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지구 온난화, '항공기' 발목 잡는다?... "더울수록 이륙 어려워"

양원모


[디지털데일리 양원모 기자] 지구 온난화로 항공기 이륙에 지장이 생기는 일이 일부 공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이 세계적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3일(현지 시각) 영국 레딩대 대기과학과 폴 윌리엄스 교수는 "양력에는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치며 기온도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라며 "기온이 3도 상승할 때마다 양력이 1%씩 감소한다"고 미국 CNN에 말했다. 양력(揚力·lift)은 고체와 유체 사이에 움직임이 있을 때, 이 움직임에 수직한 방향으로 발생하는 힘이다. 항공기는 양력을 이용해 공중에 뜰 수 있다.

윌리엄스 교수는 "폭염으로 비행기 이륙이 어려워지는 게 이 때문"이라며 "매우 극단적인 조건에서는 (폭염으로 비행기 이륙이) 아예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지대에 있는 공항에서는 공기 밀도가 저지대보다 낮고 활주로도 짧은 경향이 있다. 이에 폭염 등이 닥칠 경우 항공기 이륙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더 크다.

윌리엄스 교수에 따르면 20도에서 이륙할 때 필요한 활주로 길이가 2000m인 항공기가 있다면, 40도에서는 2500m 길이의 활주로가 있어야 이륙할 수 있다.

윌리엄스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여름에 기온이 높고 활주로가 짧은 그리스 공항 10곳의 역사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공항들에서는 1970년대부터 기온이 10년마다 평균 0.75℃ 오르고 맞바람의 속도는 10년마다 2.3노트 감소하는 추세가 나타났다. 양력은 맞바람이 강할수록 커진다.

윌리엄스 교수는 "기후 변화가 지표면에서의 바람 속도를 줄이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이런 온도와 맞바람 데이터를 에어버스 A320 등 다양한 기종 항공기들의 이륙 성능 계산식에 대입한 결과도 공개했다.

계산에 따르면 항공기의 이륙 시 최대 허용 중량은 해마다 127㎏ 감소한 것으로 나왔다. 즉 승객의 체중과 짐 무게를 고려하면, 비행기에 태울 수 있는 승객 수가 매년 1명씩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A320 여객기가 활주로 길이가 1500m 안팎인 그리스의 히오스섬 국립공항에서 이륙하는 경우를 계산해 보면, 1988년 도입 때부터 2017년까지 최대 이륙 중량이 360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윌리엄스 교수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부 공항에서 보잉 737 등 협폭동체 항공기(동체의 가로가 좁아 기내 복도가 한 줄인 항공기)에 대해 진행하는 중량 제한 조치의 확대가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항공사들이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를 피해서 이륙 시간을 잡는다는 등 관련 문제를 대비하고 있어 당장 문제가 되는 경우는 드물 것으로 전망된다. 공항 활주로 길이를 늘리는 해결책도 경우에 따라서는 가능하다.

윌리엄스 교수는 "대다수 항공편은 이륙 시 최대 허용 중량보다 훨씬 가벼운 상태로 이륙하기 때문에 항공사들이 폭염 탓에 승객을 내리도록 해야 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으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다만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악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원모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