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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싸움터’ 된 미디어 정책…차기 정부 거버넌스 방향은?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최근 미디어 시장이 전례 없이 급변하면서 정부 정책과 규제체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디어 정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등으로 산재돼 있어 일관된 정책 방향을 수립하지 못하고 규제 체계도 각자 달라 사업자 혼란이 가중된다는 비판이 커진다.

한국방송학회가 5일 주최한 ‘정부 전환기의 미디어 거버넌스 정립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차기 정부에 바라는 미디어 정책 제언이 쏟아졌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유홍식 중앙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는 “규제 당국은 현재 규제체계에서 대응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서비스 등장으로 다양한 대응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미디어 기업들은 급격한 변화 속에서 생존을 위한 다각적 노력을 시도하고 있는 반면, 규제 당국은 다양한 사업자의 이해관계, 국회를 통한 법체계 개정, 다른 정부 기관들과의 조율 등으로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형국에 놓여져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따라서 차기 정부의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 방향은 “방송은 공공성·공익성의 영역이고 통신은 산업성의 영역이라는 이분법적으로 분리된 가치에서 벗어나, ‘산업성-공공성의 조화’라는 시각이 필요하다”며 방송통신에 대한 규제와 진흥을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 거버넌스가 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를 위한 대안 중 하나로 유 교수는 현재 방통위, 과기정통부, 문체부로 분산되어 있는 방송통신 소관 업무를 통합해 새로운 정부부처 ‘미디어정보통신부’(가칭)를 신설. 방통위는 공영미디어위원회(가칭)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부처간 이견 충돌을 피할 수 있으며, 미디어 생태계 참여자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정책과 규제가 체계적이고 일괄적으로 마련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는 과도한 조직의 비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이 밖에 유 교수는 ▲현 방통위 및 과기정통부의 정보통신방송 부문, 문체부의 순수예술·문화·체육·관광 부문을 제외한 미디어·콘텐츠 부문을 통합하는 형태의 ‘ 미디어정보통신위원회’ 신설하는 방안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던 2008년 제1기 방통위 형태로 복원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상원 경희대학교 교수는 최근 미디어 산업 환경의 변화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확산’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의 영향력 확대’ ‘방송산업 재원 구조 악화’ 등을 꼽았다.

이어 과기정통부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방통위가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안, 문체부가 영상진흥기본법 개정안 등을 각각 추진하면서 ‘융합혁신서비스에 대한 입법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미디어 정책에 있어 ‘공적영역’과 ‘민간영역’의 합리적 구분이 필요다고 제언했다. 공적영역은 민주성·다양성·지역성 등 주로 사회·문화적 정책목표를 추구하고, 민간영역은 주로 혁신성장과 효율성 등 경제적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공적 영역은 기존 수직적 규제체계 내에서 방송법상 공영방송·지상파관련 조항을 통합한 공공서비스미디어법을 제정하고, 민간영역의 경우 공영방송 및 지상파방송 서비스를 제외한 다른 서비스에 대해 수평적 규제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봤다.

세 번째 발제자로 선 김희경 성균관대 사화과학대학 교수는 현행 모든 미디어 관련법에서 ‘진흥’과 ‘규제’가 중복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기관의 고유 목적과 기능에 부합하는 규제 및 진흥의 명확한 분할이 필요하다“면서 ”서비스별 분류가 아닌 기능과 역할에 의한 분류를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언론 다양성 및 여론 집중도와 같은 특수 분야 경쟁규제는 방통위의 심층적인 숙의를 통해 규제한다. 사업자간 또는 사업자와 이용자간 분쟁 및 경쟁상황 평가와 규제, 앱마켓 등 ICT 플랫폼 서비스 경쟁규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담당한다. 마지막으로 유료방송, 콘텐츠사업자, 부가통신사업,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 앱마켓 등 ICT 플랫폼 및 서비스 공적규제는 가칭 ‘미디어위원회’에서 맡는 식이다.

김 교수는 “현재의 규제 시스템은 동일 서비스임에도 별도의 법으로 분리되어 있어 중복규제 혹은 이중지원의 비판을 초래한다”며 “동일서비스는 동일한 진입 및 겸영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제기관과 법을 통일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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