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유니버스①] ‘펀(Fun)’해진 유통가, 게임·웹툰 IP 협업 이유는?
- K팝 아이돌 넘어 게임·웹툰 캐릭터 IP 활용 협업 사례 증가
- 이색 상품부터 팝업스토어까지 다양해진 협업 방식
- 롯데 '밸리곰', 신세계 '푸빌라' 자체 캐릭터 IP 시도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서든어택 펑 크림에일(CUx넥슨)’, ‘검은사막걸리(이마트24x펄어비스)’부터 ‘데뷔 못하는 죽는 병 걸림’ 팝업스토어(더현대서울x카카오엔터테인먼트)까지.
단순 필요한 상품을 구매하던 공간에 그쳤던 유통 채널들에 이색 상품·콘텐츠 협업이 많아졌다. 게임이나 웹툰에서 등장한 캐릭터에 빠진 팬덤을 공략해 오프라인에서도 주목도를 끌 수 있는 아이템을 제공한다. 재밌고 이색적인 요소를 강조하면 특정 캐릭터 팬이 아닌 일반인들 시선까지 사로잡을 수 있다.
지식재산권(IP) 커머스는 IP에 커머스를 더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팬덤이 확실한 IP를 확보해 이와 연계한 다양한 상품을 기획·디자인·제작해 유통 및 판매하는 단계까지 모두 포괄한다. 이런 IP 커머스를 활용한 결과 유통업체들은 실제 높은 매출을 달성하고, 편의점이나 백화점 브랜드 자체 충성고객을 확보하기도 한다.
만화 산업이 발달한 일본은 단행본이나 TV·극장판 애니메이션 수출 외에도 인기 캐릭터를 바탕으로 피규어·인형·문구 등 충성도 높은 팬덤 경제를 확보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K팝 아이돌 팬덤 대상으로 하는 굿즈 사업이 대표적이다. IBK투자증권은 지난해 기준 국내 팬덤 경제 규모를 약 8조원으로 추정했다.
IP활용 경쟁이 활발한 곳 중 하나가 유통업계다. 특히 10대부터 20대 초중반 연령대인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를 주요 고객 중 하나로 삼고 있는 편의점은 아이돌을 넘어 인기 캐릭터와 게임·웹툰으로 IP 협업 범위를 적극 넓히고 있다.
미래고객 잘파세대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오프라인은 편의점이다. 즉 편의점마다 충성고객을 확보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이들을 어떻게 포섭하느냐가 중요하다. 1020세대 소비 특성을 살펴보면 이들은 각 편의점이 내놓는 차별화 상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색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특정 편의점을 찾아다니는 걸 서슴지 않는다.
편의점과 게임사 간 협업 사례가 유독 눈에 띄는 이유도 이러한 요인과 연관된다. 게임·웹툰 캐릭터 IP를 활용한 상품을 출시하면 소비자들은 ‘집 앞 편의점’이 아닌 구체적인 편의점 브랜드를 찾게 된다. 즉 IP 협업 상품은 저렴한 가격이 아닌 참신함을 통한 새로운 방식의 미끼상품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과 게임사는 1020세대 젊은 고객층을 타깃으로 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라며 “특히 게임사는 거의 모든 활동이 온라인에서 이뤄지다 보니 인기 캐릭터를 오프라인으로 가져와 접점을 넓히고자 하는 수요가 있고, 편의점은 특정 캐릭터·아이템을 반영한 상품을 출시해 방문을 이끌어내려는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캐릭터 IP와 협업은 유통업계 성과로도 이어진다. 이마트24는 지난 5월 넥슨과 ‘단진24’ 팝업스토어를 출점했는데, 약 20일간 누적 방문객 수는 1만9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한 달간 진행한 위메이드 게임 ‘미르M’과 협업 팝업스토어에선 누적 방문객 2만1000여명, 미르M 협업 상품도 각 상품군에서 월간 매출 톱 3위에 꼽혔다. 세븐일레븐은 유통가 매출 상승 ‘치트키’로도 불리는 산리오 캐릭터즈와 협업해 굿즈 시리즈를 기획하는데, 지난 5월 출시한 ‘산리오 리유저블백’은 출시 일주일 만에 3만개 이상 팔렸다.
IP커머스를 활용해 젊은층을 미래 고객으로 확보하려는 모습은 백화점 등 유통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웹툰·게임 출시에 맞춰 짧은 기간 운영하는 IP 팝업스토어엔 젊은층 고객이 ‘오픈런’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 지하 2층에서 진행 중인 인기 웹툰 ‘데못죽(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팝업스토어에 일주일 간 1만여명이 넘게 방문했다. 이달 12일까진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에선 네이버웹툰 ‘냐한남자’, ‘마루는 강쥐’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IP 영향력을 실감한 롯데·신세계 등 대기업은 한편에서 자체 캐릭터 활성화에도 열을 올린다. 롯데홈쇼핑에선 캐릭터 ‘밸리곰’을 개발해 각 계열사와 시너지를 창출한다. 호텔롯데 월드사업부는 블랭크코퍼레이션 IP커머스 자회사 영차컴퍼니와 협업해 팝업스토어와 카페를 열고, 자체 제작한 캐릭터 IP를 매장 인테리어와 카페 굿즈 및 메뉴에 접목시켰다.
이달 중 대전 신세계백화점 아트&사이언스에선 인기 캐릭터 펭수와 협업하는 ‘푸빌라X펭수’ 팝업을 소개할 예정이다. 푸빌라는 지난 2017년 신세계백화점이 자체 제작한 상상 속 동물 캐릭터다.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해 백곰을 모티브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IP커머스는 캐릭터와 스토리, 세계관을 활용해 다양한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상품을 판매해 수익을 얻는 목적에 그치지 않고 세계관에 진심을 담아 팬들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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