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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원인 절반만 배터리...TS 송지현 "연기로도 발화점 유추" [소부장박대리]

이건한 기자
TS한국교통안전공단 송지현 처장이 29일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전기차 화재 사고 원인과 대응 방안 등을 발표하고 있다.
TS한국교통안전공단 송지현 처장이 29일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전기차 화재 사고 원인과 대응 방안 등을 발표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세간의 인식과 달리 전기차 화재 원인 중 배터리 비중은 약 절반 정도였다.

송지현 한국교통안전공단(TS) 자동차안전연구원 중대사고조사처장은 29일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세미나허브가 주최한 ‘전기차/ESS 배터리 안정성 평가 및 화재 대응 방안 세미나’에 연사로 나서 TS가 자체 조사·수립한 전기차 사고 원인 및 대응 방안 등을 발표했다.

2022년 국내 등록 자동차 중 4분의1이 전기차였다면 올해는 상반기까지 등록차량 3대 중 1대가 전기차일만큼 전기차 비중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 화재발생 시 규모가 내연기관차 화재보다 큰 전기차 화재에 대한 사회적 주목도 또한 높아지는 추세다. TS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전기차 화재 건수는 100여건이었으며 지난해에 총 33건, 올해는 상반기에 32건을 기록했을 만큼 발생 빈도도 잦아지고 있다.

다만 배터리 결함, 배터리 열폭주 등이 크게 주목되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상기 100건의 화재 중 고전압배터리(전기차용)가 직접 원인이었던 사례는 54건이었다. 뒤이어 차량 부품(커넥터, 케이블 등) 요인이 28건, 기타 외부요인이 18건으로 뒤를 이었다. 배터리 사고가 절반 이상이지만, 그 외에도 생각보다 다양한 원인이 상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기차 사고 발생 시 정밀분석 후 최종 리콜 여부 등을 결정하는 TS는 다양한 전기차 화재 원인을 취합하며 내연기관차와 다른 전기차의 화재사고 특성을 연구하고 있다.

송 처장은 “전기차의 화재 발생률은 내연기관차보다 낮지만 파급력이 큰 편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배터리, 부품, 외부요인 등에 대한 사례 구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는 여러모로 다른 화재 특성을 보인다. 전기차는 정지상태 화재가 전체의 70%, 주행 중 화재가 약 30%를 차지한 반면 내연기관차는 주행 중 화재가 70%에 달한다. 또한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차량 출고 후 기간, 주행거리와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었다.

특이한 점은 전기차의 경우 전체 충전 가능용량 중 80% 이상의 고충전 상태(High-SOC)에서 화재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과거 리콜조치가 이뤄진 현대차의 코나EV는 20건의 배터리 화재조사 결과 충전율 85% 미만에서 2건, 95% 이상에서 10건 등 완충에 가까울수록 화재 발생 확률도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원인은 배터리셀 결함에 의한 내부 단락이었다.

이는 배터리 안정성이 낮을수록 고충전 상태의 화재 발생 위험도는 높아진다는 의미다. 관련해 비슷한 시기 리콜 결정이 이뤄진 GM의 볼트EV는 리콜 결정 후 배터리 80% 충전 제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조치가 취해진 바 있다. 마찬가지로 고충전 상태 진입을 제한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를 최소화하려면 정밀한 원인 분석과 대응 방안 수립이 중요하다. 송 처장은 “전기차 화재 양상만 봐도 배터리 내부 문제인지 외부 문제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배터리가 발화원인 경우 셀에서 문제가 생기는 ‘내부 단락’은 화재가 시작되면 약 20분에서 1시간 정도 연기만 발생한 후 불길이 치솟는 형태를 보인다. 반면 배터리 외부 단락은 화재 시작 후 몇초만에 불길이 치솟는 점에서 궤를 달리한다.

또한 배터리 내부 문제인 경우는 차량 안팎 원인에 의해 음극탭이 접혀 나온 부산물이 양극에 도달해 화학적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배터리 손상에 의해 수분이나 이물질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경우도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주행 중 충돌에 의한 화재도 사례가 다양하다. TS가 9건의 사고를 분석한 결과 고속충돌로 인한 화재 외에도 도로 구조물 충돌에 의한 화재와 도로 연석에 차량 하부가 충돌 후 손상이 발생해 일정 시간 후 화재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충돌 즉시 불이 붙지 않는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송 처장은 “현재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충돌 안전기준은 대체로 비슷하지만 차체 바닥에 대한 기준이 없는 것은 보완될 필요가 있다”며 “내연기관차와 다른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했듯 배터리가 발화원이 아닌 경우도 적지 않다. 구분도 어렵지 않은 편이다. 송 처장에 따르면 배터리 외 발화는 사고 직후 배터리가 완전 전소하는 경우가 드물다. 처음에는 배터리 화재로 의심된 건도 조사 후 OBC(On Board Charger)나 보조배터리 배선연결이 문제로 확인된 경우들도 있다. 전기차 화재 방지 노력이 배터리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전장품으로 확대될 필요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다행히 한국은 외국에 비해 전기차 및 배터리 안정성 평가 기준이 높은 편이다. 일례로 배터리를 염수(소금물)에 1시간 이상 담가 이상 여부를 판별하는 침수시험은 한국이 처음 도입했다. 해외에선 초기에 침수시험의 필요성을 낮게 평가했으나 최근 그 인식이 바뀌는 추세다.

송 처장은 전기차 배터리, 충돌, 리콜 사항 등 다양한 시나리오 연구 외에도 정책 및 시스템 단위의 안전관리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전기차 안정성 확인 제도와 배터리 이력 관리제가 포함된 전기차 안전 인증체계 마련 ▲전기차 안전기준과 성능평가 기준 고도화 ▲BMS 진단검사 법제화 및 IoT(사물인터넷) 기반 전기차 전용 검사라인 구축 등이 제시됐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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