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국내 통신사들이 휴대폰 불법지원금으로 악용되던 판매장려금에 대한 투명화 시스템을 기존 대리점에서 판매점에까지 확대한다.
14일 정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통신3사는 대리점에만 적용되던 ‘장려금 투명화 시스템’을 일선 판매점 단위까지 확대 구축한다.
앞서 통신3사는 2020년 512억원 규모 역대급 과징금을 부과받자 재발 방지책으로 장려금 투명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따라 법정 한도를 넘어선 휴대폰 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자, 그동안 일부 유통망에서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불법지원금으로 전용해 고객에게 지급해왔다. 장려금 투명화 시스템은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불투명하게 관리돼 온 판매장려금을 전산화 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는 이 투명화 시스템이 대리점에만 적용됐었다. 본사가 직접 관리하는 대리점과 달리, 개인 사업자들인 판매점은 장려금을 대리점으로부터 받는다. 이 때문에 온라인 기반의 이른바 ‘성지’를 비롯해 상당수 불·편법 영업행위가 판매점단에서 이뤄졌다. 업계에서 투명화 시스템의 실효성을 문제삼아온 이유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통신3사에 장려금 투명화 시스템의 판매점 확대를 요구했고, 통신사들은 검토 끝에 올 초부터 투명화 시스템 설계 단계에 착수했다. 방통위 권고에 따라 올해 6월까지 판매점 대상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장려금 투명화 시스템과 관련해 그동안 사업자들에 판매점 확대를 꾸준히 요청해왔다”며 “장려금이 전산화 되면 불법지원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사후추적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시스템은 통신3사 공동 구축이 아닌 개별로 구축을 진행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장려금 투명화 시스템을 공동 구축할 경우 영업전략이 노출되는 등 정보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사업자들간 영업 경쟁이 저하될 수 있다”면서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장려금 투명화 시스템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불법지원금의 음지화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애당초 불법 영업을 하는 채널들을 하나하나 단속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과열 경쟁 구도가 사라지지 않으면 불법지원금은 수법이 진화하는 식으로 계속될 것”이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