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모션] 뭉쳐도 모자랄 판에… LCK는 ‘불협화음’
[디지털데일리 문대찬 기자] 수익성 악화와 지속된 적자로 이스포츠 위기론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업계를 대표하는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마저 내홍 속에 흔들리고 있다. 리그 사무국과 게임단뿐 아니라, 게임단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등 표류하는 모습이다.
◆“수익 배분 구조 개선하라”… 잔칫날 터진 선전포고
‘2024 LCK 스프링’ 시즌 개막날이었던 지난 17일, LCK 소속 일부 게임단은 ‘지속가능한 LCK를 위한 공동 입장문’을 내고 LCK에 수익 배분 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이들은 “‘페이커(이상혁)’, ‘데프트(김혁규)’를 비롯한 최고의 스포츠 스타가 활약하며 대중적인 인기와 시청자 수가 크게 성장했는데도, 리그 매출은 감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리그 법인은 출범 후 단 한 번도 제시했던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LCK가 프랜차이즈 제도를 도입한 후 3년간 각 팀에 지급한 수익 배분금이 다른 지역 리그에 비해 적다면서, 각 팀은 매년 20억원 안팎의 프랜차이즈 가입비를 리그 측에 납부하고 있지만 배분금은 평균 8억원 안팎으로 적자가 심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수익성 강화를 위해 ▲LCK 전담 인력에 대한 투자 확대와 커미셔너 신임권 공유 ▲매출 배분을 포함한 리그 사업 구조 합리적 개선 ▲타 프로 스포츠 대비 현저히 적은 LCK 연간 경기 수 문제 해결 ▲훈련 환경 개선을 위한 게임 내 기능상 문제점 해결 ▲LoL IP(지식재산권)와 연계된 확장성 있는 사업 모델 기획 및 실행 등을 법인 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장밋빛 미래 꿈이었나… 프랜차이즈 도입 후 만성 적자
라이엇게임즈가 지난 2020년 LCK의 프랜차이즈화를 공식화하자, 100억원에 달하는 가입비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수십 개 사업자가 관련 심사에 뛰어들었다.
이스포츠 산업의 가파른 성장세에 따른 장밋빛 전망과 더불어 기존의 강등 제도 폐지로 야기되는 투자 안정성 확보가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LCK는 심사 끝에 재정 건정성과 미래 지속성을 확보한 10개 게임단을 울타리에 합류시키고, 이들에게 매년 리그 총 수익의 5%를 지급하기로 했다.
LCK 이정훈 사무총장은 당시 “LCK는 수익성이 좋은 리그다. 4년차 정도에는 흑자 전환 내지 수익 달성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도입 후 게임단 지갑은 점점 비어갔다. 세계적인 이스포츠 스타 이상혁이 몸을 담은 명문 게임단 T1도 2022년 영업손실 166억원을 기록하는 등 적자에 시달릴 정도다.
만성 적자 배경으로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선수 몸값이 꼽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게임단 예산은 전년 동기 대비 14.7% 증가한 606억원이었다. 이는 전체 시장 규모의 57.9%에 해당하는 수치다. 중계권 수익과 대회 상금, 스트리밍 수익 등을 더해도 충당할 수 없는 예산이다.
게임단 운영 예산이 50~100억원 미만인 게임단은 2020년 13.3%에서 2021년 30.8%로 늘었다. 조사에 참여한 게임단 13팀은 운영 관련 애로사항으로 ‘점차 높아지는 선수 계약 규모(84.6%)’를 다장 많이 꼽았다. ‘후원사 발굴의 어려움’도 69.2%로 뒤를 이었다.
게임단 적자 문제는 그간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지난해 이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아시안게임과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흥행을 기점으로 뒤늦게 화두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치러지는 첫 시즌 개막전이, 궁지에 몰린 게임단으로선 문제를 공론화할 적기였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 LCK “최소 분배액 지급 예정… 대화 이어나가겠다”
다만 LCK는 게임단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속적 논의와 더불어 재정적 측면에서도 여러 방안을 시행해 왔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19일 낸 입장문에서 리그 순수익이 아닌 매출 자체를 균등 분배했으며, 잔여 가입비 납부 및 납부시기를 유동적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예정대로라면 이미 가입비 90%를 납부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약 50% 수준만 납부된 상태라는 것이다.
이외 공인 에이전트 제도와 육성권, 균형지출제도 등 선수 몸값 부담을 줄이는 제도 마련 외에도 안정성을 보장하는 최소분배액(MG)을 팀들에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주장했다.
LCK는 19일 입장문에서 게임단과 미래 방향성을 놓고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히면서도, 사업과 관련한 이야기는 기존 지침대로 비공개로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리그 파트너십 모델을 비롯한 중요사항을 논의·협업하고 있었음에도 요구사항을 공개적으로 배포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면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10개팀 모두와 비공개로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 “LCK, 힘 모아야 위기 극복”
업계는 이번 사태로 리그 구성원 간 신뢰가 붕괴한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LCK 협의체의 입장문 공개는 복수 팀의 동의 없이 진행된 것으로, 적잖은 뒷이야기를 낳고 있다.
앞서 T1 사령탑인 조마쉬 대표와 터커 고문은 X를 통해 T1은 해당 문건 공개에 동의하지 않았다면서, 경기 수를 늘리는 방안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취재 결과 이외 입장문 공개에 동의하지 않았던 게임단들도 관련 입장 정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 게임단과 리그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위기 극복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붙는 모양새다.
한 LCK 관계자는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 당분간은 잡음이 있겠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될 것”이라며 “중국에서 LCK 중계권 구매를 포기하면서 올해는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힘을 합쳐 위기 대응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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