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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K-콘텐츠의 세계화 가속”…브이에이 스튜디오 하남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 360도 거대 타원형 LED 월(Wall)이 무대 중앙에 서 있는 사람을 감싼다. LED 월에 태국 방콕의 사원이 나타나자, 순식간에 방콕 한 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 연출된다. 햇빛이 비치는 낮 풍경은 물론, 저물어가는 해질녘과 어두컴컴한 밤 풍경까지 자유자재로 조절된다.

30일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브이에이 스튜디오 하남’(VA STUDIO HANAM)을 찾았다. 이곳은 국내 최대 LED 월을 보유한 총 1만5000㎡ 규모로, 특히 360도 거대 타원형 LED 월로 구성된 ‘HANAM 3’의 경우 가로 53.5m 높이 8m 지름 19m의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는 디즈니플러스의 스타워즈 시리즈 ‘더 만달로리안’ 시즌 1·2가 제작된 ILM의 버추얼 스튜디오 ‘스테이지크래프트’와 비슷한 규모로, LED 월의 높이는 2미터 가량 더 높은 수준이다.

스튜디오 내에는 대형 LED 월과 인카메라 VFX(In-camera VFX) 장비, XR 운영 시스템 등 실감형 콘텐츠 제작에 최적화된 최첨단 시설이 갖춰져 있다.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은 2017년부터 관련 기술에 대한 R&D를 진행해 버추얼 슈팅(Virtual Shooting), 버추얼 스카우팅(Virtual Scouting), 인 카메라 VFX(In-camera VFX), 모션 캡처(Motion Capture) 등 핵심기술을 내재화했다.


이날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은 스튜디오에서 다양한 공간을 연출하는 시연을 했다. 메인 LED 월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움직임은 인카메라를 통해 포착되고, 카메라가 움직일 때마다 화면에 담길 배경의 크기가 LED 월 안에서 자유자재로 조정됐다. 모니터링 화면에서는 다양한 배경 속에 있는 사람이 이질감 없이 표현됐다.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의 김우형 촬영감독(CCO)은 “우리가 찍을 수 있는 분량을 ‘페이지 카운트’라고 하는데, 버추얼 스튜디오를 이용하면 (같은 시간 내) 페이지 카운트가 30% 정도 증가하기 때문에 전체 제작비가 줄어들 수 있다”면서 “물리적으로 지어야 할 세트 분량도 줄이기 때문에 상당한 제작비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외 제작사들의 문의는 빗발치고 있다. 스튜디오 오픈 1년 만에 브이에이 스튜디오 하남에서 디즈니플러스 국내 론칭쇼, 배틀그라운드 브랜드 필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서울대작전’ 촬영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는 설명이다.


◆ 브이스테이지, 향후 마켓·커뮤니티 기능 도입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은 이러한 2D·3D 가상공간과 소품들의 지식재산권(IP)을 ‘에셋’(Asset)화해 모은 라이브러리 플랫폼 ‘브이스테이지’(V STAGE)를 구축하고, 베타 서비스를 지난 9월 공개했다.

현재 일부 고객사 및 파트너 대상으로 공개된 ‘브이 스테이지’ 베타 서비스에는 3D 환경 2600개 등 전체 약 2만개의 에셋이 포함됐다. ▲공항·지하철 등 일반적으로 촬영 현장 섭외 및 촬영이 어려운 실내 공간 ▲사하라 사막 등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대체할 수 있는 배경 ▲우주·미래도시와 같은 비현실적 공간 등이 포함돼 있다.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의 고병현 브이스테이지 총괄 리더(상무)는 “브이스테이지에는 언리얼엔진 기반으로 제작된 포토리얼리스틱한 3D 공간이 약 3100개, 360도 파노라마 이미지와 영상, 스캔데이터, 그리고 실사와 같이 3D 모델링 기반으로 제작된 오브젝트 에셋이 포함되어 있다”며 “그 중에서도 콘텐츠 제작에 있어 촬영 현장에 활용도가 높은 환경 에셋들을 우선순위로 데이터화 했다”고 설명했다.


브이스테이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세계 최초 ‘버추얼 스카우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사용자의 PC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웹상에서 고용량 에셋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서비스다. 단순 이미지가 아닌 360도 카메라로 가상 환경을 살펴볼 수 있어 촬영 구도와 장면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플랫폼 내에서 촬영 카메라 렌즈값 설정과 컨셉에 맞춘 시간대, 조명 배치 등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해 직접 스튜디오에 방문하지 않고도 에셋 및 제작 환경 확인이 가능하다.

향후에는 마켓 플랫폼 기능과 커뮤니티 기능도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업체 혹은 개인이 제작한 에셋들을 브이스테이지 내에서 상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실제 버추얼프로덕션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또 크리에이터들간의 창의적 의견 공유는 물론, 브이스테이지 내에서 프로젝트 기획과 팀 빌드가 가능하도록 커뮤니티 기능도 도입한다.

고병현 리더는 “이처럼 브이스테이지는 버추얼 프로덕션 분야에 있어서 마켓플랫폼 기능, 크리에이터간의 연계, 커뮤니티 기능을 활성화해 버추얼 프로덕션의 대표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아울러 브이스테이지를 통해 국내 버추얼 프로덕션 시장의 확대는 물론, K콘텐츠의 세계화를 더욱 기속화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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