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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OTT 해외진출의 꿈…"현지화도, 상생도 결국 '돈'"

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넷플릭스의 광고요금제 도입은 SVOD 시장이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아닌 레드오션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상원 경희대 교수는 6일 서울 중구 1인 미디어 콤플레스에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디지털 미디어의 변화와 대응’을 주제로 진행된 5차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 현장 간담회에서 “OTT의 입장에서 높은 콘텐츠제작 비용을 앞으로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가 과제”라며 이 같이 말했다

OTT, 규모의 경제 뒷받침 돼야…패스트 등 다양한 진출방안 모색

이번 간담회는 디지털미디어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글로벌 진출방향 등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 교수는 국내 디지털미디어기업들이 규모의 경제가 아닌 콘텐츠 경쟁력 만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려울 것임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패스트(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등을 통한 진출 등 다양한 진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FAST는 광고를 보면 무료로 볼 수 있는 ‘광고형 VOD(AVOD)’를 스트리밍하는 서비스로, AVOD 콘텐츠를 하나의 TV채널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광고 기반의 TV채널 플랫폼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 부족한 금융지원…"전산의 투명성 필요"


이어진 토론에선 업계가 글로벌 진출에서 겪는 어려운 부분들이 이야기됐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민관이 함께 함께한 가운데, 업계는 글로벌 진출 기반을 다지기 위해 필요한 정책들을 요청했다.

먼저, OTT 사업자들은 현지화와 이에 요구되는 금융지원 등 플랫폼에 특화된 지원책 마련을 요청했다. 현재 정부에서 마련된 정책은 대부분이 제작사 지원에 쏠려 있는 탓이다.

지난달 미국 시장에 진출한 웨이브의 노동환 부장은 ”미디어 시장 같은 경우 투자 받기 어렵다“라며 “기본적으로 민간 자본이 이 시장을 매력적으로 느껴야하는데 OTT 시장의 경우 아직은 그러지 못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한 부처별 펀드는 운영되고 있다. 정부가 출자해 민간 투자조합에 출자하는 방식의 정책펀드다. 그럼에도 불구, 콘텐츠 기업들은 여전히 투자유치 및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흥행 기반이라는 콘텐츠 산업의 특성상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민간 영역에서의 투자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업은행 정성희 문화콘텐츠금융부 부장은 ”문화콘텐츠금융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금융기관은 저희뿐이다. 고객 예금을 토대로 하는 금융기관은 투명해야 하지만 콘텐츠 사업의 경우 정산의 투명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특정 콘텐츠가 흥행한다 해도 이후 들어오는 자금은 기대에 못 미친다“며 정산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한편, 민간 투자환경도 함께 활성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제작사, 플랫폼 내제화된 시청 데이터 제공 요청

제작사에선 지적재산권(IP)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넷플릭스 등 일부 OTT는 제작사에 제작비부터 해외에서의 마케팅·더빙 작업 일체를 지원하고 IP를 양도받는 계약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 경우 콘텐츠 흥행에 따른 추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없어 창작자들의 의욕을 상실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콘텐츠 경쟁력을 측정할 수 있는 성과 지표의 부재에 대한 어려움 토로했다. 과거 시청률이라는 객관적 지표가 있었다면, OTT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공식화된 데이터가 사라져 경쟁력 있는 콘텐츠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튜디오드래곤 이혜미 사업전략담당(상무)은 “스튜디오드래곤에서 제작한 콘텐츠들이 글로벌 OTT 통해 여러 나라로 판매되고 있다“며 “저희는 사실 콘텐츠를 제작해 플랫폼에 제공하는 B2B 사업자인 셈인데 시청자들이 콘텐츠에 대해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한 관련 데이터 수집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넷플릭스 같은 경우 이런 데이터를 자산화하면서 더 큰 파워를 가지게 된 상황”이라며 “데이터를 공유받을 수 있게 된다면 드라마 제작에 도움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티빙 고창남 대외협력국장은 “플랫폼이 데이터를 생성하려면 사실 굉장히 많은 비용 필요하다. 이용자의 이용행태를 파악한다하면 1초마다 파악하냐, 혹은 10분마다 파악하냐에 따라서도 (결과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작년과 재작년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생보단 저희의 생존에 대해서 깊이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상생에도 돈이 필요하다”라며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는 업계의 고충에 공감하며 다양한 지원책을 약속했다. OTT와 유망 콘텐츠를 위한 글로벌 디지털 미디어 펀드를 추진하는 한편, 기업은행의 디지털미디어 융합 콘텐츠 스타트업 투자를 비롯한 민간 투자와도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또 동남아 등에 설치된 해외IT지원센터 중 우선순위가 높은 지역부터 초기 진출에 필요한 시장조사와 현지 네트워킹을 제공하고, OTT와 제작사의 컨소시엄에 콘텐츠 제작비 뿐만 아니라 국제 콘텐츠 마켓 참가 및 더빙·자막제공을 지원하겠다고도 덧붙였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디지털미디어콘텐츠 관련 국정과제를 원활하게 실행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가 준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곧 발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며 "오늘 주신 의견은 과기정통부는 물론, 범정부적으로 추진할 과제는 위원회 통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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