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통신3사가 2024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마치고 미래 사업을 본격화한다. 특히 취임 또는 연임으로 새로이 경영 입지를 구축한 3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경기 침체와 성장 한계 속 시험대에 오른 상황. 공통적으로 인공지능(AI)과 기술혁신에 중점을 둔 조직 재정비로 탈(脫)통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일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시행한 SK텔레콤은 예상대로 유영상 대표가 유임에 성공하면서 ‘AI 컴퍼니로의 전환’에 힘을 싣게 됐다. 다만 SK그룹이 이번 인사에서 주요 부회장단이 2선으로 물러나는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한 상황인 만큼, 2기를 시작하는 유 대표로선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영상 대표는 일찌감치 회사의 미래 비전을 ‘AI’로 제시하고 전략을 구체화해 왔다. 이제는 AI와 관련해 가시적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유 대표 스스로도 “2024년은 AI 피라미드 전략의 실행력을 극대화해 변화와 혁신의 결실을 가시화시켜야 하는 매우 중요한 해”라고 언급하고 있다.

현재로서 SK텔레콤이 진행하는 AI 사업 중 당장 돈을 벌거나 사람을 모을 수 있는 사업은 AI콜센터(AICC)와 같은 기업용(B2B) AI 솔루션 사업이나, 또는 개인용(B2C) 시장에 적합한 AI 개인비서 ‘에이닷(A.)’ 정도다. 실제로도 유 대표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AI 솔루션 사업을 전담하는 ‘톱 팀(Top Team)’을 신설한 데다, 4대 사업부로 재편하면서 그 중 2개 사업부에 에이닷 사업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겼다.

이 외에도 AI 데이터센터와 AI반도체, 엑스칼리버(X caliber) 등 AI 솔루션 사업의 글로벌 사업화를 위해 ‘글로벌 솔루션 오피스’를 신설하고 이를 기술적으로 밀착 지원하는 ‘글로벌 솔루션 테크’ 조직까지 붙여주는 등 ‘AI’를 통해 회사를 확장시키기 위한 모든 조직적 채비를 마친 상황이다.

유 대표와 마찬가지로 이번 인사에서 연임을 확정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또한 회사 미래 경쟁력을 AI에서 찾고 있다. 황 대표는 LG유플러스 첫 내부 출신 CEO가 되기까지 유무선 통신 사업을 오래 이끈 영업전략통이었지만, 회사 대표로 취임한 이래 가장 적극적으로 신사업 발굴에 공을 들여 왔다.

황 대표는 연임과 함께 이번 임원인사를 상당히 소폭으로 진행했는데, 신규 상무 선임을 제외하고 임원 승진자는 AI·데이터사이언스그룹장(전무) 1명에 그쳤다. 거꾸로 보면 그만큼 AI와 데이터 사업에 유일하게 힘을 실어줬다는 의미기도 하다. 지난해 1월 미국 AT&T 출신 데이터 전문가인 황규별 최고데이터책임자(CDO)를 영입해 AI와 빅데이터를 포괄하는 DX 사업을 크게 키운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두 대표들과 달리 이번에 새로이 취임한 김영섭 KT 대표도 이번 조직개편에서 ‘기술 혁신’에 방점을 찍은 것은 매한가지다. 상무보 이상 임원을 20% 축소하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 와중에도 IT 부문과 융합기술원(R&D)을 통합한 ‘기술혁신부문’ 조직을 신설해 KT그룹의 IT·AI 거버넌스 체계 수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겼다.

또한 기술혁신부문 부문 산하에는 IT·AI 분야 고수 집단으로 명명한 ‘KT컨설팅그룹’을 신설해 전문성을 다지고, AI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AI 연구개발 조직을 강화하는 한편 기존 ‘AI2X랩’에 이은 ‘AI 테크 랩’을 추가로 신설했다. KT는 최근 초거대 AI ‘믿음’을 출시하며 생성형 AI와 거대언어모델(LLM)을 주축으로 한 글로벌 AI 흐름에 탑승했는데, 여기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조치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