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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커머스규제上] 새 먹거리인가 골목상권 침탈인가, 배달·유통업계 ‘긴장’

이안나
국내 퀵커머스 시장은 2019년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요마트’, 배달의민족 ‘B마트’ 시작으로 급성장한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 사이 경쟁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골목상권 침탈을 호소한다. 정치권에선 규제 검토에 착수했다. 배달·유통 기업들은 새 먹거리로 점찍은 퀵커머스 사업을 확장해갈 수 있을까. 떠오르는 퀵커머스 산업 규제 및 시장 상황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배달·유통업계 새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퀵커머스 산업에 규제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일부 중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선수이자 심판’으로 참여한 배달의민족 B마트, 쿠팡 쿠팡이츠마트 등이 유통질서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플랫폼 기업들은 신규 수요에 대응하는 퀵커머스를 규제하는 건 시대에 역행하는 흐름이라고 반박했다. ‘상생’이 플랫폼 기업 필수 과제로 떠오른 만큼 이들이 소상공인과의 갈등을 해소하고 신사업을 지속 키워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쿠팡 비대위, 퀵커머스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 준비=26일 자영업자 단체로 구성된 쿠팡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퀵커머스를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는 요구를 담은 서류를 1~2주 내 동반성장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특정 업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대기업들은 3년간 관련 사업 인수‧개시·확장을 권고받거나 금지된다.

쿠팡 비대위 관계자는 “자영업자들도 공공플랫폼 등을 통해 퀵커머스에 진출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플랫폼이 없다”며 “오히려 플랫폼 회사들이 직접 시장에 진출해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런 규제가 없는 퀵커머스 때문에 기존 규제 틀에 있던 대형마트들도 형평성을 위해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새롭게 등장한 퀵커머스를 규제하는 게 기존 유통질서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퀵커머스는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을 시작으로 근래 스타트업과 유통 대기업까지 참전하며 대규모 투자와 합종연횡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중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퀵커머스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고 반발한다. 자영업자들이 급격히 커가는 퀵커머스에 대응할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우선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을 진행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플랫폼 “퀵커머스는 시대 변화에 따른 신규 수요 대응”=하지만 플랫폼 기업들은 오히려 퀵커머스가 기존 시장 침탈이 아닌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 배달의민족, GS리테일 외에 오아시스마켓과 메쉬코리아가 합작해 만든 퀵커머스 플랫폼 ‘V마트’도 연내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새로운 수요를 겨냥해 신규 진입자들이 지속 생겨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8일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 참여했던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퀵커머스는 지금 당장 외출이 곤란할 때 비싼 배달비를 지불하고서라도 즉시 배달하는 서비스”라며 “이 서비스가 동네 마트나 동네 편의점 수요를 잠식하는게 아니라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른 배달업계 관계자도 “소상공인 온라인화를 돕고 이들이 배달업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이 돼야지, 플랫폼 서비스 자체를 규제하는건 근본적 해결방안이 아닐뿐더러 결국 국내에선 신산업이 발전하기 어렵게 된다”고 전했다.

◆퀵커머스 시장에도 ‘상생’ 모델 탄생할까=한편 유통업체 GS리테일도 새 먹거리로 퀵커머스를 점찍은 상태다. 올해에만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요기요), 메쉬코리아(부릉) 등 퀵커머스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GS수퍼마켓(GS더프레시) 퀵커머스 서비스 ‘우동마트(우리동네마트)’도 운영 중이다. 다만 GS리테일이 B마트·쿠팡이츠마트와 달리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서 벗어나있는 이유는 해당 서비스를 편의점·슈퍼마켓 가맹점을 운영하는 중소상공인들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가맹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기업인만큼 가맹점과 가맹경영주를 위해 만든 서비스가 퀵커머스”라며 “가맹점주 매출을 올려주는 서비스이지 본사에서 직접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퀵커머스 사업을 운영하려는 플랫폼 기업들도 중소상공인과의 ‘상생’ 문제를 피해갈 수 없는 셈이다. B마트는 소상공인과 상생을 위해 자체상품(PB) 개수를 10개 정도만 남기고 모두 없앴고 지난해 12월엔 부산·대구 지역에 진출한지 한달만에 사업을 철수했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국정감사에서 “소규모 동네 마트 등 업체들이 배민에 입점해 그들이 비대면 서비스로 고객과 만나는 채널을 확장하는 걸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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