등만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픈넷은 “또 불법음란물 유통을 막기 위한 키워드, 해시값/DNA 필터링 등은 사업자가 불법촬영물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이용자가 공유하는 정보를 모두 들여다 봐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정보매개자인 플랫폼이 이용자가 올리는 모든 콘텐츠를 확인하도록 하는 ‘일반적인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사적 검열을 강화해 이용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n번방 방지법의 입법 취지와 그 필요성은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의 개정법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 행정부인 방통위원장의 구두 해명은 법률의 위헌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이는 입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제21대 국회가 하루빨리 개정 논의를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한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률 전문가는 “n번방 방지를 위한 필터링 적용은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며 “n번방 방지와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2개 가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의 활용과 보호가 반비례하는 것처럼, n번방 방지를 위한 필터링 적용과 프라이버시 보호도 반비례한다.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없이 n번방 재발 방지나 불법음란물 유통을 막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런 현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납득 가능한 균형점 찾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이종현
bell@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