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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폰쇼핑!②] TV에서 모바일로…홈쇼핑 업계 무대 바꾸는 이유

이안나
TV 앞에 앉아 리모콘으로 주문·결제하던 소비자들 시선이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모바일 쇼핑 소비자들 수요는 단순히 상품 나열에 그치지 않는다. 영상을 통해 상품을 자세히 들여다보고(라이브커머스) 검증된 셀러들이 트렌드·안목에 따라 제품을 선별해주길(맞춤형 큐레이션) 원한다. TV홈쇼핑은 성숙기에 접어든 반면 송출 수수료는 매년 올라간다. TV에서 모바일로의 이동은 홈쇼핑 업계 위기이자 기회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홈쇼핑?폰쇼핑!' 기획을 통해 변화되는 홈쇼핑 업계 모습을 분석하고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 변해가는 쇼핑 환경 대응해 모바일 프로모션·방송 강화…네이버·카카오와 경쟁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비대면 문화 확산에 따라 유통산업 전반에서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홈쇼핑 업계는 TV를 통해 물건을 구매하던 중장년층을 모바일로 자연스럽게 이동시키면서 동시에 2030세대까지 끌어올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게 됐다. 동시에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다.

4일 홈쇼핑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쇼핑이 성장하면서 홈쇼핑 사업 주요 무대도 TV에서 모바일로 축을 옮겨가는 추세다. 이는 홈쇼핑 업계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위기감의 반영이기도 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국내 홈쇼핑방송 환경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홈쇼핑에서 디지털(모바일·온라인)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49%로 처음 TV(47.9%)를 넘어섰다. 지난해 2~4분기에도 디지털 채널 비중은 50% 이상을 상회하며 TV보다 높은 비중을 이어갔다. 홈쇼핑 업체들이 변해가는 쇼핑 환경에 대응해 모바일 프로모션 확대, 라이브커머스 방송 제작을 늘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동일한 TV홈쇼핑 상품이라 하더라도 리모콘 및 유선 전화 구매 비중보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구매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홈쇼핑업체들은 속도 차이는 있지만 모바일 부문 사업 강화는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모바일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들은 ‘홈쇼핑’ 이름부터 지우고 있다. CJ ENM이 운영하는 CJ오쇼핑은 오는 10일 TV홈쇼핑, 인터넷쇼핑몰, T커머스에 사용하던 각각 브랜드를 CJ온스타일 하나로 통합해 선보인다. 모바일 취급고 비중이 TV를 넘어서자 2017년부터 모바일 사업을 운영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GS홈쇼핑은 지난해 모바일 취급액이 전체 취급액 중 56.3%로 절반을 넘어섰다. 일찌감치 모바일에 주력해 홈쇼핑이란 이름 대신 ‘GS샵’이라는 브랜드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는 7월 GS리테일과 합병 후 5년간 1조 원을 디지털 부분에 투자에 취급액을 4배 이상(1.3조→5.8조)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GS홈쇼핑 관계자는 “합병 후에도 통합 온라인 플랫폼 ‘마켓포’와 별도로 GS샵 앱 운영을 지속해 고객 접점을 늘려갈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통합 회원관리 서비스도 계획 중이다”고 전했다.

현대·롯데·NS홈쇼핑은 아직까지 모바일보다 TV채널 취급액이 더 높은 편이지만 모바일 사업 강화에 동참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최근 모바일 앱 개선 작업을 통해 상품 할인 정보에 대한 전달 기능을 강화하고 TV·모바일 방송 상품을 한 번에 확인하는 온에어 메뉴를 추가했다. 롯데홈쇼핑은 콘텐츠 차별화를 위해 조직을 재구성하고 모바일TV 채널명을 ‘엘라이브’로 변경했다. NS홈쇼핑도 모바일 프로모션·라이브방송을 진행 중이다.


특히 라이브커머스 방송은 홈쇼핑 업체들이 보다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영역이다. 자체 보유한 방송 제작 기반 및 생방송 진행 경험을 바탕으로 신산업에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TV홈쇼핑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정체된 반면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4000억원 규모에서 올해 2조8000억원으로 급성장 중이다.

다만 라이브커머스는 TV홈쇼핑과 같은 방송 영역이라 할지라도 성격이 크게 달라 이에 따른 상품 기획 및 연출이 필요하다. 라이브커머스는 TV홈쇼핑과 유사하지만 실시간으로 판매자와 소통하며 쇼핑하는 것이 큰 차이다. 재미와 정보제공 두가지를 모두 갖춰야 한다.

TV홈쇼핑은 특정 제품이 전국 단위로 1~2시간 가량 방송되는 만큼 대규모 물량 확보가 필수다. 반면 라이브커머스는 TV홈쇼핑 대비 소규모 물량으로 판매할 수 있다. 명품처럼 인기는 높지만 물량이 적은 품목에 적합하다.

또 TV홈쇼핑을 중장년층이 주로 이용하는 반면 라이브커머스를 즐기는 연령층은 2030세대다. 이 때문에 홈쇼핑사 라이브커머스 방송은 20~50대까지 폭넓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두가지 과제를 남긴다. TV에 익숙한 고객을 모바일로 끌어오면서 홈쇼핑에 생소한 젊은 층들이 매력적으로 느낄만한 요소를 제공해야 한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TV에 익숙해져 있는 고객을 모바일로 넘어오도록 만드는 게 쉽지는 않다”며 “TV·유선전화 고객에겐 모바일 이용 시 혜택 등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안내하며 젊은 층을 유입을 위해선 인플루언서 커머스 등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쇼핑 업계가 라이브커머스 분야에 집중하게 되면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거대 플랫폼 기업들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게 된다. 네이버 ‘쇼핑라이브’는 작년 7월 출시 후 반년 만에 거래액이 2배 이상 늘고 1분기 누적 시청수 1억7000만, 누적 구매자수 170만명을 넘어섰다. 참여자 중 85%가 소상공인이다. 네이버가 오픈형이라면 카카오 쇼핑라이브는 폐쇄형에 가깝다. 하루 최대 5회 정도 방송하지만 카카오가 함께 기획하며 회당 조회 수는 평균 20만회로 높은 편이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과 다르게 입점부터 반품·환불까지 직접하기 때문에 라이브방송도 품질 좋은 서비스·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며 “아직 초기 단계라 정답은 없지만 시청 중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고정 프로 편성이나 이원생중계 등 다양한 연출 방법을 파일럿 형식으로 시도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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