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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4분기도 ‘고난의 행군’…8K TV, 유럽서 ‘판매 금지’ 기로에

백승은
- 2022년 예상 출하량 2억879만4000대…10년 만에 최악
- EU, TV 전력 소비 규제안 내놔…현지 외신 “예정대로 통과될 것”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역대급 한파가 불어 닥친 TV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연말 월드컵 및 유통 행사 특수를 노렸지만 수요 부족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럽연합(EU)의 8K TV 규제까지 등장했다. 다만 이 규제는 이달 말까지 일부 개정될 여지가 있어 결과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TV 시장, 왜 최악일까?…전쟁으로 수요 얼고, 원가 부담 요인 늘고

16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TV 예상 출하량은 2억879만4000대다. 기존 전망보다 284만대 줄어든 수준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2억200만대로 예측했다.

두 기관이 내놓은 예상 출하량은 최근 10년 동안 집계한 출하량 중 가장 적은 수준이다. 각종 거시경제 지표 악화로 인한 소비자 수요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인플레이션 확대 및 금리 인상도 수요 하락에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

또 2020년과 2021년 상반기까지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보복소비(펜트업)’가 몰리며 가전제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 이 기간 수요가 앞당겨져 다음 해인 2022년 판매가 크게 줄어든 부분도 있다.

선진 시장인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간 이어지며 소비 심리가 더욱 축소됐다. 전쟁으로 인한 유가·가스 가격 상승 등 간접 영향을 받은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수요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판매는 줄었지만 원가 부담 요인은 늘었다. 특히 화물 컨테이너 부족으로 운송비가 크게 올랐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0년 65인치 TV의 운송비는 9달러(약 1만원)에 불과했지만 2021년 50~100달러(약 6~13만원)로 뛰었다. 올해는 일부 인하됐지만 평년 수준으로 떨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 수익성을 제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TV 업계는 모두 ‘연말 특수’를 언급했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와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가 겹친 4분기는 TV 최대 성수기다. 올해는 11월 카타르 월드컵까지 겹쳐 기대가 컸다. 그렇지만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국내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할인 프로모션으로 판매가 늘었지만 수요를 회복하기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력 소비 칼 빼든 EU…이달 말 규제안 통과 여부 나온다

암울한 상황에 8K TV의 유럽 판매길이 막힐 처지까지 놓였다.

EU는 지난 10월 총 27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TV 전력 소비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8K 마이크로발광다이오드(LED) TV 기준 에너지효율지수(EEI)가 0.9 이하를 충족해야 한다는 게 규제안의 골자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 8K TV는 이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다. 규제안대로라면 75인치 8K TV의 시간당 에너지 소비량이 141와트(W) 아래로 떨어져야 하는데, 삼성전자의 2022년형 네오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8K TV 75인치 제품은 시간당 에너지소비량이 300W가 넘는다. LG전자의 77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8K TV 역시 300W 이상이다.

업계는 EU의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8K TV 협회는 성명을 통해 산업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도 나서 애로를 제기했다.

현지 외신은 규제안이 예정대로 시행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매체 디지털데이(DDay)는 규제안은 계획대로 내년 3월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8K TV 출하량은 39만7000대로 예측된다. 2022년 글로벌 TV 출하량이 2억879만4000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다. 전체 TV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기업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중요하게 여겨진다.

EU의 규제안은 이달 25일(현지시간)까지 개정 여지가 남아 있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규제안 통과 결정은 이달 말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현안대로 통과될 경우 8K TV의 기능을 낮춰서 판매해야 하는데, 그 경우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업계도 대응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백승은
bse1123@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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