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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확률형 뽑기 vs 월정액’ 클라우드가 이끈다

이대호
넘쳐나는 정보 속 쉬이 지나칠 수 있는 기술 이슈를 재조명합니다. 뛰어난 기술과 함께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정보기술(IT) 현안을 분석하고 다시 곱씹어볼 만한 읽을거리도 제공합니다. 기술과 세상이 만나는 지점을 따스한 시각으로 ‘클로즈업’하는 연중 기획을 진행합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대다수 국내 게임기업이 2020년 2분기, 전년동기 대비 성장세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예상치 못한 변수였으나, 결과적으로 호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주목할 변수가 또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상의 변수다. ‘클라우드 게임’이다. 수년 전 등장했지만 굼뜬 조작 반응 등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져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 등장한 클라우드 게임은 상당히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클라우드 게임이 국내 게임업계엔 위기가 될 수 있다. 클라우드 게임에선 수천원의 월정액으로도 블록버스터 콘텐츠를 무제한 즐길 수 있어서다. 기술적 완성도가 더욱 올라온다면 위기가 구체화될 수 있다.

◆통신3사 ‘클라우드 게임’ 대전

지난 12일 KT가 클라우드(스트리밍) 게임 시장에 본격 참전을 알렸다. 자체 구독형 스트리밍 게임 ‘게임박스’를 내놓고 100만 가입자 달성을 목표했다. 현재 SK텔레콤이 MS와 손잡고 ‘엑스클라우드’를, LG유플러스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지포스나우’를 서비스 중이다.

클라우드 게임은 클라우드 서버에서 게임을 구동한 뒤 영상을 실시간 스트리밍 전송하는 서비스다. 이때 게임 사용자경험(UX) 측면에선 빠른 속도보다는 ‘지연시간(레이턴시) 최소화’가 가장 중요하다.

서버와의 통신이 잦은 만큼 통신 품질이 일정하지 않거나 지연시간이 늘어날수록 게임 캐릭터가 조작 시점 대비 반 박자 느리게 움직이는 등 조작 지연 사례를 경험할 수 있다. 그동안 클라우드 전송 과정에서 게이머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할 만큼, 상당한 지연시간이 발생했다. 클라우드 게임이 플랫폼 장벽을 허물 신기술로 주목받으면서도, 설치형 게임의 아성엔 도전하지 못한 이유다.

그러나 최근 나온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에선 호평이 감지된다. KT 클라우드 서비스도 설치형 게임 수준엔 미치지 못하지만, 모바일 기기 화면에서 게임 품질 저하를 크게 체감하지 못할 설정에서 실시간 대전 액션 장르도 충분히 즐길 정도가 된다는 평가가 올라오고 있다.

◆확률형 뽑기보다 강력한 ‘월정액’

클라우드 게임이 대중의 호평을 받는 수준까지 서비스 품질이 올라온다면, 탄력을 받아 고성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상당한 이점을 가졌기 때문이다.

KT 게임박스의 경우 넷플릭스와 같은 구독형 상품이다. 월 9900원으로 100여종 게임을 무제한 즐길 수 있다. 연말까지 이벤트 가격인 월 495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주요 게임으로는 보더랜드3, NBA2K20, 마피아3,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마블슈퍼히어로즈 등이 있다. KT는 매월 10개 이상의 인기 대작 게임을 추가해 연말까지 타이틀을 200개로 확대한다.

9900원(이벤트가 4950원)에 이 정도 구성이라면 기존 게임업계에서 봤을 땐 파격적이다. 확률형 뽑기 아이템 위주의 사업 구조가 자리 잡힌 국내 게임업계 입장에선 위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월 수십,수백만원을 쓰는 고액 결제층은 아니어도 상당수 이용자들이 클라우드 게임에 눈 돌릴 수 있다. 월 1만원을 쓰지 않고도 블록버스터급 게임을 무제한 즐길 수 있어서다.

◆국내 게이머들도 ‘가성비’에 눈뜰까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2020년 5·6월호)’ 보고서엔 재미있는 분석이 있다. 흔치 않게 ‘게임 가성비’의 문제를 짚었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의 줄임말로 소비자가 치른 가격 대비해 제품이나 서비스가 얼마나 성능이 뛰어난지, 얼마나 큰 효용과 가치를 주는지 따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앞서 클라우드 게임은 가성비가 뛰어난 편에 속한다.

국내 게임업계 입장에선 가성비가 잠재적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이용자가 한정된 시간과 돈 등의 자원을 어디에 쓸 것인가를 두고 우선순위를 정할 때 클라우드 게임은 물론이고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어서다.

넷플릭스 이용자들은 4K UHD(초고화질)를 지원하는 가장 비싼 요금을 사용해도 친구와 가족끼리 비용을 분담하면 한달 4000원 미만으로 실질 요금을 낮춰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웬만한 모바일게임의 기본 투자금보다 덜 내게 된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선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에 눈뜬 사람들이 게임 플레이 시간을 비디오 시청으로 대체한다면, 중소 개발사와 업체들은 더욱 쉽지 않은 경쟁 상황을 접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는 유튜브 등 비(非)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는 시장조사 결과도 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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