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5G 중간요금제, 현재로선 소비자 부담 못 던다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최근 지인이 갤럭시와이드5를 정가(44만9900원)에 구매한 사실을 듣고 깜짝 놀랐다. 심지어 아무런 혜택없이 고가의 5G 요금제를 강매당했다고 하니, “아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소위 ‘성지’로 일컬어지는 불법 유통채널을 찾으면 일정기간 고가 요금제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보조금을 받고 저렴하게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종에 따라 단말기를 사면 판매점에서 되려 돈을 주는 경우도 있다.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들어, “왜 이렇게 비싼 요금제를 가입했냐” 물었더니 판매점 측에서 그냥 다들 그렇게 쓴다고 했단다. 다른 요금제가 있는지 몰랐다며, 안내받지 못했다고 지인은 푸념했다. 지인의 월 데이터 사용량은 10GB도 채 안 됐다.
소비자는 자신에게 적절한 요금제를 안내받고, 직접 선택할 권리가 있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 평균데이터 사용량에 맞춘 5G 중간요금제 출시가 예고됐지만, 정작 많은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를 두고도 고가의 요금제를 강매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5G 중간요금제 출시로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된다고 한들, 가계통신비 절감 등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5G 중간요금제가 취지에 맞게 도입되기 위해선, 고가요금제를 강매하는 등 소비자 권리를 제한하는 유통채널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 물론 유통채널 개선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비싼 요금제를 강매하는 판매점에도 책임이 있지만, 단속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판매점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빌런은 또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는 판매점 등 유통채널에 리베이트(판매장려금)을 지급하는데, 판매점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공시지원금의 15%를 넘기지 않는 선에서 장려금의 일부를 추가지원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에 판매장려금을 얼마나 확보하냐는 곧, 판매점의 경쟁력을 결정짓는다.
하지만 유통채널 측에 따르면 통신사는 요금제별 서로 다른 판매장려금를 책정하고 있다. SK텔레콤은 8만9000원, LG유플러스는 9만5000원, KT는 9만원 등 고가요금제에 대해 높은 장려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단순 장려금을 차등지급하는 것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고가의 요금제를 판매하지 못하는 경우 통신사에 역으로 돈을 지불해야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소비자에 고가요금제 가입을 권유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입장이다.
단말기 유통시장을 관리·감독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한 방안 모색에 나섰다. 최근엔 방통위 주재로 통신3사와 휴대폰 판매점·대리점 간 상생을 위한 협의의 장을 마련하기로 했다. 5G 중간요금제 도입에 앞서, 소비자 피해로 직결되는 유통구조가 개선되고 나아가 소비자가 자신의 월 데이터 사용량에 맞춰 적절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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