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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결산/가상자산①] 일론 머스크부터 선물 ETF까지, 비트코인의 한 해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올해 가상자산 시장은 ‘일론 머스크’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테슬라가 비트코인(BTC)에 직접 투자하고, 비트코인 결제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비트코인 가격도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후엔 줄곧 가상자산 열풍이 이어졌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알트코인 랠리를 불러왔고, 3~4월엔 ‘불마켓(상승장)’이 도래했다. 비트코인 가격도 6만달러를 넘어서며 신고가를 계속 갈아치웠다.

5월 이후엔 줄곧 하락세를 거듭했으나, ‘베어마켓(하락장)’은 길지 않았다. 기관투자자가 진입하고 미국에서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면서 다시 신고가를 경신했다.

불과 1년 사이 신고가 랠리를 거듭하면서 비트코인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깊게 이뤄졌다. 결제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지, 나아가 리스크 헤지수단으로도 쓰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법정화폐가 된 비트코인…결제수단 가능성에 대한 논의 지속

올해 꾸준히 가격이 뛴 비트코인은 결제수단으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다날의 결제 서비스 페이코인이 비트코인 결제를 지원하면서 관련 논의가 부상했다. 해외에서는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공식 화폐로 채택하면서 비트코인이 결제수단이자 법정화폐가 됐다.

우선 국내 결제기업인 다날은 페이코인 애플리케이션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지원한다. 사용자가 거래소나 개인 지갑에서 페이코인 앱으로 비트코인을 입금하면, 비트코인이 페이코인으로 실시간 환전된 뒤 가맹점에서 결제되는 방식이다.

이는 국내에서도 비트코인의 활용성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결론적으로는 페이코인 가맹점에서 페이코인으로 결제하는 것과 같다. 완벽한 상용화는 아닌 셈이다.

반면 해외는 한발 앞서 있다. 페이팔이나 스퀘어 같은 결제기업뿐 아니라 비자, 마스터카드 등 카드사도 비트코인 결제를 지원한다. 무엇보다 비트코인을 공식 화폐로 채택해 결제수단으로 이용하는 국가가 생겼다.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엘살바도르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공식 화폐로 채택한 가장 큰 이유는 ‘금융접근성’ 때문이다. 지난 6월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1’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비트코인을 법정화폐화하는 배경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 경제망 밖에 있는 이들에게 금융 접근성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엘살바도르는 국민의 70% 이상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기 힘든 국가다. 오랜 시간 지속되어온 내전으로 금융 시스템이 무너져 국민 대부분이 은행계좌나 신용카드가 없고 현금을 이용하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이 이런 엘살바도르의 상황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봤다.

경제주권을 지키는 효과도 있다. 엘살바도르는 자국 화폐인 콜론을 법정화폐로 사용하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포기하고, 지난 2001년부터 달러를 사용해왔다. 국가의 미래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결정에 달린 것이다.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추가하면 달러 사용으로 잃어버린 경제주권을 어느 정도 회복하는 효과도 있다.

이외에도 엘살바도르 GDP(국내총생산)의 상당 비중이 해외에서 들어오는 돈임을 고려했을 때, 기존 금융 시스템 없이도 돈을 송금할 수 있는 수단으로 비트코인이 필요하다.

종합해보면 비트코인은 엘살바도르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결제수단으로 유용하게 쓰일만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는 국민들도 사용할 수 있는 점, 경제주권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점, 해외 송금이 간편한 점 등이다.

물론 여전히 높은 가격변동성과 자금세탁 위험은 비트코인이 결제수단으로 자리잡는 데 큰 리스크로 존재한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피치(Fitch)도 비트코인이 엘살바도르 은행의 자금세탁방지(AML) 위반 리스크를 확대시킬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환경오염 가능성 역시 리스크다. 비트코인 채굴에 쓰이는 전기 에너지가 상당 부분 친환경 에너지로 이전했지만, 여전히 환경오염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슬라 역시 이를 이유로 비트코인 결제를 선언했다 포기한 바 있다.

다만 지난해까지는 이런 리스크만 집중적으로 다뤄졌다면, 올해는 결제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이 지닌 장점도 많이 알려졌다는 데 의의가 있다. 비트코인이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내년에도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선물 ETF 이은 현물 ETF에도 관심…비트코인, 리스크 헤지수단 되나

결제수단과 더불어 비트코인이 가진 기능 중 하나는 리스크 헤지수단이다. 올해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기관투자자들에게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수단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의 관심도를 높인 건 미국 비트코인 선물 ETF의 출시 소식이다. 프로셰어스의 비트코인 선물 ETF는 지난 10월 19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거래를 시작했으며, 이후 다른 업체의 비트코인 선물 ETF도 잇따라 거래를 시작했다.

ETF는 특정 가격지수에 수익률이 연동되는 일종의 인덱스펀드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올해 출시된 ETF는 비트코인 선물에 연동되는 ETF다. 투자금으로 비트코인 자체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하게 된다. 따라서 비트코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현물 ETF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더욱 높아진 점 ▲미국 내 비트코인 연계 ETF는 처음인 점 등을 고려하면 선물 ETF도 충분한 영향이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주식이나 ETF 투자에는 익숙하지만, 가상자산 투자를 주저했던 기관투자자들이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비트코인 현물 ETF도 출시될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 기대감이 더해졌다.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블룸버그가 주최한 금융혁신회의에 참석해 “비트코인이 향후 2~3년 내에 대체자산으로서 금을 앞지를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게 현물 ETF”라고 말했다.

다만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여전히 현물 ETF에 대해선 강경한 입장이다. SEC는 지난달에도 투자운용사 반에크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거부했다. 투자자 보호가 어렵다는 게 이유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미국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캐나다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했다. 피델리티의 상품은 아직 거래를 개시하지 않았으나, 캐나다에선 지난 2월부터 비트코인 ETF가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SEC의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으나, 캐나다에선 출시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SEC 승인도 시간 문제라는 추측이 나온다. 내년에는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고, 비트코인이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리스크 헤지수단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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