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美 마이크론 '추격', 中 YMTC '성장'에…삼성·SK 화들짝

김도현

- 마이크론 연이어 세계 최초 타이틀…YMTC 232단 낸드 상용화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메모리 시장에 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 수년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과 질 모두 ‘초격차’를 유지해왔다면 미국 마이크론,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이 이를 깨려는 모양새다. 위기감을 느낀 국내 기업들은 불황 속에서도 기술경쟁력 강화는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다.

1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한 컨퍼런스에서 최정동 테크인사이츠 박사는 “삼성전자 개발전략에 뒤처지지 않나 싶을 정도로 마이크론이 공격적으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도 기간을 단축해 마이크론 추격을 따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마이크론은 차세대 D램과 낸드플래시를 가장 먼저 공개하면서 공정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2020년 11월 176단 낸드, 2021년 1월 10나노미터(nm)급 4세대(1a) D램 생산 소식을 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에도 223단 낸드 양산, 5세대(1b) D램 개발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 공식적인 언급으로는 모두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다.

미래 제품으로 꼽히는 3차원(3D) D램 분야에서도 마이크론 행보가 눈에 띈다. 이 제품은 한정된 공간에서 셀을 늘리는 데 물리적 한계치에 도달한 D램을 적층해 성능을 개선하는 콘셉트다.

최 박사는 “주요 업체들이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나 마이크론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비해 2~3배 더 많다”며 “경쟁사 대비 극자외선(EUV) 공정 도입이 지지부진한 만큼 다른 쪽에서 승부 보려는 전략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YMTC의 도전도 거세다. 마이크론은 업력도 긴데다 빅3로 분류될 만큼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으나 YMTC는 반대다. 출발선 자체가 달랐으나 중국 정부 지원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지난해 YMTC 232단 낸드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투입이 화제였다. 기술 수준이 낮은 것으로 여겨진 YMTC가 최신 제품을 처음으로 상용화한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상당 부분 활용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최 박사는 “사실 100단대도 겨우 넘은 YMTC가 200단대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었다”면서 “생각보다 빨리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내부에서도 놀란 눈치”라고 전했다.

이어 “실제로 시장을 살펴봐도 YMTC 200단대 제품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히려 마이크론 등은 찾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YMTC는 차기작으로 300단대 낸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9세대 낸드 단수를 290단대 후반으로 검토하는 것과 대비된다.

현재 YMTC는 낸드 생산능력은 월 10만장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업계 1위 삼성전자의 약 20% 수준으로 생산 물량에서도 격차가 좁혀지는 형국이다.

다만 중국 메모리는 호환성 등 문제로 외부에서 도입하기는 쉽지 않은데다 미국의 YMTC 제재 본격화한 점은 변수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YMTC를 공격하는 것도 예상보다 기술력이 많이 올라왔다는 의미로 보고 있다.

미국과 중국 업체 공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구개발(R&D)에 자금, 인력 등 자원 투입을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투자액(CAPEX) 내 R&D 항목 비중을 대폭 늘리기로 했고 지난해 8월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를 착공했다. SK하이닉스는 전반적인 CAPEX는 줄이나 차세대 제품을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미국에는 R&D 및 패키징 제조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또한 양사는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차세대 규격 선점에 나서는 한편 고대역폭 메모리(HBM), 지능형 메모리(PIM) 등 미래 수요를 대비하고 있다. HBM과 PIM 등은 서버 등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나타나는 병목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된 '똑똑한 메모리'다.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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