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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경제, ‘혁신 혹은 규제’ 틀에서 벗어나야”

이안나
- 4차산업혁명위원회, 플랫폼 경제 정책방향 토론회 개최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글로벌 규제 강화 움직임을 고려하되, 한국 현실에 부합하는 공정한 플랫폼 생태계를 위한 규제(안)이 마련돼야 한다.”

박유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센터장은 7일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주최한 ‘4차 산업혁명 시대, 플랫폼의 바람직한 역할과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국내 현실에 맞는 플랫폼 제도를 도출해야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발제를 맡은 박유리 센터장은 “외산 플랫폼 기업에 동일 규제를 적용하더라도 체감규제는 국내 기업에 더 높게 작용할 수 있다”며 “현재 규제 시스템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것인지, 해당 규제가 우리나라 플랫폼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규제 도입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플랫폼 기업들이 영역을 확장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는 게 박 센터장의 진단이다. 플랫폼 기반 신규 서비스와 전통 서비스와의 갈등(택시vs타다), 플랫폼과 플랫폼 활용 사업자간 수수료·광고비 갈등(배달앱), 전문직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의 갈등(로톡·강남언니) 등이 대표적이다.

플랫폼화는 시대 흐름으로 역행이 불가하다는 사실은 산·학계 공통된 의견이다. 이 같은 특징을 고려하면 특정 플랫폼을 금지하는 방향의 규제보다는 우려 사항을 보완할 수 있는 합리적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즉 플랫폼을 혁신 혹은 규제 두 가지 기준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혁신을 위한 규제’를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센터장은 “플랫폼 경제로의 연착륙을 위해선 이해관계자 갈등 해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다부처 영역에 걸쳐있고,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플랫폼 특성을 고려해 진일보된 총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선 플랫폼 업계 다양한 이해관계자 및 학계 전문가,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플랫폼이 가져온 혁신을 바라보는 관점, 소상공인 및 기존 산업과의 갈등, 소비자 후생과 보호 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들은 주로 그간 플랫폼이 이커머스(e커머스)·금융·헬스케어·모빌리티 등 다양한 부문에서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온 만큼,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발전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대로 플랫폼이 업역 갈등, 일자리 변화 등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들어 공통의 규제 가이드를 가지고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박성호 회장은 “지금 일부 정부부처에선 규제를 위한 규제, 부처 조직 강화를 위한 도구로서 플랫폼을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금 규제 방향은 정부 스스로가 자생력을 죽이고 해외 글로벌 플랫폼에 자리를 주려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는 “새로운 산업이나 기술은 그 특성상 규제나 인허가 부처 자체가 모호하거나, 혹은 동시에 적용돼 사업자가 이를 해결하기 불가능한 경우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이해관계자 정의확장 및 소관 부서주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갈등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에서 갈등조정기구가 개입해 역할 할 수 있도록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온라인 플랫폼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치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온라인 플랫폼은 개별적 특성에 있어 전통적 사업부문과 정반대이지만 전체적으론 독점을 추구한다는 공통된 특성을 갖는다”며 “국내도 쏠림현상 위험이 상존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산업과의 융합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지원하며 도태되는 영역에 대한 안전망에 대한 고민은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 제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특수’ 상황을 고려해 섣부른 규제보다는 먼저 자율적 상생 노력에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해외에서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는 것 그것이 플랫폼 기업이어서가 아닌 정부당국이 감당할 수 없는 거대 사업자가 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아직 국내 기업은 해외 사례에 견줄 만한 기업이 부재한 상태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플랫폼 관련 문제점들은 이른바 ‘갑을’ 문제에 해당하는 것들이 많은데 이는 한국적 독특한 상황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이라서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환 과정, 거래 당사자 간 크기 차이 등에서 오는 일반적 문제점 성격이 강하다고 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 기초한 보편적 규제와 사업자 자율적 상생 노력에 좀 더 기회를 부여하고 한계가 명확해질 때 추가적 규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는 플랫폼 기업 과도한 시장 침해는 지양하되 최소한의 규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관은 “플랫폼 경제 문제를 선과 악으로 구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들이 경쟁할 수 있도록 최소 규제 원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재철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장은 “온라인 플랫폼과 관련해 규제로 인한 산업 피해와 규제완화로 인한 약자 피해가 동시 존재하기 때문에 두가지 우려 사항을 합리적으로 조율해 역기능을 방지하는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보호법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국장은 “지난해 11월 규제와 진흥을 함께 책임지고 있는 방통위와 과기정통부가 정부부처 의견을 조율한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며 “원안보다 자율규제 비중을 높이고 플랫폼 사업자와 이용사업자 상호작용이 힘의 차이로 왜곡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의무를 수정했다”고 덧붙였다.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은 “규제 위주 정책수단보다는 당사자간 합의를 먼저 추구하는 걸 먼저 제도화하겠다는 측면에서 법 개정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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