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일상 속 사진의 완성도는 크게 높아졌다. 이제는 별다른 장비를 갖추지 않고도 스마트폰 하나로 전문가 못지않은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카메라가 얼마나 뛰어난 성능을 구현하느냐에 따라 제품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자도 흔하다. 새 스마트폰 광고에서 가장 많이 강조되는 기능 역시 ‘카메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메라 업계는 날이 갈수록 내리막을 걷고 있다. ‘위험’ 단계를 넘어 존폐가 흔들리는 수준이다. 일본 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에 따르면 2022년 세계 디지털 카메라 예상 판매 대수는 785만대다. 판매치가 가장 높았던 2010년 1억2146만대에 비하면 약94% 감소했다. 스마트폰에 더해 최근 3년간 코로나19로 여행 인구가 줄자 덩달아 타격을 입었다.
최근 카메라 업계 ‘빅3’ 중 하나인 니콘이 일안반사식(SLR) 카메라 사업을 중단한다는 언론 보도가 등장하기도 했다. 니콘은 곧바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니콘은 관련 제품의 생산 판매 및 서비스를 계속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니콘은 지난 2020년 6월 디지털SLR(DSLR) 카메라 신제품 이후 2년째 별다른 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어 ‘사실상 철수’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이미 지난 2020년에는 올림푸스는 디지털 카메라 사업을 접었다. 올림푸스는 지난 1936년부터 84년간 카메라 사업을 진행해 왔다. 2000년대 초에는 국내 디지털 카메라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던 기업이다. 올림푸스는 사업을 완전히 중단한 이유에 대해 스마트폰의 발전을 꼽았다. 당시 올림푸스는 “스마트폰 영향으로 시장 규모가 크게 줄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어느 때보다 많은 소비자가 스마트폰 카메라의 높은 성능을 원하지만, 정작 스마트폰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능을 선보이는 카메라는 찾지 않는 상황이다.
돌파구는 존재한다. 샤오미는 지난 5월 카메라 기업 라이카와 협업을 발표하고 카메라 성능에 집중한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선보이기도 했다. 샤오미는 “라이카와 단발성 개발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라이카의 카메라 기술을 샤오미 제품에 접목할 것”이라며 두 기업의 협력이 지속될 것임을 강조했다. 카메라 시장 위축의 원인인 스마트폰과 오히려 손을 잡은 것이다.
캐논과 소니, 니콘 역시 최신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게 라인업을 정비하고 있다. 특히 DSLR 대신 풀프레임 미러리스로 고개를 돌렸다. 캐논코리아는 올해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많게는 40만원까지 가격을 낮추기도 했다.
한 카메라 업계 관계자는 “카메라 수요는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프리미엄 제품을 늘리고 최근 가격까지 인하하는 등 대부분 기업이 고군분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카메라에는 여전히 대체할 수 없는 전문성이 있다. 이 점이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되고 카메라의 제2의 도약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