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전문가기고] 공공기관 디지털 전환 도전과 과제

신덕순 갈렙앤컴퍼니 부사장/KAIST DIRC 연구위원
신덕순 갈렙앤컴퍼니 부사장 [Ⓒ 갈렙앤컴퍼니]
신덕순 갈렙앤컴퍼니 부사장 [Ⓒ 갈렙앤컴퍼니]

2024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리더십 및 전략기획 지표의 세부평가내용으로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위한 계획 수립과 이행을 위한 기관의 노력과 성과’가 추가되었다.

이제 공공기관은 이에 대한 계획, 활동, 성과, 환류 결과를 경영실적보고서에 명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 내용이 세부 평가내용의 한 요소로 들어오기 이전에도 공공기관들은 로봇프로세스자동화, 디지털트윈, 빅데이터 도입 등 관련된 활동을 하여왔다. 문제는 보여주기식 도입, 활용성 저하 등 실제 성과와 거리가 먼 사례가 많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많은 예산을 들인 것으로 아는데, 별로 쓸데가 없다’고 토로하던 한 공공기관 직원의 말이 생각난다.

공공기관의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위한 계획 수립과 이행을 위한 기관의 노력과 성과’를 몇 마디의 말로 표준 형태를 제시하는 것은 어렵지만 몇 가지 방향성은 분명하다.

첫째, 공공기관 디지털 전환의 흐름과 방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디지털플랫폼 정부는 단순 전산화나 정보화가 아니다. 공공기관이 가진 데이터 및 프로세스 관련 기술과 제도와 자원이 어우러지는 디지털 전환, 즉 공공기관 업무의 전환을 의미한다. 정부의 정책을 실행 또는 위탁받고 있는 공공기관의 업무를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여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하는 것은 전사적 고민과 지원이 필요하다. 전담 부서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전담 부서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경영진과 관리자들의 인식 변화가 우선인데 아직 이러한 활동조차 하지 않는 기관도 많다.

둘째, 인식의 변화는 행동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행동의 변화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디지털플랫폼 정부가 요구하는 ‘오직 국민만을 위한 정부’ 똑똑한 원팀정부‘ ’민관이 함께하는 성장플랫폼‘ ’믿고 안심할 수 있는 플랫폼정부‘를 위해 공공기관이 어떤 성과를 내었는지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본원적 활동을 고려해야 한다. 본원적 활동이란 정부가 공공기관에 맡긴 주요 업무이며, 이 업무를 제공받는 고객(국민)에게 도움이 되도록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부분이 간과되면 디지털 전환을 기술로만 이해하고 관련 성과를 제시하는 오류가 반복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관 차원의 디지털 전환 전략을 수립하여, 관련 업무가 개별 활동이 아닌 시스템적 관점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전환 과제들이 기관의 경영전략이나 디지털플랫폼 정부의 정책과 어떻게 연계되어 있고 성과가 무엇인지 제시해야 한다. 도출된 디지털 전환 과제를 일시에 진행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며, 전략적 중요도, 시급성, 실행 용이성 등을 고려하여 과제 우선순위를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우선순위가 높은 과제는 정보화전략계획(ISP) 등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경영전략 및 정부정책과의 연계성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면, 이는 부분 최적화나 단순 기술 도입일 가능성이 높다. 이때 중요한 것은 성과에 대한 구체적 규명이다. 여기서 말하는 성과는 산출(Output) 보다는 효과(Outcome)를 의미한다. 기술 관점에서 우수한 성과라 하더라고 국민 관점의 가치를 높일 수 없다면 이는 진정한 성과가 아니다.

넷째, 공공기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정보시스템의 운영 안정성을 점검하고 대안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최근 발생했던 주요 정부시스템의 장애는 노후된 장비, 네트워크 장애, 인증, 서버 과부하 등 다양한 원인이 있었다. 공공기관 정보 인프라도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술을 기반으로 이중화, 백업, 장애대책, 재난복구(DR) 등의 대책을 재점검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마침 정부가 범부처 ‘디지털행정서비스 장애재발 방지와 재도약 기반 마련’ 대책의 3대 전략 12개 과제를 통해 장애예방, 복구, 안정성 제고를 강조했다. 공공기관들은 이제 정보시스템 이슈를 기관 위험관리(RM)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민간 부문에서 디지털 전환이 경쟁력과 생존의 필수 요인이 된 만큼 정부/공공기관도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제대로 헤쳐가기 위해서는 올바른 방향을 바탕으로 일시적 ‘패션’이 아니라 지속적인 ‘항해’가 필요하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성공은 많은 공공기관의 디지털 전환 노력이나 성과와 깊은 관련이 있다.

신덕순 갈렙앤컴퍼니 부사장/KAIST DIRC 연구위원

<기고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무관합니다.>

신덕순 갈렙앤컴퍼니 부사장/KAIST DIRC 연구위원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