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IPO] 사이버보안 특수로 주목받는 한싹… 10월4일 상장 흥행할까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한싹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폭발했다. 정부의 사이버보안 산업 육성 의지와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한싹의 비교적 저렴한 공모가액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상장 흥행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0월4일 IPO를 앞두고 있는 한싹은 지난 9월20일까지 진행된 공모주 청약에서 경쟁률 1437대 1로 증거금 3조3685억원을 모았다. 공모가액은 기존 희망공모가액이었던 8900~1만1000원을 넘은 1만2500원으로 확정됐다. 가격을 제시한 기관 투자자 중 99.8%(가격 미제시 포함)가 희망공모가액 초과 금액을 제시한 결과라는 것이 한싹의 설명이다.
한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데는 9월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산업 육성 계획 발표도 한몫했다. 과기정통부는 2022년 16조원 규모인 국내 정보보호산업을 2027년까지 30조원가량까지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예산 1조1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인데, 한싹은 이런 정부 발표 이후 상장하는 첫 사이버보안 기업이다.
한싹의 실적 및 공모가액도 높은 경쟁률의 요인으로 꼽힌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한싹은 2023년 상반기 당기순이익 5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2022년 상반기 무상출연 등으로 인해 –13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에서 크게 개선된 결과다. 지난 4개 분기의 당기순이익은 41억원가량으로, 공모가 1만2500원 기준 시가총액은 680억원가량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은 16.3배다. 샌즈랩 55배, 모니터랩 142배 등과 비교했을 때 적정가액이라고 할 수 있다.
한싹에 앞서 상장한 샌즈랩, 모니터랩, 시큐레터 등은 모두 한싹대비 매출액과 순이익 모두 저조하지만 나란히 시가총액 1000억원을 넘었다. 상장 흥행 후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겪은 상황에서도 한싹대비 2배 가까운 평가를 받는 중이다.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이 지나치게 높은 공모가를 설정한 결과인데, 한싹의 경우 더 높은 매출‧순이익과 낮은 시가총액이 상장흥행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관건은 상장 이후 한싹의 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다. 그리고 이는 망분리 사업의 추이에 달려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싹은 분리된 망(Network)간 안전하게 자료를 전송할 수 있도록 돕는 망연계 솔루션 ‘시큐어게이트’를 핵심 제품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이다. 패스워드 관리, 시스템 접근제어, 보안전자팩스, 인공지능(AI) 기반 메일 보안 등 여러 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현재 전체 매출의 70%가량이 망연계 솔루션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망연계는 망분리를 전제로 하는 사업이다. 통상 높은 수준의 보안을 필요로 하는 기업‧기관의 경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인터넷과 분리된 내부망을 구축해 사용한다. 흔히들 인트라넷(Intranet)이라고도 불리는데, 국군이 사용하는 국방망이나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전자결재시스템 온나라, 검찰의 이프로스, 교육청의 나이스(NEIS) 및 K-에듀파인 등이 대표적이다.
보안이라는 측면에서 망분리는 대체 불가능한 최고 수준의 기술이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사이버공격 대부분이 연결을 전제로 발생하는데 망분리는 이 연결점을 없앤다는 점에서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원천 차단한다. 내부자에 대한 유출만 경계한다면 이론상 완벽한 보안이 가능하다.
다만 망을 분리했을 경우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해 일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망을 분리하고 필요에 따라 분리된 망끼리 서로 연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때 활용되는 것이 한싹의 솔루션이다. 사실상 망분리가 적용됐다면 망연계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에서 망분리 적용이 확산된 것은 2011년 농합전산망 사고가 원인이다. 백신, 침임탐지시스템(IDS) 등과 같은 보안 장비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위협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아예 망을 분리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망분리 이후 금융보안사고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 정부 및 금융권의 평가다.
그러나 업무 편의성을 해친다는 점에서 정보기술(IT) 산업계에서는 망분리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은 편이다. 망분리를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규제도 점차 완화되는 추세다. 망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방식에서 소프트웨어(SW) 기술을 이용한 논리적 분리도 허용하고 있다. 때문에 망연계 산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하지만 이는 망분리 및 망연계에 대한 이해의 부족, 오해로 인한 의견이라는 것이 한싹의 설명이다. 보안이라는 측면에서 망분리는 대체 불가능한 기술이며, 논리적으로 분리된 망도 결국 분리돼 있는 상황이기에 이를 연결하는 망연계 솔루션이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통상 망분리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한국에서만 하는 방식’이라는 표현이 나오지만 이 역시도 사실과 다르다. 전 세계 대부분의 주요 기업, 기관은 보안을 위해 망을 분리하는 것을 기본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를 법으로 강제하느냐, 또 망분리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물리적 방식만 고집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국에서 망분리 제도가 폐지된다는 것도 물리적 망분리와 논리적 망분리를 구분하면서 나오는 말이다. 실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변화는 논리적 망분리와 같은 새로운 수단을 허용하는 것이지, 망분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방향은 아니다.
이주도 한싹 대표는 지난 9월 기업설명회에서 “망을 분리하면 보안상 가장 완벽하다. 하지만 이 경우 업무에 제약이 많다. 망연계가 필요로 하는 이유”라며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서로 다른 영역의 망간 자료를 전송하기 위해서는 망연계가 필요하다. 클라우드 환경에서 PC 하나를 할당받아서 업무망으로 사용하고, 또 하나는 인터넷망으로 사용하는 서비스형 데스크톱(DaaS)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산업이 성장할수록 기업 역시도 그 수혜를 누리게 된다. 현재 한싹은 휴네시온과 함께 망연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이다. 망분리를 캐시카우로 삼고 신규 먹거리 발굴도 추진하는 중이다. 한싹은 현재 연간 36억원 상당을 기술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이 대표는 청약 흥행 이후 “한싹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투자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코스닥 상장 이후에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기업으로 발전해 나아가며 고객, 주주에게 신뢰를 주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IPO로 확보한 자금 대부분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피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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