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2년 먼저 했는데 2년 늦다"…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함흥차사'

김도현
- 토지보상 70% 이상 진행했으나 추가 절차 남아
- 새 정부 출범·지방선거 영향으로 상반기 착공할 수도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2021년 11월.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확정했다. 본격적인 논의가 오간 지 약 1년 만에 이뤄진 결과다. 2022년 상반기 착공에 돌입한 뒤 2024년 하반기 가동 목표다.

반도체가 국가안보자산으로 떠오르면서 주요국에서는 자체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유럽 등이 글로벌 기업 공장 유치에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상대적으로 지원책이 미비한 우리나라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5월 ‘K-반도체’ 전략 발표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3년째 첫 삽도 뜨지 못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올해 상반기 착공은 미지수다.

해당 클러스터는 기반 인프라 1조7000억원, 산업설비 120조원 등 122조원 규모 반도체 생산 및 연구시설이 들어서는 산업단지다. 산단 내 4개 공장을 짓는 SK하이닉스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 등이 대거 입주할 예정이다.

문제는 진행 속도다. 지난 2019년 개발계획이 발표됐으나 제자리걸음이다. 환경영향평가의 경우 경기 안성시가 산단 방류수 관련 지역으로 포함되면서 수차례 일정이 미뤄졌다. 수도권 공장총량제 예외 논의, 경기도 산업단지계획 심의 등도 약 2년이 걸렸다. 아울러 토지 보상 문제까지 더해졌다. 지역주민들이 헐값 보상 중단 요구에 나서면서 답보 상태가 이어졌다.

지속적인 설득 작업 끝에 지난달 말 토지보상가에 위로금 13%를 추가 지급하기로 하면서 클러스터 전체 면적 중 70% 이상을 확보하게 됐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을 통한 수용재결 신청 가능 기준인 50%를 넘겨 강제 징수가 가능해진 상황까지 끌고 왔다.

다만 주목도가 높은 점, 도의적인 차원 등을 고려해 나머지 토지 보상을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미수용 토지를 소유한 주민 반발은 여전하다. 이들은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장물 보상, 문화재 발굴 조사 등 절차도 남았다. 용인시와 SK하이닉스가 언급한 상반기 착공 목표에 의문부호가 붙는 이유다. 이렇게 되면 산단 내 SK하이닉스의 첫 번째 생산라인 가동 시점도 2025년에서 2026년으로 늦춰진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테일러 팹보다 2년 먼저 계획을 수립하고도 양산은 2년 늦게 하는 것이다.

낙관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문재인 정부 말기이자 윤석열 정부 초기인 점, 지방선거(6월1일)가 임박한 점을 들어 공사 개시를 위한 작업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연일 반도체 산업 육성 기조를 내세우는 부분도 긍정이다. 클러스터 착공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경제 이벤트로 적합한 만큼 속도를 낼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 어떻게 된다고 확정적으로 말할 부분은 없다. 당연히 용인시는 어떻게든 선거 전에 마무리하고 싶을 것이고 새 정부도 이른 시점에 공사를 시작하는 그림을 구상 중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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