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정책

[포스트 공인인증서 ③] 전자서명 기술주들 빛 볼 수 있을까··· ‘글쎄’ 낙관 일러

이종현

지난 10일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공인인증제도가 폐지됐다. 기존 공인인증서는 ‘공동인증서’로 이름을 바꿔 여느 민간인증서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상황이다. 장기간 한국 전자서명을 독과점하던 공인인증제도 폐지의 의미와 향후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공인인증제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전자서명법이 개정됨에 따라 블록체인이나 생체인증 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전자서명 기술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정보인증, 한국전자인증, 라온시큐어, 드림시큐리티 등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은 ‘전자서명 테마주’로 불리며 주목받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개정법 시행 이후 이들 기업의 주가는 하락 추세로 전환됐다. 대부분의 관심이 이동통신3사의 ‘패스(PASS)’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인증서, 토스 인증서, 네이버 인증서 등 중견·대기업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술적인 우열의 문제보다도 공인인증제도 폐지의 주도권을 쥔 것은 웹사이트나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 공급자이기에 생기는 현상이다.

전자서명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이 새로운 인증서를 내놓더라도 공공기관이나 이동통신사, 금융기관 등이 해당 인증서를 선택하지 않으면 활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브랜드 파워가 큰 국내 이동통신3사나 카카오, 토스, 네이버 등 제각각 자신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 인증서 사업에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같은 값이라면 그래도 브랜드가 있는 제품을 시장은 선호한다. 전체 시장을 이끌어가는 것은 규모가 있는 기업의, 혹은 그런 기업과 협력한 인증서가 되는 것이 자스러운 흐름이다.

그렇다면 전자서명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은 공인인증제도 폐지의 수혜를 누리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지만 현재로선 기대를 걸기에도 일러 보인다.


기존 공인인증서의 독주 체재에서는 새로운 전자서명 기술이 등장하기가 어려웠다. 서비스 공급자 입장에서는 법으로 지위를 보장하는 공인인증서가 있는데 굳이 새로운 전자서명 기술을 도입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자서명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배경이다.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것으로 예견되는 패스, 카카오페이 인증서 등의 민간인증서는 공인인증서만큼의 시장 지배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공인인증서를 완벽히 대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시장 구석구석에 틈새가 생길 것으로 예견되는 가운데 중소기업들이 활약할 수 있는 상황은 마련됐다.

급속한 비대면(언택트) 전환도 예상되고 있다. 공공·금융 등 오프라인에 치중됐던 서비스가 온라인화되면서 전자서명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표면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대다수 비대면 서비스 뒷단에서는 전자서명 기술이 동작한다.

또 전자서명 기술을 가진 기업이 개별적으로 인증 사업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동통신3사의 본인인증 애플리케이션(앱) 패스는 핀테크 보안기업 아톤의 기술이 활용됐다. 플랫폼을 갖춘 기업들이 유망한 전자서명 기술을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형태로 제공하는 등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인인증제도 폐지로 국내 전자서명 시장이 커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로’ 커질지는 미지수다. 시장 전망을 분석할 만한 구체적인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관련 기업들도 “커지긴 할 텐데 어느 정도일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 수혜를 누린다고 하더라도 파격적인 성장은 어렵다는 것이 산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한해 매출액 200~300억원이던 기업이 2배, 3배 성장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과도한 주가 폭등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변화는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는 내년 초부터 ‘모바일 공무원증’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2년에는 운전면허증도 모바일로 전환하는 등의 변화가 예고된 상태다. 여기에는 전자서명 기술이 활용될 수밖에 없다.

전자서명 관련 사업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술 보유 기업들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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