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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네이버가 큰일 했다” 업계 최초 도입한 ‘내돈내듣’, 왜 중요할까

이나연 기자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장이 지난 21일 서울시 마포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네이버]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비례배분제든 인별정산이든 플랫폼 수익과는 상관이 없으니 모두 적극적으로 안 나서는 게 당연합니다. 이건 네이버니까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장은 지난 21일 서울시 마포구에서 <디지털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네이버 바이브가 업계 최초로 시행 중인 인별 정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음원 차트 중심 수익 배분이 관행이던 국내 주요 음원 플랫폼, 대형 유통사에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지난 15일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등 음악 3개 단체 저작권 사용료 징수규정에 ‘인별정산(이용자 중심 정산)’ 내용을 추가한 개정안을 최종 승인했다. 이번 개정으로 이해관계자들이 인별정산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현재 바이브를 제외한 대부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사들은 전체 음원 재생수에서 각 음원 재생 횟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 음원 사용료를 정산하는 ‘비례배분제’를 채택한다. 쉽게 말해 비례배분제는 차트 순위에 따라 저작권료가 나눠지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정액제 매출이라는 한정된 재원에서 재생수 비율대로 배분되므로, 평소 재생이 많지 않은 이용자는 자신이 듣지도 않은 음악에도 음원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 인기를 얻지 못한 음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단가가 책정돼 과도한 마케팅이나 스트리밍 어뷰징이 발생한다는 점도 문제다.

비례배분제와 인별정산 차이 [Ⓒ 네이버]

비례배분제는 해외에서 먼저 시작해 국내 음원 시장으로 넘어 온 시스템이다. 여러 한계가 존재하는 데도 불구하고 지금껏 음원업계가 비례배분 정산을 시행해 왔던 이유는 간단하다. 이 방식이 제일 직관적이고 편리했기 때문이다.

윤동환 음레협회장은 “이용자가 음원 플랫폼에서 월 정액권을 구매해 음원을 들을 때 누군가는 1000번을, 또 다른 이는 1만번을 들을 수 있다”며 “사람마다 계산되는 정산액이 달라지는데, 이를 하나하나 따지기엔 시스템적으로 어려우니 전체 매출을 순위에 적용해 나누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례배분 정산 체계 한계를 보완한 것이 바로 인별정산이다. 인별정산은 이용자가 실제 노래를 듣는 만큼 해당 저작권자들에 수익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더 정확하고 공정한 계산 방법이다. 창작자들로선 이 방식이 당연하다고 여겼지만, 정작 음원업계는 이 시스템이 실제로 투명한 운영이 가능할지 반신반의했다.

이때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 바이브였다. 바이브는 지난 2020년 5월부터 정액제 스트리밍 서비스에 새로운 음원 전송 사용료 정산 시스템인 ‘바이브 페이먼트 시스템(VPS)’을 전면 적용했다. 인별정산을 공식적으로 적용한 것은 바이브가 전 세계적으로도 최초다. 바이브는 초기 VPS 구축을 위해 약간의 개발비를 투자했고, 현재도 VPS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꾸준히 비용 투자를 하고 있다.

바이브가 지난 2021년 발표한 VPS 도입 1주년 성과 [Ⓒ 네이버]

아울러 바이브는 음원 사용료 징수규정이 변경되지 않은 시기부터 인별 정산을 업계에 확산하기 위해 유통사와 신탁단체들에 VPS 성과·데이터를 공유하거나, 컨퍼런스 발표 등에 참석하는 노력도 병행했다. 이는 ‘온스테이지’ 같은 네이버의 창작자 지원 사업 연장선으로, 다양한 아티스트에 보다 공정한 정산을 하는 것이 옳다는 사업 철학에 따른 것이다.

바이브에 따르면 현재 VPS에 참여하는 음원 유통사 수는 360곳이며, VPS로 정산받은 아티스트 수는 약 24만 팀에 이른다. 인별정산을 한다고 무조건 저작권자 수익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윤 음레협회장이 인별정산을 강조하는 이유는 차트 순위가 낮은 곡들도 이를 찾아 듣는 팬들로 인해 수익이 증대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인별정산은 음원 시장에 만연한 ‘사재기’와 ‘바이럴 마케팅’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도 하다. 윤 음레협회장은 “비례배분제가 당연한 수익 구조가 되다 보니 아티스트들도 좋은 음악을 만들기보단 순위에 들어가는 데 집중했다”며 “트렌드에 매몰돼 음악 다양성과 품질도 낮아지고, 사재기 같은 문제도 흔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번 징수규정 개정을 계기로, 음원 플랫폼과 신탁단체가 인별정산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건강한 음악 생태계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윤 음레협회장은 “사재기나 바이럴 마케팅 같은 고질적인 현상은 그동안 업계가 방관해왔기 때문에 이어진 측면도 있다”면서 “국내 음원 차트를 주도하는 세력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불필요한 지출이나 번거로움이 있더라도 힘을 보탰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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