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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발자다] 아이템스카우트 박준 CTO “데이터커머스로 셀러 성장 지원”

이안나
- 문리버 ‘아이템스카우트’ 회원 수 17만명, MAU 11만명
- 방대한 데이터와 긴 체류시간, 모바일 앱 구비 강점
- 온라인 셀러 모인 ‘네트워크 임팩트’ 공간 조성에 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이커머스 업계에서 아직 자동화나 정보기술(IT) 혜택을 받지 못한 곳이 있다는 말이 설득됐어요. 3명이 창업을 준비하던 2020년과 달리 현재는 총 23명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고, 이중 개발 인력 비중은 3분의1 정도입니다.”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문리버 박준 최고기술책임자(CTO)<사진>는 자신이 ‘아이템스카우트’ 개발에 참여하게 된 배경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2년생으로 ‘젊은 CTO’다. 코딩교육업체와 코인 관련 블록체인 업체를 거쳐 2020년 현재 회사에 합류해 창립 멤버가 됐다. 아이템스카우트 핵심 비즈니스인 SaaS(Software as a Service) 고도화를 중점적으로 이끌었다.

아이템스카우트는 온라인쇼핑몰 셀러를 위한 전문 데이터 분석 솔루션이다. 미국에 아마존 데이터 기반으로 판매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글 스카우트’가 있다면, 국내엔 네이버 셀러 대상으로 아이템스카우트가 시장 분석 및 예측 등 관련 지표를 유·무료로 제공한다. 이곳에서 박준 CTO가 맡은 역할은 SaaS 서비스 개발과 데이터커머스다.

웹사이트와 모바일앱에 접속하면 ‘아이템 발굴’, ‘키워드 분석’, ‘랭킹 추적’ 등 쇼핑몰 운영에 필요한 지표들이 나온다. 셀러들이 온라인에서 전부 살펴보기 힘든 상품 데이터를 분석·가공한 결과물들이다. 데이터 제공이 보다 체계적인 네이버를 주로 활용하며, 쿠팡·11번가·지마켓 등 다른 오픈마켓 셀러를 위한 연관 키워드 정보도 제공한다.

현재 회원 수는 약 17만명, 월활성이용자수(MAU)는 11만명이다. 네이버쇼핑 추산 셀러가 약 46만명임을 고려하면 상당수 셀러들이 아이템스카우트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 판매에 도움되는 지표로 처음부터 직접 상품 판매에 나서지 않고 데이터를 제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 CTO는 “사업 시작 당시 IT기술을 갖고 있던 것이지, 커머스 분야에 있던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상품을 팔기엔 적합한 구성이 아니었다”며 “데이터를 모아 가공해 잘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물론 인원이 늘어난 현재 아이템스카우트는 자체상품(PB)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년간 국내 이커머스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아이템스카우트와 유사한 데이터 제공 업체들이 다수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박 CTO는 아이템스카우트 차별점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긴 체류 시간, 모바일 앱을 꼽았다. 사용자 일 체류 시간은 하루 13분에 달한다. 카카오톡 하루 체류시간이 25분이라고 보면 상당히 긴 시간이라는 분석이다.

이커머스 데이터 분석 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하고 유일하게 모바일 앱을 출시하기도 했다. 박 CTO는 “지난 5월 아이템스카우트 앱 버전을 출시했다”며 “늦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PC 접속량이 훨씬 많은 편이라 모바일 앱이 정말 필요한가부터 모바일에선 어떤 부분을 집중해서 개발할지 고민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확실히 모바일 앱에서 더 효과적인 기능도 있었다. 그는 “모바일에선 그간 하지 못했던 ‘개인화’를 적용해 푸시 알람으로 랭킹 추적 결과를 알려줄 수 있고, 셀러끼리 대화를 나눌 때 서로 알림을 받을 수 있으니 ‘네트워크 임팩트’ 효과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네이버를 포함한 외부 사이트 데이터들을 모아 가공해 셀러들에게 유의미한 지표를 제시하는 게 단순한 작업은 아니다. 박 CTO는 “각 (이커머스) 시스템마다 새로운 용어나 수식을 만들며 셀러들에게 도움 되는 기준점을 만드는데, 그때마다 어떻게 우리 서비스에 정확한 의미를 담아 반영할지를 고민한다”고 전했다.

가령 아이템스카우트는 네이버쇼핑 광고와 검색 기반 데이터랩 데이터들을 모두 참조하는데 두 데이터를 잘 연동하면 기간별 키워드 검색 수 등을 뽑을 수 있다. 단 네이버가 제공하는 데이터 중에선 구체적인 수치가 아닌 1~100까지 환산해 ‘추이’를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이때 아이템스카우트는 이 환산값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를 추정해서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네이버 등에서 공개된 데이터를 주로 가져와 분석하다보면 ‘크롤링’ 과련 논란은 없는걸까. 박 CTO는 엄연히 아이템스카우트와 네이버는 사업영역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히려 중소상공인(SME)를 성장시키려는 목적이 동일해 네이버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라는 설명이다.

그는 “크롤링이라는 것 자체가 회색지대에 있다”며 “아이템스카우트는 네이버 등에서 데이터를 가져와 대신 물건을 팔고 수수료를 얻는 기업이 아닌, 오히려 우리를 통해 더 많은 소상공인들이 온라인 창업을 하고 스마트스토어가 더 늘어날 수 있는 구조”라고 했다.

아이템스카우트는 현재 데이터제공에서 나아가 셀러들끼리 연결하는 ‘네트워크 임팩트’에 집중하고 있다. 그간 이커머스 기능 본질이 저렴한 가격이나 빠른 배송 등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데 맞춰져 있었는데, 아이템스카우트는 셀러들을 위해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는 공간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먼저는 모바일 앱에 셀러들이 소통할 수 있는 게시판을 열었다.

박 CTO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주춤하며 셀러들이 줄었다고 하지만 한국은 타 국가 대비 시장이 큰 편이고, 성장률이 깎여도 타 산업 대비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아이템스카우트는 자율적 선택 근무제로 어디서 일하든 상관 없다”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데이터커머스 경력 개발자들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아이템스카우트는 지난해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 현재 누적 투자금은 19억원이다. 주요 투자자로 카카오벤처스, 스파크랩스, 디캠프, DSC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했다. 작년 기준 연 매출액은 15억원이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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