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ATM은 대체 금융점포 아냐"… 금융 당국, 은행권 점포 축소에 급제동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금융 당국이 국내 은행권의 급격한 점포 폐쇄 움직임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점폐 폐쇄에 따른 고객 불편과 함께 디지털 기기 작동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층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동안 은행권은 기존 점포를 통폐합 하거나 ATM(현금자동입출금기)로 대체해왔으나 금융 당국은 이를 쉽게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ATM은 더 이상 대체 금융점포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은 앞으로 점포를 폐쇄하기 이전에 점포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거쳐 폐쇄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만약 불가피하게 점포폐쇄를 결정한 때에는 점포폐쇄 이전과 유사한 금융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공동점포·소규모점포·이동점포·창구제휴 등 대체점포를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와관련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2일 열린 ‘제5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확정했다.

김 부위원장은 “금융업의 본질은 ‘신뢰’에 있으며 단기적인 이윤추구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소비자 이익 증진에 최선을 다해야만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내실화 방안’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점포폐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사전영향평가절차가 강화되고 점포폐쇄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확대되며,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전영향평가 내실화'는 은행 점포폐쇄 결정이 가져오게될 고객 불편을 미리 진단해 보는 것이다. 물론 기존에도 ‘점포폐쇄 공동절차’를 운영하고 있었으나 해당 절차에도 불구 폐쇄 점포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유명 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따라서 은행들은 앞으로 점포폐쇄를 결정하기 전에 점포 이용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대체수단 조정, 영향평가 재실시 또는 점포폐쇄 여부를 재검토하는 절차를 마련해야한다.

사전영향평가 및 의견수렴청취 결과, 금융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원칙적으로 점포를 유지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점포폐쇄를 결정하더라도 금융소비자가 기존 점포폐쇄 이후에도 큰 불편없이 금융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대체수단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때, 은행은 내점고객 수, 고령층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소규모점포, 공동점포, 우체국·지역조합 등과의 창구제휴 또는 이동점포를 대체수단으로 마련해야 한다.

다만, 금융소비자가 겪게 되는 불편·피해의 정도가 크지 않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고기능무인자동화기기(STM)도 대체수단으로 활용가능하다. 물론 이 경우에도 안내직원을 두거나 STM 사용방법에 대해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STM(Smart Teller Machine)은 기존 ATM보다 뛰어난 금융서비스 기능을 제공하는 기기로 영상통화, 신분증스캔 등 본인인증을 거쳐 예·적금 신규가입, 카드발급, 인터넷·모바일뱅킹 가입 등 창구 업무의 80% 이상 수행 가능한 장비를 말한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그동안 은행은 점포폐쇄시 무인자동화기기(ATM)을 대체수단으로 활용해왔으나 ATM의 경우, 현금 입·출금 등 아주 기본적인 업무는 가능하나 예·적금 신규가입 등 은행의 창구업무를 온전히 대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ATM을 은행 점포의 보조수단으로는 활용할 수 있겠으나, 점포폐쇄에 따른 대체수단으로는 앞으로 활용할 수 없다고 분명히 못박았다.

마지막으로 사전영향평가에 참여하는 평가자 중 외부전문가를 기존 1인에서 2인으로 확대하고, 외부전문가 2인 중 1인은 점포폐쇄 지역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게끔 지역인사로 선임하도록했다.

또한 사전영향평가항목에서 은행의 수익성 또는 성장가능성과 관련된 항목은 제외하고 금융소비자의 불편 최소화와 관련된 비중을 확대하도록 했다.

이밖에 점포폐쇄 과정에서 금융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정보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내실화 방안’을 통해 점포폐쇄와 관련된 정보의 범위·내용을 확대하여 소비자의 알권리도 한층 더 강화할 계획이다.

그간 점포폐쇄가 결정되면 폐쇄일로부터 3개월 전부터 점포 이용고객에게 문자, 전화, 우편, 이메일 등을 통해 폐쇄일자, 사유 및 대체수단 등 기본정보를 제공했으나, 이제는 기본정보에 더하여 사전영향평가 주요내용, 대체점포 외 추가적으로 이용가능한 대체수단, 점포폐쇄 이후에도 문의할 수 있는 담당자 연락처 등을 추가로 제공해야 한다.

이와함께 은행 자체적으로 폐쇄되는 점포 고객을 대상으로 향후 발생할 불편 및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직접적인 지원방안도 제공해야 한다.

금융 당국은 이와관련, 일례로 폐쇄점포 고객을 대상으로 예금 또는 대출상품에 일정기간 우대금리를 제공하거나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자 등 디지털 교육도 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금융 당국은 은행이 홈페이지 및 금융앱(App) 내부에 별도의 고령자 모드를 신설하고, 고령자 모드를 이용한 인터넷뱅킹 또는 모바일뱅킹 실습교육을 진행해야하며 교육 신청 방법을 별도로 안내하도록 했다.

고령자 모드는 글자크기를 확대하고, 이체·송금 등 간단한 메뉴로 홈페이지·모바일 화면을 구성하는 것으로 올해 2월말 기준 8개 은행이 모바일 금융앱 내부에 고령자모드 개설을 완료한 상태다.

이번 ‘내실화 방안’을 통해 마련된 개선방안은 ‘은행 점포폐쇄 관련 공동절차’ 개정을 통해 5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다만 5월 1일 이전에 점포폐쇄가 결정되거나 점포가 폐쇄되는 경우에도 일부 사항을 제외하고 동 ‘내실화 방안’을 적용하여야 한다.

박기록
rock@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