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확보 비상 배터리 업계, 공동 아카데미 세운다..."계약학과와 달라" [소부장박대리]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올해 국내 2차전지(배터리) 산업계 및 연구계에서 고수준 인력 수요가 크게 늘어난 반면, 수급이 특정 섹터에 집중되거나 수요 자체가 부족한 현상에 대한 위기감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국내 기업, 대학 등과 손잡고 공동 아카데미를 신설하겠단 계획이다.
김승태 배터리협회 정책지원실장은 지난 9일 협회 양재동 본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추진 계획 중 하나로 ‘한국 배터리 아카데미’ 출범을 꼽았다. 이는 업계가 호소하는 배터리 인력 부족 문제 해소를 돕기 위한 ‘종합 컨트롤타워’ 격으로, 현재 교육생을 현장에 적시 공급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내년 출범식 후 시범교육 실시하고 2분기부터는 정규 교육 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의 인력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올해는 특히 심각하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면서 배터리 기업들의 국내외 생산시설 증설이 잇따르고 있으며, 차세대 기술 선점을 통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R&D(연구개발) 투자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선 공장 유지관리에 필요한 고숙련 엔지니어, 기술 연구원 모두 부족한 상황이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생태계 상단의 유명 대기업, 수도권 연구시설 등으로의 인력 편중이 심각해지면서 인력 수급의 불균형 문제도 가중되고 있다. 특히 지방의 유명 대학교, 기술연구원들은 “최대한의 자금 지원과 각종 혜택 부여에도 연구원과 학생들의 유출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배터리 시장 확대에 발맞춰 한창 R&D와 사세 확장에 힘을 실어야 할 시기지만 숙련인력들이 잇따라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이에 자체 인력육성에 나서도 해당 인재들의 이직이 반복돼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앞서 차세대 첨단산업으로 꼽히는 분야에서도 비슷하게 반복된 일이란 점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 인력 공급이다. 한국 배터리 산업도 조기 대응에 실패하면 같은 전철을 반복할 것이란 우려가 따르는 대목이다. 배터리협회와 업계도 이 점에 공감하고 공동 아카데미 신설을 조속히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태성 배터리협회 상근부회장은 이날 “배터리 아카데미는 인력의 미스매칭 문제를 해소하고 업계에 우수한 인력을 공급하는 채널 제공을 위해 운영하려는 것”이라며 “배터리 업계 취업 희망인력 육성, 배터리 업계로의 전직 희망자 교육 훈련 등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중견기업들은 대기업과 달리 자체 인력교육 시설이 없는 곳들이 많다. 배터리 아카데미는 이들 기업의 의뢰를 받아 위탁 교육을 제공하는 일도 병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은 이론과 더불어 현장실습 교육이 함께 이뤄진다. 단기 속성교육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바로 적응 가능한 수준의 예비 인력을 만드는 것이 핵심 목표다.
이는 일부 기업들이 운영하는 ‘배터리 계약학과’와 구분된다. 대기업이 대학과 협약을 맺고 운영하는 계약학과는 입학 후 전용 교육과 실습기회가 이뤄지며 졸업 후 입사기회를 보장받기도 한다. 다만 구조적으로 특정 대학, 기업만 수혜를 볼 수 있어 계약학과 운영 여력이 없는 기업과 연구소 등은 소외된다는 한계가 있었다.
배터리 아카데미는 이 문제를 해소하고 배터리 전공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교육과 취업, 전직 기회를 동등하게 부여한다는 점에서 차별을 둔다. 더불어 향후 구체적으로 발표될 교육생 육성 규모 및 커리큘럼, 인력의 균등분배, 취업 연계 시스템 등에 산학연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이날 간담회에선 배터리협회의 상반기 성과를 점검하고 하반기와 미래 운영 계획에 대한 각 조직의 발표가 이어졌다. 정책지원실은 배터리 아카데미 신설 외에도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에 따른 직접 환급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조세특례제한법 지원 ▲사용 후 배터리 통합체계에 대한 정부 건의서 마련을 과제로 꼽았다.
연구지원실은 ▲차세대 R&D 효율화를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사업 진행 ▲2023년 배터리 정부 R&D 개발자 포럼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타 사업은 기획재정부 예산 심의가 진행 중이며 모빌리티 육·해·공 응용 시장을 겨냥한다.
협회 회원사 및 언론 대응, 행사 준비 등을 담당하는 회원지원실은 글로벌 최대 배터리 행사로 자리매김한 ‘인터배터리’의 2024년 국내, 국외 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 또한 하반기에는 대외적으로 보다 긴밀한 협력, 주요 이슈별로 협회 및 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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