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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난동 어디?” 초록창 대신 X(트위터) 검색…위축된 포털 생존 ‘몸부림’

이나연 기자
8일 오전 X 트렌드 갈무리 [ⓒX]
8일 오전 X 트렌드 갈무리 [ⓒX]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최근 신림역·서현역 칼부림 테러 이후 전국 곳곳에서 묻지마 살인 예고 게시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관련한 제보와 반응 같은 실시간 글 대다수는 ‘X(구 트위터)’에서 시작해 확산 중이다.

지난 2020년과 2021년 포털 다음과 네이버가 각각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폐지한 이후, 사람들은 어떤 사건이 생기면 국내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는 대신 X 등 글로벌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로 향했다. X 실시간 트렌드는 실시간으로 가장 많이 트윗되는 키워드를 순위로 보여주는 탭이라 이미 실검 역할을 대체한 지 오래다.

문제는 국내 포털 플랫폼들에 비해 해외 SNS들은 상대적으로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콘텐츠 접근이 더 용이하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정부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스스로 자정노력을 하고 있지만, 해외 기업에서 운영 중인 SNS에 대해선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지난해 11월 이태원 참사 때 카카오는 유족들 요청에 따라 추모제 관련 기사 댓글 서비스를 일시중단했고, 네이버는 언론사가 자율적으로 댓글창 운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페이스북, X 등을 통해서는 한 때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이태원 참사 영상들과 관련 반응들이 무분별하게 전파됐다.

◆네이버·카카오 꾸준히 하락세인데…구글·트위터는 훨훨

앞서, 국내 포털이 제공해 온 실검 서비스는 실시간 순위로 여론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였다. 현 상황에서 사람들이 많이 검색하는 검색어 순위를 보여주기 때문에 재난이나 특정 사건·사고는 물론, 다른 용자들 관심사나 최신 이슈를 알려준다는 순기능이 있었다. 하지만 특정 이슈나 인물을 부각하기 위한 매크로 조작과 정치적·상업적 활용 의혹 등 여러 부작용이 지적되며 실검은 십수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트렌드 토픽’과 ‘투데이 버블’이라는 이름으로 기존 실검이 가진 장점을 일부 반영하는 포털 콘텐츠 개인화 추천 서비스를 시범 도입했다. 양사는 이들 서비스가 키워드 분석 기준 시간을 늘리고 다양한 보정 과정도 거쳐 실검과 성격 자체가 다르다고 강조했지만, 끝내 ‘실검 부활’이라는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온갖 잡음에도 예정대로 정식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는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는 트렌드 토픽 정식 서비스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국내 포털 플랫폼 기세가 위축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X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 성장세도 무섭다. 국내 검색 생태계 위기론이 수년째 지속되면서 양대 포털 플랫폼 네이버와 카카오도 대책 마련에 열중하고 있다.

웹사이트 분석 업체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검색 시장에서 네이버는 56.09% 점유율을, 다음은 4.52%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5.33%포인트, 0.47%포인트 감소했다. 2위인 구글 점유율은 동기간 28.09%에서 34.22%로 뛰었다. 지난달 1위와 2위 간 격차는 21.87%포인트로, 지난해 말 38%포인트까지 벌어졌던 격차가 절반을 살짝 웃도는 수준으로 좁혀졌다.

X 역시 최근 이용자 신기록을 달성했다는 지표를 공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자신의 X 계정에 “2023년 월간 활성 용자가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머스크가 함께 올린 그래프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X 월간 활성 이용자가 5억4000만명을 넘었다. 이는 머스크가 X를 인수하기 전인 지난해 5월 2억2900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1년여만에 두 배 이상이 성장한 셈이다.

X 월간 활성 이용자 추이 갈무리 [ⓒ일론 머스크 X 계정]
X 월간 활성 이용자 추이 갈무리 [ⓒ일론 머스크 X 계정]

◆카페·오픈채팅 활성화에 실시간 트렌드 잡기…네카오 전략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용자 유입과 체류 시간 확대를 위해 공략해야 할 지점은 결국 ‘커뮤니티 활성화’다. 먼저 네이버는 전날부터 30일간 카페 인기글 기능을 알리기 위한 ‘인기글 스티커 찾기 이벤트’를 열었다. 참여자들은 일정 조건에 따라 네이버페이 포인트도 지급받는다.

앞서 지난달부터 카카오 사내독립기업(CIC) 포털 다음은 다음카페지기를 응원하기 위한 ‘다음카페 운영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기존에도 카페지기 선택에 따라 다음카페에 광고 배너를 넣을 수 있었지만, 다음이 카페 운영 활성화를 위해 광고 수익 공유 기능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사는 오픈채팅(톡) 서비스를 토대로 관심사 기반 플랫폼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가 본 플랫폼에 장시간 머무르게 함으로써 향후에는 광고나 커머스와 연계해 수익성을 모색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세부적인 전략에는 차이가 있다.

네이버는 오픈톡으로 스포츠처럼 팬덤 결집력이 높고 화제성이 높은 특정 분야부터 공략했다. 예컨대, 스포츠를 주제로 한 커뮤니티 서비스는 ▲좋아하는 팀별로 자유롭게 채팅방을 개설해 소규모로 채팅을 나눌 수 있는 ‘오픈톡’ ▲스포츠 주요 이슈에 대해 누구나 다양한 의견을 내고 토론하는 ‘이슈톡’ 등이 있다.

반면, 카카오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다양한 관심사로 묶인 비지인끼리 대화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 지난 5월 카카오톡 세 번째 탭에 배치된 오픈채팅탭은 ▲용자 관심사와 반응도 기준으로 인기 있는 오픈채팅방을 매일 업데이트한 ‘지금 뜨는 탭’ ▲최신 트렌드를 주제로 운영하는 ‘키워드 탭’ 등으로 구성된다. 참여 인원 제한 없이 소통하는 신규 서비스 ‘오픈채팅 라이트(Lite)’도 적용 중이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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