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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SKB, 망사용료 장외전…“본질은 무임승차” vs. “통행세 내라는 것”

권하영,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강소현 기자]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를 낼 수 없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양사간 기싸움이 장외전으로 번졌다. 양측이 함께 참석한 ‘망 이용대가의 본질과 그 쟁점’ 세미나를 통해서다.

1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서울대학교 공익산업법센터 주최로 열린 ‘망 이용대가의 본질과 그 쟁점’ 세미나에선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간 논쟁이 되고 있는 망 이용대가와 관련해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측이 각을 세웠다.

토론에 참석한 조영훈 SK브로드밴드 실장은 망은 유상이며 자사 망을 이용해 콘텐츠를 전송하는 넷플릭스는 그 대가를 지불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ISP와 CP, 이용자가 서로의 비즈니스모델(BM)을 존중하지 않으면 결국 인터넷 생태계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고 일침했다. 그는 “ISP는 인터넷 인프라를 제공하고 서비스 대가를 받는 것이 BM이고, CP는 콘텐츠를 생산에서 그 대가를 받는게 BM이다”라면서 “이런 관점에서 우리의 BM도 지켜나갸아 한다고 본다”고 역설했다.

한국 외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국가가 없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통상 망 이용대가 계약은 기밀유지 협약(Non-disclosure agreement·NDA)을 전제로 성사돼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음에도 불구, 일련의 사례들을 통해 CP가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조영훈 실장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행정명령 등 CP가 ISP에 망을 이용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라며 “특히 정보 입수가 가능한 한국 시장에선 일부 제외 모든 CP가 인터넷 접근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류승균 넷플릭스 변호사는 그러나 SK브로드밴드의 망 이용대가 지급 요구는 이중과금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그는 망 이용대가를 접속료와 전송료로 구분지으며, 미국 ISP을 통해 입장료(접속료)를 내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 콘텐츠 전송 비용인 전송료를 추가 지불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류승균 변호사는 “이용자들은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입장료를 내고, 입장료를 내면 인터넷 연결된 전세계 어떤 기기와도 소통할 수 있다”며 “이후 트래픽 전송에 대해 추가적으로 내는 비용은 없는 것이고, CP도 인터넷망에선 한 명의 이용자로 접속료만 내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네이버도 국내 ISP에 접속료를 내고 있지만, 미국의 이용자가 네이버에 접속한다고 네이버가 버라이즌이나 AT&T에 돈을 지불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류승균 변호사는 ”네트워크가 국경없이 자유롭게 연결되어야 하는데 한국으로부터 정보가 들어올 때만 통행세 명목의 전송료를를 내야한다면 아무도 안들어오려고 할 것“이라며 ”망 이용대가 강제로 통상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선 학계의 의견도 엇갈렸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제는 대형 플랫폼이 가진 위치를 볼 때 인터넷 생태계에서 공평한 비용 분담을 할 때가 됐다”고 지적하며 “넷플릭스가 연결이라는 ‘유상’ 역무를 제공받고 있다는 점에서 연결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러나 CP 측에 힘을 실었다. “ISP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로서 한 사람에게 인터넷을 팔더라도 전 세계 이용자와 소통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책임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넷플릭스가 대가를 주지 않아도 지역 망 사업자는 지름길을 통해 데이터를 받아 자기 고객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판매하는 게 훨씬 남는 장사”라고 주장했다.

정광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박사는 “과거 인터넷과 달리 굉장히 트래픽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이고, 또 넷플릭스와 구글처럼 굉장히 많은 트래픽 양을 점유하는 특정 CP들이 탄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시장 환경 변화를 종합적으로 연구가 필요하고, 정책적 보완 필요한 부분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하영,강소현
kwonhy@ddaily.co.kr,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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