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영 칼럼

[취재수첩] OTT 이용자의 인내심은 짧다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만큼 이용자들의 변덕이 심한 곳이 또 있을까.

국내외를 불문하고 OTT 이용자들은 그때그때 재미있는 콘텐츠를 따라 철새처럼 이동한다. 실제 미디어미래연구소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주름잡고 있는 미국만 해도 매해 가입자 다섯명 중 한명꼴로 OTT를 바꾸고 있다. 여러 OTT를 동시에 보는 사람도 절반이 넘는다. 물론 한국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최근 국내 OTT 시장이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클릭의 월간통합순이용자수(MAU)를 보면 웨이브와 티빙이 격전을 벌이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성적은 티빙의 승리로 끝났다. 올해 들어 ‘슬기로운의사생활’이나 ‘부부의세계’처럼 CJ ENM과 JTBC 드라마가 연타를 친 덕분이다.

웨이브의 표정은 좋지 않다. 최근 나오는 OTT 관련 지표들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이에 웨이브 측은 “월별 순이용자 수는 신작 콘텐츠의 인기에 따라 등락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유료가입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매번 이용자들의 선택에 일희일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일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거꾸로 보면 웨이브의 콘텐츠가 이용자를 끌어모으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니까.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웨이브가 내놓은 굵직한 대작 오리지널 콘텐츠는 고작 두 편에 불과하다. 올해에만 600억원, 2023년까지 3000억원을 콘텐츠에 투자하기로 했으니 갈 길이 멀다.

반면 넷플릭스는 대형 글로벌 콘텐츠부터 한국 오리지널 ‘킹덤’ 시리즈와 ‘인간수업’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연달아 신작을 내놓고 있다. 곧 CJ ENM과 JTBC의 새 OTT 연합군이 등장하면 콘텐츠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미 새로운 포맷의 다수 콘텐츠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티빙 연합도 만만치 않은 적수다.

게다가 콘텐츠 경쟁만이 전부가 아니다. 넷플릭스의 경우 과거 오리지널 편수가 적었던 시절부터 AI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효율적으로 이용자들을 포섭했다. 지상파3사가 뭉친 통합 플랫폼인 웨이브는 이미 상당한 예능·드라마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 따라 도입하겠다던 추천 서비스는 감감무소식이다.

웨이브의 지적대로 히트작이 나오는 시점을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가지고 있는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이용자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넷플릭스는 그래서 콘텐츠를 시청하고 줄거리와 분위기, 등장인물의 특성 등을 꼼꼼하게 기록하는 ‘태거’들까지 고용해 실제 큐레이터 역할을 맡기기도 한다.

글로벌 협력도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한다. 웨이브는 최근 미국 컴캐스트 자회사 NBC유니버셜과 콘텐츠 수급 계약을 맺었다. 향후 콘텐츠 공동제작에도 힘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출범 당시 ‘외산 OTT 대항마’ ‘토종 OTT’를 자처했던 모습을 떠올리면 반가운 소식이다. 티빙 연합도 넷플릭스와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OTT 이용자들의 인내심은 그리 길지 않다. 이들의 변덕을 잡아야 성공한다. 경쟁력 있는 신규 콘텐츠로 새로운 가입자를 유치하고, 지나간 콘텐츠도 다시 보게 하는 시스템으로 장기 가입자를 최대한 묶어둬야 산다. 이것이 넷플릭스가 걸어온 가장 성공적인 OTT 모델이며, 웨이브를 비롯한 다수 OTT가 걸어가야 하는 길이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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