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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퀀텀은 시작일 뿐" SKT 주도 양자생태계, 어떻게 만들까

강소현

- 국내 암호분야 강소기업과 협력해 글로벌로 양자보안기술 수출

- 내년 하반기 ‘넥스트 QRNG’ 구상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SK텔레콤이 양자난수생성기(QRNG) 기술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선다. 비트리, KCS, 옥타코 등 국내 암호분야 강소기업들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QRNG를 적용하고, 나아가 QRNG 기반의 양자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SK텔레콤은 지난 24일 서울 을지로 삼화타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이 자리에는 암호기술 전문기업 옥타코와 반도체 설계전문기업 비트리, 사물인터넷(IoT) 암호칩 기업 케이씨에스(KCS) 관계자들도 참석해 SK텔레콤과의 협력 계획을 전했다.

◆난수 특징 활용한 암호기술…갤럭시 퀀텀으로 대중에 알려져

난수는 특정한 규칙을 가지지 않은 수로, 이미 다방면으로 적용되고 있다.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게임에서 확률형아이템이 생성될 때도 난수는 활용된다.

최근엔 암호업계에서 난수에 주목하고 있다. 난수로 만들어진 암호는 이론상 해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난수생성기는 난수성을 완전히 보장하지 못했다. 수학적함수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계산을 무한정 반복한다면 알고리즘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양자난수생성기(QRNG)는 이 같은 기존 난수생성기의 한계를 극복했다. 예측이 불가능하고 패턴이 없는 순수 난수(True Random Number)를 지속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QRNG 내부의 LED 광원부에선 빛을 방출했을 때, 이미지센서에 도달하는 빛의 양은 무작위적이다는 특성을 활용할 것이다. 이미지센서가 감지한 빛의 양은 디지털 신호로 변환돼 난수를 생성한다.

특히 SK텔레콤이 삼성전자와 함께 선보인 갤럭시 퀀텀 시리즈를 시작으로, QRNG는 대중에 잘 알려졌다. SK텔레콤은 2020년 세계 최초의 양자보안폰을 선보인 뒤, 지난 3년 동안 매해 업그레이드된 갤럭시 퀀텀을 선보여왔다. 갤럭시 퀀텀 시리즈에는 SK텔레콤의 자회사 IDQ가 개발한 칩셋 형태의 QRNG가 적용됐다. 양수난수에 기반해 스마트폰 내부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시장도 공략…차세대 QRNG칩 개발 도입

SK텔레콤은 QRNG 기반의 양자생태계를 지속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직 QRNG 시장은 작지만,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양자암호 시장에서 기술 지배력을 확보하고, 각자 활동 중인 전문기업들과 상생·협력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다양한 암호 강소업체들과 SK텔레콤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암호기술 전문기업 옥타코와 반도체 설계전문기업 비트리, 사물인터넷(IoT) 암호칩 기업 케이씨에스(KCS)가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이런 협력체계를 기반으로 내년 하반기쯤이면 ‘넥스트 QRNG’ 단계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옥타코와 QRNG 기반 보안키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옥타코는 카드형태의 지문보안키(FIDO)에 QRNG 기술을 결합한, ‘이지퀀트’를 선보였다. 현재 경기도청과 대전상수도 사업본부, 지하철 통합관제시스템 등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다. 인도 대국민 인증 서비스인 아다하르에 이 보안키를 제안한 것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도 본격화한다.

케이씨에스와 암호통신기능의 반도체에 QRNG를 적용한 ‘양자암호 원칩’ 개발에도 나선다. 새로 개발한 양자암호 원칩으로 국방·공공 시장으로 진출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국정원으로부터 2등급 암호모듈검증(KCMVP) 인증을 획득한다는 목표다. 궁극적으론 암호칩에 QRNG칩을 탑재하는 ‘칩앤칩’의 형태에서 나아가,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모델을 구현해 퀄컴과 인텔 등 유수의 글로벌 반도체기업과 협력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조만간 차세대 QRNG칩도 선보인다. 이를 위해 자회사인 IDQ,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비트리와 협력한다.

IDQ 코리아 엄상윤 대표는 “현재까진 개발단계의 제품을 상용화한다는게 쉽진 않았다. 특히 디바이스에 QRNG 칩을 적용할 경우 제조사가 요구하는 고온 저온 드롭테스트 등 신뢰성 기준을 맞춰야 했다”며 “이에 2년 정도의 연구개발을 거쳐 2020년 퀀텀을 통해 상용화를 이뤄냈다. 앞으로도 QNRG 칩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개발 목표를 선정해 매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QRNG칩의 과제는 크기와 가격이다. 더 작고 저렴한 칩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QRNG칩은 CAVITY로 불리는 굉장히 복잡한 구조로, 이를 롤링패키지 구조로 바꿔 공정 단가를 낮추는 것이 목표다.

김희걸 비트리 부사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QRNG 제품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목표”라며 “QRNG 내 LED의 사이즈를 줄이고, 공정하기 쉬운 LED 소자를 찾는 것. 또 라이트 소스가 자체 발광할 수 있는 물리적인 기술을 찾는 것은 영원한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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