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한국 이용자는 ‘호갱’이 아니야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글로벌 외국계 기업들의 갑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 수익을 챙기면서도 한국인 이용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지적은 계속 제기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으로 불매 운동까지 벌어진 ‘옥시’, 환불 금지 조항을 넣은 배송서비스 불공정 약관으로 논란을 빚은 ‘이케아’, 배출가스 성적서를 위조하고 한국 소비자 피해 보상에 모르쇠로 일관한 ‘폭스바겐’, 국내 중소기업에 불공정 계약을 강요한 ‘돌비’ 등 내로라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갑질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이후 정부와 국회에서 피해 방지를 위해 숱한 법안과 정책, 대응안을 내놓았으나 여전히 한국 소비자를 ‘호갱’으로 취급하는 일들은 다반사다. 최근에는 애플과 구글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빅서 게이트’로 알려진 애플스토어 사후서비스(AS) 고객경험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A씨가 2014년형 맥북 프로 레티나 모델 수리를 위해 엔지니어와 상담 과정에서 책임자를 불러 달라 요청하자 “매니저가 미국인인데, 영어할 줄 아느냐”라고 대응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애플은 서울 신사동‧여의도에 위치한 애플스토어만 직영 서비스센터로 운영하고 있어, AS 대응이 상대적으로 부실할 수밖에 없다. 대리점을 통해 수리를 대행한 공인서비스센터 수를 합쳐도 삼성전자‧LG전자 공식 수리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애플은 통신사를 상대로 광고비 떠넘기기 혐의를 받기도 했다. TV에서 볼 수 있는 아이폰 광고 비용 부담을 통신사에 모두 전가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사에 착수했고, 애플은 상생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재 없이 사건이 종결됐다며 면죄부라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구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앞서 구글은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자 중도해지를 제한하고 서비스 중요 내용을 알리지 않아 방통위 과징금 제재를 부과받은 바 있다.

지난 14일 유튜브, 지메일 등 구글이 운영하는 서비스가 1시간가량 먹통이 됐다. 구글 서비스 인증 시스템 장애로 로그인이 필요한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다. 이날 구글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로 수업을 진행해온 미국 조지아주 학교들은 휴교까지 해야만 했다. 유튜브 프리미엄처럼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입자들 원성도 상당했다. 이틀전인 12일에도 2시간가량 유튜브 접속 오류가 있었다.

이는 지난 10일부터 시행된 ‘넷플릭스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저촉되는 행위다. 그런데도 구글은 한국어 안내는 하지 않았다. 이에 방통위는 서비스 중단 때 이용자 고지 의무 기준시간을 4시간에서 2시간으로 단축하고, 한국어 안내 조치를 강화하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2018년 통신장애 당시 730만명 피해 이용자에 이틀치 요금을, KT는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인한 통신장애 피해 고객에게 1개월치 요금을 보상했다. 그러나 이들 글로벌 IT기업들은 보상은커녕, 사과조차 제대로 하지않고 있다. 구글은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로 국내 상당수 트래픽을 발생시키며 인터넷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세금 회피 의혹은 물론 망 사용료도 내지 않고 있다.

이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횡포에 맞서 국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규제 사각지대를 없애는 한편,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한국 이용자는 호갱이 아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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