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日도 반도체 생태계 재건 추진…TSMC '맞손'

김도현
- ‘파운드리 1위’ TSMC, 일본 반도체 공장 설립 검토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일본이 TSMC를 등에 업고 자국 반도체 활성화를 노린다. 연구개발(R&D) 시설에 이어 반도체 공장까지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 TSMC는 해외 생산거점 확대를 통해 반도체 기술력 및 현지 고객사 확보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11일 일본 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TSMC는 일본 내 반도체 생산라인 설립을 고려 중이다. 구마모토현에 12인치(300mm) 웨이퍼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일본은 지원책을 내세워 자국 내 TSMC 진출을 추진했다. TSMC는 일본 이바라키현에 R&D 시설을 마련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최근 강조되는 패키징 분야 연구가 이뤄질 예정이며 일본 경제산업성은 투자 비용 절반인 190억엔(약 2000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히타치와 아사히카세 등 20여개 현지기업이 이번 프로젝트에 동참한다.

현재 TSMC가 검토하는 방안은 16나노미터(nm) 및 28nm 라인을 세우는 것이다. 최첨단 공장은 아니지만 작년 말부터 공급난에 시달리는 각종 정보기술(IT) 기기와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용이한 공정이다.

공장 설립까지 현실화하면 양국 관계는 더욱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반도체 설계(팹리스) 강국인 미국처럼 고객사가 많지는 않으나 반도체 소재와 장비 등 협력사가 다수 포진돼 있다. 관련 분야에서 일본 업체가 독점하거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반도체 생태계가 탄탄한 조성된 나라다. ▲설계(미디어텍) ▲생산(TSMC) ▲패키징(ASE) 등 글로벌 업체가 즐비하다. 두 나라가 협업할 분야가 많다는 의미다.

일본이 TSMC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배경은 자국 반도체 업계가 침체했기 때문이다. 과거 세계 시장을 장악했던 일본 업체들이 하나둘씩 무너졌다. 2019년 말 파나소닉은 대만 누보톤에 반도체 관련 모든 지분을 넘기기로 결정했다. 네덜란드 필립스 기술 기반으로 반도체 자회사를 만든 지 67년 만에 사업 철수다. 엘피다메모리 파산·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적자 전환·키옥시아 지분 매각 등 악재가 이어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이 자국 반도체 시장 부흥을 위해 삼성전자 TSMC 등에 손을 내미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일본도 정부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자국 기업만으로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이례적으로 외국 기업에 SOS를 보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TSMC는 지난 5월 매출액 1113억1500만대만달러(약 4조4715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월대비 19.8% 전년동월대비 17.1% 오른 수준이다. 파운드리 호황에 힘입어 실적 상승세를 이어갔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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