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민 성균관대 교수 “AI 경쟁, 한국 기업은 빅테크 못이겨”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인공지능(AI) 플랫폼이 게임 체인저가 되긴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빅테크 사이에서의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3등하다가 1등하는 정도이지, MS와 구글, 메타, 아마존, 애플 이외에 제3자가 시장을 선도하기는 힘들 거라고 본다. 오히려 빅4, 빅5 구조가 더 공고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승민 성균관대학교 교수)
8일 이승민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가 주최한 ‘AI 기반 경제 시대의 바람직한 인공지능 활용을 위한 정책 방향 세미나’에서 AI 플랫폼에 대한 합리적 정책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재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는 AI 경쟁에서 실제로 돈을 버는 것은 하드웨어와 클라우드, 파운데이션 모델(FM)을 보유한 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를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부터 이를 이용한 서버와 데이터센터, FM까지 대부분이 미국의 빅테크 기업이 선점한 분야다.
이 교수는 “AI, 특히 범용 AI를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정말로 천문학적이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을 쏟아부어도 힘든 수준이라 현장에서는 국내 기업은 따라갈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 업계를 통해 투자 규모를 들어보니 우리 기업들은 안 되겠다, 싶은 정도였다”며 AI 플랫폼 경쟁에서 한국 기업들의 겪는 어려움을 전했다.
또 “불행히도 한국을 포함한 거의 모든 국가가 미국의 서드파티로 전락할 수도 있다. 과연 우리가 오픈AI나 구글, 메타, 아마존이 하는 만큼 투자할 수 있을지, 그 정도의 품질을 확보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처럼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AI 플랫폼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그들에 대한 지위와 역할, 책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촉발되리라는 것이 이 교수의 예측이다. 이 과정에서 무엇을, 어떻게 규제할지에 대한 원칙 도출 및 방법 설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뭐든지 다 법으로 만들자고 한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과도한 법제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또 “식칼은 사람을 찌르라고 만든 게 아니다. 식칼로 사람을 찌르면 안 된다는 것은 윤리의 문제다. 이를 사회와 국가의 책임으로 돌리면 해결책은 식칼은 못 만들도록 하는 것밖에 없다”면서 “AI 시대에 현명한 AI 규제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AI 이용자가 스스로 책임져야 할 것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규제 마련 이전에 개개인이 비판적 사고와 AI 이해하고 쓰는 능력, 리터러시(Literacy, 문해)를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리터러시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무엇을 해도 실패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규제 측면에서 정부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문제 삼은 것은 실용성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기술에서 전 세계를 리드하려고 하지 않고 규제에서 리드하려고 하는 특이한 경향이 있다”면서 “(규제는) 유럽연합(EU)이나 미국이 알아서 다 만들어줄 텐데, 외국에서 성공한 건 가져오고, 실패한 건 고치고 해서 훨씬 좋게 만들 수 있는데 굳이 선도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우리나라가) 선도하려고 해도 안 된다. 해외 기업에 대한 집행력이 없다. 한국에서 규제 기준을 만들면 해외 기업들이 다 따르나? 우리나라가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다”며 “실용적으로, 해외 규제 동향을 빠르게 후행하는 팔로우업하는 형태로 갔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부처별 중복 규제 방지를 위한 범정부 컨트롤타워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교수는 “지금은 각 부처별로 어떤 교수는 누구 편, 이렇게 선을 긋는다”면서 부처의 이해관계를 넘어 전문가들이 사회 여론을 수렴하고 진짜 기술과 법 정책 전문가들이 제대로 논의하는, 부처 이기주의를 벗어나는 것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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