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계

이제 관심은 최정우 회장 거취… 17일 포스코홀딩스 주총, 국민연금 행보 촉각

박기록
최정우 포스코 회장 <자료사진 포스코>
최정우 포스코 회장 <자료사진 포스코>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거취가 3월 재계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KT 구현모 대표가 회장 연임을 포기함에 따라 이제 관심사는 포스코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정우 회장쪽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앞서 KT의 구현모 대표 연임을 반대했던 1대 주주 국민연금공단은 포스코그룹을 지배하는 포스코홀딩스의 1대 주주(지분율 8.99%)이기도하다.

올해 주총을 전후해, 최 회장의 거취와 관련한 국민연금의 의사가 돌출될 것인지가 주목된다.

관련하여 포스코홀딩스는 오는 17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서관 4층에서 제 5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올해 주총에서 상정된 안건중 주목되는 것은 ▲본점소재지 변경의 건 ▲사내이사 선임의 건이다.

◆포스코 본점 소재지 변경안 상정, 일각에선 정치적 시그널 해석도

먼저 ‘본점소재지 변경’ 안건은 포항 시민과 관련 지역 단체들이 포스코홀딩스 본점 주소지를 서울에서 다시 포항으로 옮기라고 요구했던 사안이다.

당초 포스코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사업회사인 포스코는 포항에 본점을 둔 반면 포스코홀딩스의 본점 소재지를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440 포스코센터'로 옮기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그동안 포항 지역 시민단체들은 상경 시위 등을 통해 포스코홀딩스 본점 주소지의 포항 이전을 촉구하며 최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포스코에겐 적지않은 부담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일각에선 이번 주총에서 포항으로의 포스코홀딩스 본점 소재지 이전 안건이 내년 총선을 1년여 앞둔 시점이란 점을 들어 포항 지역 정가의 압력도 작용했을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또 한편으론 최 회장의 안정적인 잔여 임기를 보장받기위해 포스코가 여권에 일종의 화답의 시그널을 보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주총에서 본점 소재지 변경 안건 통과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0일 포스코홀딩스는 이사회를 열어 해당 안건을 의결한 상태다. 주총에선 승인 절차만 진행하는 것이다.

한편으론 본점 소재지를 포항으로 옮기는 것은 포스코 투자자들에겐 적지않은 불만이다.

실제로 앞선 이사회 결정 과정에서도 포스코홀딩스의 상당수 이사들이 주주 가치 제고와 그룹의 중장기 성장 비전을 고려해 본사 주소지 이전에 강한 반대 의사를 개진했고, 이사회를 두 차례나 개최할 정도로 진통이 컷던 것으로 전해진다.

◆ 정기섭 사장 등 사내이사 선임… 최 회장 체제 강화 평가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 선임’ 안건과 관련해 추천된 후보는 정기섭(신규선임), 유병옥(재선임), 김지용(신규선임) 3명이다. 이들 모두 그동안 최 회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란 평가다. 실제로 이들은 2018년 7월 이후 시작된 최 회장 재임기간동안 포스코 그룹내에서 핵심 요직을 맡아왔다.

3인중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은 포스크에너지 사장 출신이며 올해부터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CSO)을 맡고 있다. 포스코그룹 안팎에선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 승인후 정기섭 사장의 향후 역할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높다.

유병옥 부사장은 작년 3월부터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팀장직을 수행해왔다. 김지용 부사장은 포스코광양제철소장(2021년)을 역임했으며 올해부터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최 회장의 잔여 임기를 완주하기위해서는 이사회의 든든한 지원이 필수적인데, 그런측면에선 이들 3인의 사내이사 선임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해석이다.

◆ 2차 전지 소재 등 신사업 성과 불구… '제철소 태풍 피해' 당시 골프 논란 등 구설 부담

주총 상정 안건과 별개로, 역시 주목되는 것은 최 회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한 돌출 상황이 발생하는지의 여부다. 다만 최정우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이기때문에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KT 구현모 대표와 상황이 다소 다르다.

아직 임기 1년을 남겨놓고 있는 최 회장의 거취와 관련해 만약 사안이 발생한다면, 현재로선 포스코홀딩스의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목소리를 통해 표출되는 상황밖에는 없다.

다만 그동안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의 1대 주주였지만 이렇다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는 않는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역대 포스코 회장중, 이런 저런 사연으로 임기를 제대로 마치고 물러난 경우 역시 매우 드물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황을 예단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최 회장에 대한 공과를 거론할 경우, 빼놓지않고 거론되는 것은 작년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항 냉천이 범람하면서 포항제철소가 사상 처음 가동이 중단된 사고다.

이로인해 포스코홀딩스의 실적이 급감하는 등 경영상의 타격과 함께 이후 이를 수습하는 데 적지않은 후유증을 겪었다.

이 여파로 포스코홀딩스는 2022년 실적에서 매출액은 84조75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1.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7.5%나 감소한 4조8500억원에 그쳤다. 당기순이익도 전년대비 50.5% 감소한 3조5605억원이었다. 포항제철소 가동 중단에 따른 직간접적인 영업손실 및 피해복구 비용 등 1조3000억원 정도가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자연재해라는 불가항력의 요인도 고려해야겠지만 포스코그룹의 총괄 책임자로서의 태풍 피해에 철저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도의적 책임, 그리고 수해 당시 부적절한 처신 논란은 최 회장의 거취를 전망하는데 있어 부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포항제철소 복구 현장을 찾은 최정우 회장 <사진>포스코그룹
포항제철소 복구 현장을 찾은 최정우 회장 <사진>포스코그룹
태풍 피해 직후인 지난해 10월4일, 최 회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태풍 힌남노 상륙 전 골프를 친 사실을 인정해 여야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당시 박성민 의원(국민의힘)이 ‘일주일 전부터 재난대책본부를 가동했다고 했는데 9월 3일과 4일 주말을 이용해 골프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의에 최 회장은 “3일(날은) 쳤고 4일(날)은 치지 않았다”고 답변해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이어 ‘재난대책본부가 가동중인 상황에서 골프를 치러 가는 것이 재난대책 책임자로서 말이 되느냐’고 따지자 최 회장은 “매뉴얼 상 재난대책본부장은 제철소장으로 돼 있다”고 답변한 것이 역시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물론 이같은 논란에도 2차 전지 소재분야에서 포스코케미칼 등 그룹 계열사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윤 대통령 '민영화 된 기업, 스튜어드십 강화' 주문…국민연금이 대주주인 기업들 긴장

하지만 전체적으로보면, 여전히 최 회장의 거취에 대해 재계 관계자들의 예측은 조심스럽다.

기업 실적과는 무관하게 주인이 없는 몇몇 기업의 CEO들이 '현 정권과 불편한 지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500명의 재계 인사가 참석한 경제계 신년회 행사에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구현모 KT 대표가 불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회자된 바 있다.

물론 이후, 두 사람의 불참을 놓고 갖가지 억측이 나오자 포스코, KT 두 회사 모두 CEO가 행사에 불참하게된 경위를 해명했지만 해석의 여운은 아직 남아있는듯 보인다.

또한 지난 1월30일, 윤석열 대통령은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소유가 완전히 분산된 기업들은 지배구조의 절차와 방식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과거 정부 투자 기업 또는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된 기업은 소위 스튜어드십이라는 것이 작동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발언 이후, 국민연금이 1대 주주의 지위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KT, 포스코 등에 스튜어드십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포스코그룹과 최 회장으로선 올해 주총이 시기적으로 중대한 갈림길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박기록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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