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 ‘제오페구케’ 업고 국내 최초 흑자 게임단 될까
[디지털데일리 문대찬 기자] 이스포츠 게임단 T1이 ‘2023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우승 멤버 전원 잔류에 성공했다. 기량만큼이나 스타성도 뛰어난 ‘제오페구케’와 내년까지 동행하게 되면서, 국내(LCK) 최초 흑자 게임단 탄생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019년 출범한 T1은 SK스퀘어와 글로벌 미디어 그룹 컴캐스트의 합작회사다. SK스퀘어가 55.4%, 컴캐스트가 34.3%의 지분율을 보유하며 공동 경영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T1은 이스포츠 최고 명문으로 통한다. 이스포츠 전설적인 선수인 ‘페이커(이상혁)’가 몸담은 팀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전신인 SK텔레콤T1 시절을 포함하면 지난해까지 LCK 10회,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 2회, 롤드컵 3회 우승을 거뒀다.
다만 수익성은이러한 명성에 걸맞지 않은 모양새다. T1은 2019년부터 적자에 빠져있다. 국내외서 벌어들이는 중계권료와 더불어 삼성전자와 BMW, 벤츠 등 거대 글로벌 기업과 맺은 광고 계약을 상쇄하는 막대한 영업비용 때문이다.
이스포츠 산업은 최근 몇 년간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덩달아 선수 몸값도 과도하게 치솟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게임단 예산은 전년 동기 대비 14.7% 증가한 606억원이었다. 이는 전체 시장 규모의 57.9%에 해당하는 수치다. 중계권 수익과 대회 상금, 스트리밍 수익 등을 더해도 충당할 수 없는 예산이다.
게임단 운영 예산이 50~100억원 미만인 게임단은 2020년 13.3%에서 2021년 30.8%로 늘었다. 조사에 참여한 게임단 13팀은 운영 관련 애로사항으로 ‘점차 높아지는 선수 계약 규모(84.6%)’를 꼽았다. ‘후원사 발굴의 어려움’도 69.2%로 뒤를 이었다.
T1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들은 2020년 매출 132억원, 영업손실 155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엔 매출을 194억원으로 늘렸지만 영업손실 규모는 211억원으로 더 커졌다. 이중 영업비용은 406억원으로, 선수 연봉이 포함된 구단 운영비만 187억원이었다.
다만 T1은 지난해부터 수익성을 개선하며 적자폭을 줄여나가고 있다. 영업비용은 405억원으로 유사했지만 매출을 239억원까지 늘리면서 영업손실을 166억원으로 줄였다.
T1은 2022년 ‘제우스(최우제)’ ‘오너(문현준)’ ‘페이커(이상혁)’ ‘구마유시(이민형)’ ‘케리아(류민석)’로 이어지는 일명 ‘제오페구케’로 주전 로스터를 구성했다. 이후 국내외 대회에서 우승 1회, 준우승 3회를 거두며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이에 따른 광고 계약 규모가 커졌고, 선수단 개개인의 매력에 따른 유니폼 및 굿즈 상품 판매량도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19일 마무리된 롤드컵에서 전대미문의 4번째 롤드컵 우승을 차지하면서, 내년 흑자 전환 기대감도 무르익고 있다. 한국에서 개최된 이번 롤드컵은 누적 시청자수 4억명, 결승전 동시접속자수 1억명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대 화제를 모은 대회로 기록됐다. 이에 따른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인해 향후 T1의 성장세에도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아울러 T1은 롤드컵 직후 계약이 종료된 이민형, 류민석, 최우제와 내년까지 재계약에 합의했다. 내년에도 롤드컵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전력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리그에서 손꼽히는 팬덤을 자랑하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24일 기준 이상혁의 유튜브 구독자수는 176만명에 달한다. 류민석은 22만4000명, 이민형 17만명, 문현준과 최우제는 4만5000명이다. T1으로선 지난 2년간 형성된 두터운 팬덤을 지키면서 수익성 개선에 대한 전망도 밝힌 셈이다. 현재 LCK 내에서 선수단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한 팀은 T1이 유일하다.
이스포츠 업계는 선수 이적이 1년 단위로 일어나 팬덤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게임단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영화와도 같은 여정으로 롤드컵 우승을 차지한 게임단 DRX는, 주전 선수 4인이 팀을 떠나 아쉬움을 남겼다.
T1 관계자는 “매출 상승에는 제오페구케의 파생효과가 당연히 있었다”면서 “내년부터는 금번 월즈 우승을 기반으로 매출 규모가 더욱 더 증폭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 또는 늦어도 내후년까지는 흑자전환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형일 SK스퀘어 CIO(최고투자책임자)는 “이번 우승으로 T1이 명실상부 세계 최고 e스포츠 구단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며 “컴캐스트와 공동경영을 통해 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신규 투자 유치를 적극 추진해 T1의 기업가치를 극대화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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