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미국과 중국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중국 견제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도 강경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4일(현지시각) 반도체 배터리 등에 대한 공급망 조사를 마무리한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내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한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반도체 배터리 생태계 파트너로 우리 기업 협력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 최근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이 투자를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공장(팹) 등에 170억달러를 투입키로 했다. 입지와 조건 등을 협의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140억달러를 투자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5기가와트시(GWh)인 배터리 생산능력(캐파)를 2025년까지 75GWh로 확대할 예정이다. GM과 합작사 얼티엄셀즈는 2022년 35GWh 2023년 70GWh로 늘릴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22GWh 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 포드와 합작사 블루오벌SK도 설립했다. 블루오벌SK는 2020년대 중반 60GWh 캐파를 갖출 방침이다.
미국 현지 생산확대는 우리 경제에는 양날의 검이다. 미국 매출 확대는 긍정적이다. 국내 투자 및 일자리에는 부정적이다. 다른 국가의 투자 요구에 따라 영향의 강도는 변할 수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 유럽연합(EU) 등도 우리 기업 투자를 요청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미국과 중국에 각각 파운드리와 낸드플래시 팹을 SK하이닉스는 중국에만 낸드 팹을 운영 중이다.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해외 증설에 주력하고 있다. 현지 자동차 업체와 협력 및 비용 등을 감안한 판단이다. 투자 재원과 캐파는 한정적이다. 해외 몫이 늘면 국내 몫은 준다. 기술유출에 따른 장기 경쟁력 저하 걱정도 커진다.
지난 4월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액은 총 170억6000만달러다. ▲중국 80억4000만달러 ▲미국 21억3000만달러 ▲EU 10억9000만달러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생산이 늘면 수출과 국내 일자리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라며 “대기업이 가면 협력사 역시 가는 것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 기업은 성장해도 국내 경제는 약해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협력이 구체화할수록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사드) 사태처럼 비공식적으로 중국이 다양한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라며 “이를 방어할 수 있는 대비책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