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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T] LTE도 문제 없다? KT 스트리밍 ‘게임박스’ 해보니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이 정도면 할 만 한데?”

KT가 자체 구독형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인 ‘게임박스’를 지난 12일 출시했다. 스트리밍 게임은 디바이스 자체에 게임을 내려받지 않고 클라우드 서버에서 게임을 구동하는 방식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고 끊김 없이 전송할 수 있는 5G 네트워크에 최적인 서비스다.

KT 게임박스는 그러나 5G가 아닌 LTE 가입자도 이용할 수 있다. KT는 지난해 말 ‘KT 스트리밍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첫 시범 서비스를 했을 당시 5G 전용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올해 4월부터는 베타 버전을 통해 LTE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게 개방했다.

이와 관련 권기재 KT 5G서비스담당 상무는 “고객 경험과 만족 측면에서 ‘5G 온리(Only)’만 한다는 건 지극히 공급자 마인드라고 생각했다”며 “올 초 테스트를 통해 웬만한 정도는 LTE로도 충분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웬만한 정도’란 720p 수준 해상도를 갖춘 게임으로, 1080p 이상 고해상도 그래픽 게임에선 5G 서비스가 가장 특화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LTE폰 ‘갤럭시노트9’과 5G폰 ‘갤럭시S20’을 통해 각각 KT 게임박스를 직접 이용해봤다. 세계적인 게임 개발·배급사 2K의 농구게임 ‘NBA 2K20’, 일본 SNK의 대전격투게임 ‘킹오브파이터즈13’, FPS게임 ‘바이오쇼크’, 인디게임 ‘데드셀’을 차례대로 플레이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LTE와 5G폰 모두 어느 해상도에서도 플레이 경험은 나쁘지 않았다.

게임박스의 UI·UX는 상당히 심플하다. 앱을 실행하자 홈 화면이 나왔고, ▲신규게임 ▲인기게임 ▲숨겨진 명작게임 ▲인기급상승 게임 ▲2P 지원게임 등으로 나누어 다양한 게임 썸네일을 보여준다. 그중 게임 하나를 탭하고 곧바로 뜨는 플레이 버튼만 누르면 게임 시작이다. 첫 로그인만 거치면 게임 플레이까지 최소 2번의 클릭만 하면 된다.

사실, 가장 먼저 접속을 시도했던 게임은 실험 삼아 눌러본 플랫포머 게임 ‘드라고디노’다. 그런데 이게 웬일, 시작하자마자 ‘게임 서비스를 실행할 수 없습니다’라는 접속 오류 화면이 떴다. 두 번 세 번 접속하길 계속, 수십초가 흐른 뒤 다행히 게임 접속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혹시 오류가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지만 이후로 재발은 없었다.

스포츠게임인 NBA 2K20에 접속했다. 게임 플레이 시 기본 해상도는 720p로 맞춰져 있다. 우선 플레이해봤다. 콘솔·PC에 익숙하다면 개인차는 있겠지만 5G폰으로도 충분히 발빠른 플레이가 가능했다. LTE폰의 경우 대체로 플레이에 무리는 없었지만, 5G와 비교해 어딘가 속도가 느리고 반응이 매끄럽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이번엔 1080p로 해상도를 높여 설정한 후 재실행했다. 희박했지만 LTE에서는 일부 응답속도가 끊기는 현상도 발생했다.

추억의 대전게임 킹오브파이터즈13을 해봤다. 역시 5G 대비 LTE폰으로 실행했을 때 반응속도가 느린 감이 있었다. 가상 게임패드만으로는 화면상 커맨드 입력이 잘 먹히지 않았다. 설정 화면에서 게임패드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DIY 기능은 확실히 유용했다. 상하좌우 이동과 공격·방어용 버튼 중심으로 재설정했더니 비로소 플레이가 손에 익기 시작했다.

1인칭 슈팅액션 게임인 바이오쇼크는 플레이 경험이 좀 더 쾌적했다. PC 버전에 비해 그래픽 품질은 ‘중’ 수준으로 기본 해상도 역시 720p에 맞춰져 있었지만, 해저도시를 배경으로 한 그래픽을 모바일로 자연스럽게 옮겼다는 점에 일단 감탄이 나왔다. 명작 FPS 시리즈답게 부드러운 전개가 뒷받침되자 몰입감이 상당했다.

인기 대작 게임들 외에 인디게임으로도 눈을 돌렸다. 게임박스는 장르별 화면에서 인디게임 카테고리를 별도로 두고 있다. 처음 접하는 게임이라도 마음 편하게 체험해볼 수 있는 것이 월정액 서비스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인디게임 장르에서 가장 첫 번째 순서로 뜬 데드셀을 실행했다. 간편한 조작법과 단순한 플레이로 예상 외의 재미를 줬다.

요컨대 스포츠나 대전게임처럼 플레이 속도가 빠르고 반응이 재깍 이뤄져야 하는 게임일수록 LTE 서비스로 이용할 때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콘솔·PC에 익숙하거나 소소한 응답 속도에도 민감한 헤비 이용자가 아니라면 큰 무리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정도다. 다만 고해상도라면 일부 레이턴시(속도지연)를 느낄 수도 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존재감 없는 AI 추천 기능이다. KT는 대작 게임부터 인디 게임까지 아우르는 게임박스의 특성상 취향에 맞는 게임을 찾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고객을 위해 AI 추천 서비스를 마련했다. 이용자의 성별·연령·게임이력 등을 분석해 게임을 분류하고, 이용패턴이 비슷한 유저가 즐긴 게임을 추천하는 식이다. 하지만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일까. 별도의 ‘게임 추천’ 카테고리가 아예 없었던 데다 이렇다 할 추천 기능도 체감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게임박스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월정액으로 100종 이상의 게임을 무제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게임박스의 월 구독료는 9900원, KT는 올해 말까지 가입 시 절반가인 월 4950원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달 10개 이상의 인기 대작 게임을 업데이트해 제공 게임을 연말까지 200개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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