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중국 미호요가 지난달 말 출시한 ‘원신’이 국내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성공하면서 한국 게임들이 비교되는 모양새다. 중국산 게임이 잘나간다 했지만, 원신의 흥행은 세간의 예상을 훌쩍 넘어 저만치 앞서간 형국이다.
원신은 권역별 순차 출시가 아닌 글로벌 원빌드(중국 제외)로 세계 시장에 한 번에 출시됐다. 게다가 PC와 콘솔, 모바일로 교차 플레이가 가능한 멀티플랫폼 게임이다. 콘텐츠를 들여다봐도 놀랍다. 자동진행 요소를 버리고 세계 시장을 겨냥했다. 기존 중국산은 물론 한국 게임에서 볼 수 있던 노골적인 과금 유도도 없다. 닌텐도 젤다의전설 짝퉁 평가가 나오지만, 일본에서도 흥행하면서 이 같은 논란도 잠잠해졌다.
게임 이용자들은 원신에 대한 칭찬 일색이다. 게임 스토리와 그래픽 품질, 음성더빙(목소리녹음) 등 나무랄 데가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모바일에서 고사양 기기를 요구하다 보니 볼멘소리가 감지되는 정도다. 최근 이 정도로 좋은 반응을 끌어낸 중국산은 물론 한국 게임이 있었나 생각해보면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원신의 파죽지세 흥행으로 한국 게임이 구석에 몰린 모양새다. 그러나 곧바로 연말에 반격을 노린다. 블록버스터 흥행을 겨냥한 한국 게임들이 줄줄이 출시를 앞뒀다. 위메이드 ‘미르4’, 넷마블 ‘세븐나이츠2’, 엔씨소프트 ‘블레이드&소울2(블소2)’ 등이다. 모두 유력 회사들이 개발 중이다. 이 중 넷마블의 세븐나이츠2는 구체적인 영상이 공개돼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글로벌 원빌드, 멀티플랫폼 동시 대응 등 원신이 일군 모험적 시도는 연말 대형 출시작들도 넘보기 힘든 성과다. 이 부분에선 한 수 접고 들어간다지만 콘텐츠 측면에선 얼마든지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혁신을 도모할 수 있다. 경영진의 판단이 중요하다.
수년째 국내 모바일 매출 1등 자리를 놓치지 않는 엔씨의 차기작 블소2는 어떨까. 리니지 모바일 시리즈의 강한 과금모델(BM)과는 거리를 둘까. 엔씨는 블소2를 20~30대 이용자 타깃으로 오픈월드 구조, 원작의 액션 스타일을 살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회사가 과감한 변화를 시도할지 리니지 시리즈를 잇는 안정적인 행보를 이어갈지가 시장 관심사다.
한국 게임에 대한 게임 이용자들의 평가는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중국산 게임에서 예상 밖의 재미를 찾고 기술적 진보를 체험한 까닭이다. 한중 게임은 비슷한 특징을 지녔기에 곧잘 비교된다. 한국 게임업체들이 충분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지만, 연말 출시작들이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씁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리라 본다. 한국 게임들이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