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클로즈업] 쿠팡-MBC, ‘블랙리스트’ 놓고 팽팽…“정치적 이용 중단해야”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쿠팡과 MBC ‘블랙리스트’ 진실공방이 점입가경이다. MBC가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지도 열흘이 지났지만, 좀처럼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채 노조와 시민단체 등을 업은 MBC, 그리고 쿠팡 및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진흙탕 싸움으로 지속되고 있다.
23일 시민단체 및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MBC가 보도한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은 단순 노동자와 기업의 문제를 떠나 정치 싸움으로도 번지려는 듯한 양상이다. 보수성향인 국민노동조합(이하 국민노조)은 지난 22일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 정치적 이용을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해당 의혹이 “정치적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노조는 지난해 쿠팡 직고용 배송인력인 쿠팡친구 노조도 조합원 95% 찬성을 받아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탈퇴 이유로 노조 수뇌부의 정치적 활동 강요를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노조는 “젊은 세대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민주노총의 조급함을 이번 의혹으로 반전시키려는 절박함이 엿보인다”고 지적하며 “언론-노조-정당의 부패 카르텔은 이번 의혹의 정치적 이용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총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은 민주노총의 가짜뉴스 유포 행위…총선 개입 경계”=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이하 언총)은 최근 “민주노총과 언론노조가 총선에 개입해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과거 뉴스 유포 구조와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선거를 앞두고 성희롱이나 무단결근 같은 사유가 표시된 명단을 자세한 조사 없이 ‘블랙리스트’라고 단정짓고 민노총을 비롯한 친 민노총 매체들이 의혹을 확대, 증폭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주요 방송유관 단체들도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취재윤리를 위반했거나, 객관성을 잃은 보도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정언론국민연대도 이날 방송 모니터링 영상에서 “기자가 현장에 개입해 현장 반응을 이끌어 낸 것은 객관성이 없다”라고 말했다. 비(非) 민주노총 계열인 MBC노조(3노조)는 MBC 잠입취재가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1일 언총은 성명서를 내고 “쿠팡의 블랙리스트 의혹도 지난해 8월17일 뉴스타파가 쿠팡에 잠입해 노동실태를 취재했고, 6개월 뒤인 지난 2월13일 MBC 뉴스데스크는 단독으로 잠입취재해, 쿠팡 취재기자의 이름이 포함된 명단을 공개해 다짜고짜 블랙리스트라고 추정하는 보도를 냈다”고 설명했다.
블랙리스트로 단정한 명단은 지금까지도 MBC가 별도로 개설한 웹페이지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 18일부터 각종 언론들이 이를 보도하면서 어느새 근로기준법이 금지하는 취업방해행위의 증거로 비화됐고 SNS를 통해 지금도 끝없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언총은 “총선을 두달 남기고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보도행태는 모두 민노총 노조가 장악하고 있거나, 사실상 민노총의 기관지라 할 수 있는 매체들이 주도하고 있어 민노총과 언론노조의 총선 개입을 경계한다”며 “지난 대선개입 사건 같은 일이 또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터진 ‘블랙리스트 의혹’…쿠팡 “직원 보호 의무 다했을 뿐”=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은 지난 1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MBC는 쿠팡 블랙리스트를 단독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MBC가 공개한 엑셀 문서 파일에 따르면 이 파일에는 과거 사업장에서 근무했던 인물들의 신상정보나 블랙리스트 등록 사유가 적혔다.
사유로는 ▲음주근무 ▲정상적인 업무수행 불가능 ▲건강 문제 ▲직장 내 성희롱 ▲반복적인 무단결근 등이 대표로 꼽혔다.
이에 쿠팡은 다음날인 14일 공식 입장을 통해, “사업장 내에서 성희롱, 절도, 폭행, 반복적인 사규 위반 등의 행위를 일삼는 일부 사람들로부터 함께 일하는 수십만 직원을 보호하고,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회사의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쿠팡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민주노총과 일부 언론은 타 사의 인사평가 자료 작성이 불법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사법당국은 근로기준법상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여러 차례 내린 바 있다.
특히 쿠팡은 MBC의 악의적 보도로 인한 피해가 선량한 직원들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쿠팡은 “CFS는 매년 수십만명의 청년, 주부, 중장년들에게 소중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안심하고 일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막는다면 그 피해는 열심히 일하는 선량한 직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쿠팡 물류 자회사 CFS는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권영국 변호사(전 민노총 법률원장)를 비롯한 3명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 송파경찰서에 제출했다.
◆문화연대 “쿠팡, 노동조합 인정 안해…활동 제약하고 있어”=쿠팡 및 CFS와 평행선에 있는 곳들 역시 물러서지 않는 분위기다. 이들의 주장 또한 만만치 않다. MBC 측 보도에 힘을 싣는 매체와 시민단체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문화연대는 지난 20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자를 부당해고하고,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은 채 노동조합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류·플랫폼 노동의 제도적 빈틈을 악용해 물류센터의 노동환경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불안정노동을 더욱 양산하고 있으며, 심야노동·고강도 노동 등으로 노동자가 쓰러지거나 죽어나가도 사과 한마디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문화연대는 “오히려 문제제기를 하는 이와 언론에 대해서까지 소송 등의 집요한 공격을 하는 쿠팡에 대해 정부와 사법부도 제대로 된 조치나 판결에 늦장을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블랙리스트 사건은 1만6000여명에 이르는 노동자의 노동권과 언론의 자유, 정보에 대한 권리침해에 그치지 않고 쿠팡에서 노동하는 이들이 일터에서 정당한 권리를 이야기하고 실현할 수 없게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CFS는 MBC에 일방적으로 허위 인터뷰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리는 행위를 중단해달라고 호소했다. CFS 측은 “민노총과 MBC는 선량한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CFS의 안전장치를 무력화 시키는 방송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한, CFS는 MBC가 개설한 인터넷 웹사이트 또한 폐쇄를 요청하는 가처분을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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